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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인 옥타비우스 /21 ⍟

Title이름
소개시약병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까이 오지 말게. 나는 테인이라고 하네. 자유민이자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이지.

신뢰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네, 유배자. 제 손으로 얻어내야 하는 거야. 하지만 내 눈에 자네는 아직 미덥지 않군. 그런 자네에게도 무언가를 주긴 해야겠지. 기회란 것을 말이야.
연금술스승님께서는 박식한 사람을 얼간이로 만드는 학문이 연금술이라고 그러셨지. 증류기를 가지고 있는 멍청이라면 납을 금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영원한 젊음을 선사할 묘약을 제조하려고 들거든. 루칸 스승님 역시 다르지 않았네. 하지만 드물게도 그런 사람들이 연금술이 선사하는 마법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경우도 있네. 갑작스레 끓어오르는 액체나 손안에서 치솟는 열기, 강렬한 색조와 역한 악취 따위를 말일세. 안전한 곳에서만 머물렀다면 그런 수많은 지식을 놓치고 말았을 테지.

연금술의 힘이란 하나의 물체를 다른 물체로 바꾼다거나, 기적을 창조해내는 데에 있지 않네. 되려 무언가를 격리하고 추출하는 데에 있지. 연금술은 혼란 속에서 순수를 발견하는 학문일세.

테인의 스승난 오리아스에서 루칸 옥타비우스라는 남자를 섬겼네. 높은 지위를 지닌 부유한 연금술사였지. 제자이자 노예가 된 나는 그자를 스승님이라고 불렀네. 루칸의 연구에서는 극도로 위험한 물건을 다뤄야 했어. 엄청나게 뜨거운 물질을 다루는 일도 잦았지. 죄다 지위가 높은 인물이 손댈 만한 물건들은 아니었다고나 할까. 나 같은 노예가 연금술의 미묘한 자취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네.

루칸이란 인물은... 스스로가 묘사했던 자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자였네. 내가 다뤄야 했던 그 어떤 물질보다 위험하고 격정적이며 불안정했던 인물이었지. 남들 앞에서는 자애롭고 상냥한 모습을 보였지만 집에서는 폭력적이고 탐욕스러웠다고 하는 게 맞겠군.

그자한테 했던 짓을 후회하진 않네. 내가 나서서 했던 행동만큼은 말이야.

유배자유배당한 사람들 중에서 무고한 이들이 몇이나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이리로 오게 된 것은 폭력적으로 행동했으며 내륙의 법을 어겼기 때문일세.

나는 스승님을 죽였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아. 그게 내 손으로 직접 행했던 유일한 일이니까. 스승님께서는 섬뜩한 면모를 지녔던 환자셨어. 연금술로는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나한테 옮겨버렸지.

그 전까지의 나는 폭력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었네.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헌데 루칸 스승님께서 내가 느껴보리라곤 생각조차 못 했던 분노를 끄집어내시더군. 나라는 존재를 육체 밖으로 밀어낸 거야. 제정신을 되찾았을 때는 스승님이 죽고 난 후였네.

내 안에는 아직 그 분노와 어둠이 남아 있다네, 유배자. 우리가 이리로 오게 된 건 그 때문인 거지.

기폭제연금술을 진행하다 보면 거의 즉각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네. 연금술처럼 멋들어진 목표를 추구하는 일에 참을성이 넘치는 이들만 끌리는 게 이상한 일 아니겠나. 그 결과로 찾아낸 게 기폭제라네. 변화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 과정만 가속하는 첨가물이지.

자네도 그런 유용한 첨가물을 발견할지 모르네. 예를 들어, 특정 물질에 잠재된 특성을 확인하려다 찾게 되는 거지. 그렇게 찾으려면 보통 수년은 걸리겠지만 말일세.
목표자네에게 위험한 과업을 맡겨버렸군. 생명체에서 추출하여 끄집어낸 내재된 잔혹성과 마주해야 한다니... 하긴, 다른 사람한테 맡길 만한 일은 아니지. 그럼에도 난 자네한테 부탁을 했네. 그러니 내가 어둠을 격리하는 방법을 찾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 생겼다 해도 이상하진 않겠군.

처음에는 이게 레이클라스트에 만연한 타락의 증상이 아닐까 생각했었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원시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라 믿게 되었어. 우리라는 존재를 이루는 요소가 뭔지는 밝혀진 적이 없네. 그래서 그걸 제대로 밝혀내고 싶다면 생명 그 자체를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생각했거든.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겠는가?

충분한가보군. 이에 대해서는 더 해줄 얘기가 있네만, 그건 나중에 들려주지.

환영어둠의 종을 불러내려면 망자의 살점을 이용해야 하네. 그 살점을 파괴해서 내재되어 있던 악의를 끄집어낸 다음에 형태를 부여해야 하지. 언젠가는 그 절차를 역순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군. 육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어둠을 파괴할 수 있게 말이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희귀한 영액을 마련해뒀네. 이런 물질은 세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걸. 모든 의지와 결의, 영혼을 담아낸 인간의 정수 그 자체거든. 더없이 잔혹하면서도, 들은 바로는 친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에게서 추출했지. 이 영액은 개체에 원래 주인과 동등한 수준의 잔혹한 기질을 주입하여 새로운 삶을 선사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물건일세.

어둠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상상해보게. 그럼 이 잔혹한 영혼을 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을 죽음으로부터 되찾아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멸의 벼랑에서도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이게 내 진정한 목표라네.
파이어티스승님께서는 파이어티와 마찬가지로 정예 템플러의 책략에도 일가견이 있었네. 그래선지 그녀와는 동류의식 같은 걸 느꼈던 모양이야. 파이어티야 자발적으로 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 둘 다 이름을 버린 존재잖나. 게다가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내려 했던 것도 똑같았지. 어쩌다 악명을 떨쳤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 동류의식도 끝나버렸지만 말이야. 그렇게까지 지식을 갈망하다니 감탄이 나오긴 하지만, 그 지식을 위해서 사용한 방법은 용납이 되질 않더군.

죽어가던 파이어티가 결자해지를 하려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둠을 쫓는 우리의 여정에도 한 줄기 흥미로운 빛이 드리운 걸세. 죽을 운명이기 때문에 선을 행하고 원초적 욕구를 억누른다는 얘기니... 결국 행동이란 게 생명보다 오래 가는 셈인 건가.
나발리나발리와는 거리를 두도록 하게, 유배자. 참으로 끔찍한 밤의 일이었네. 스승님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로 날 찾아왔네. 그날 아주 죽음의 벼랑까지 밀려날 만큼 얻어맞았지. 그 순간 나 자신이 기괴한 잿빛 회랑을 따라 걷는 환영을 보게 됐다네.

거기에 나발리가 있었네. 눈 하나 깜짝 않고 날 바라보더군. 위대한 무언가의 전령처럼 말이야.

그 자리에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네. 그리고는 그날 밤은 죽음의 전당에서 함께 할 운명이 아니며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말했지. 공포에 질려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어린아이의 흐릿한 기억이니, 바보 같은 악몽에 불과하대도 할 말은 없네만. 그래도 나발리의 보랏빛 눈이 나에게로 향하자 몸이 떨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더군. 그녀가 날 알아본 게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거든.
투코하마나는 타고난 숙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하지만 그럼에도 자네가 카루이 전쟁의 신을 상대로 거둔 승리의 의미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네. 오랜 잠에 빠져 있다가 약해졌던 건 아니었을까? 신화가 덧붙여지면서 과대평가를 받았던 거였다면? 어느 쪽이든 신성한 존재가 본질적 어둠에 맞서는 데 도움을 주지 않으리란 사실은 자명해졌군. 많은 이들의 믿음과는 달리 저들은 인류의 수호자가 아니었던 거지.
오리아스오리아스는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이 되었네. 그렇게 되어야 마땅한 곳이긴 하네만. 그래서 죽은 자들한테 동정심이 드냐고? 당연한 일 아닌가. 난 괴물이 아니거든. 하지만 슬픔과 악의는 공존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봐. 오리아스에 머무르지 않아도 되니 더더욱 다행이고 말이지. 실험만 진행하면 되는 데다가 지하 연구실은 별 탈 없이 무사하기까지 하잖나.
상위 샘플레이클라스트와 오리아스에서 살아가는 존재들로부터 밝혀낼 사실이 많이 남긴 했지만, 일단은 어둠이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국한된 특성이 아니란 가설부터 실험해보고 싶네.

다른 세상을... 경험할 방법이 있단 소문을 들은 적이 있네만, 그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거든. 혹여나 그리로 여정을 떠날 생각이라면 적합한 샘플을 찾아다 줬으면 좋겠어. 많은 양의 어둠을 품고 있는 샘플을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지.

연구실이 없었더라면 그런 개체를 야생에 풀어놓는 행위를 삼갔을 걸세. 이곳 덕분에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도 개체를 억류할 수는 있게 되었군.

상위 샘플이런 샘플을 가져오다니! 이거 참 기쁘구먼. 우리와 주변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추출 작업은 연구실에서 진행하도록 하세. 준비를 마쳤다면 샘플을 첨가해주게.
상위 샘플자네가 승리해서 정말 다행일세. 솔직히 괜한 의심을 품기도 했었던 게 사실이야. 아무튼 바닥에 널려 있는 비참한 웅덩이를 비롯한 잔해들은 내가 추가했던 샘플이라네. 안타깝게도 아무런 영향은 없었나 보군. 깨끗이 치운 다음, 다른 샘플로 재차 실험해 보도록 하지.
테인의 연구실반갑네, 유배자. 이 저택이나 그 안에 보관된 물품은 루칸 스승님께서 소유하셨던 물건들일세. 스승님과 내가 자신의 운명과 마주했던 곳도 바로 이 연구실이었지.

키타바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스승님의 가족들 역시 최악의 사태를 면하지 못하셨던 모양이야. 저들의 처지에 비통해하지 않는대도 이해해주게. 우린 참으로 복잡한... 관계였거든.

키타바가 오리아스를 파괴한 덕에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게 되다니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랄까. 이로써 실험을 더 야심차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일세.

지독한 요구자네나 내가 무엇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나? 몇몇은 영혼이라고들 말하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죽은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있을 형태 없는 무언가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 땅에서 그런 영혼이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네. 생쥐나 로아 따위와 별다를 바를 모르겠더군.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네. 아무도 찾지 못한 무언가가 말이야. 그게 속삭임일세. 우리라는 존재 면면에서 타오르다가 사그라들며 명멸하는 불꽃이지. 그걸 완전히 꺼지기 전에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어떻겠나? 그 상태로 봉인한다면? 이후 다시 불타오를 수 있도록 새로운 심지를 내어줄 수 있게 된다면?

이 근방은 흉포한 존재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곳일세. 놈들을 처치하고 그 살점을 샘플로 채취해서 내게 가져오게. 그럼 생명의 정수가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을 테니까.

지독한 요구자네가 구해온 이 섬뜩한 샘플에는 무수한 비밀이 숨어 있다네. 피와 살점, 뼈와 힘줄 같은 것은 장막에 지나지 않아. 이것들은 우릴 움직이게 만드는 진정한 정수를 가리는 가면인 셈이지. 진짜는 바로 본질적 어둠일세. 모두가 극복하려 하지만 도무지 패배할 줄 모르는 기본적인 욕구이자 본능 말이야. 이러한 어둠은 내면에 숨어 우리가 약해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네. 자신이 주도권을 잡는 순간을. 잔혹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노예 감독관이라도 해도 되겠어.

하지만 녀석을 달랠 방법도 있네.

그게 바로 스승님께서 죄인의 물이라고 불렀던 물건일세. 완벽하게 만들고자 당신의 일생을 바쳤던 혼합물이랄까. 스승님께서는 그걸 자식들에게 마시게 했고, 녀석들이 날 두들겨 패는 동안 경과를 기록해보았네. 솔직히 말하자면 불멸의 묘약보다 그다지 나은 점은 모르겠네. 딱히 주먹질이 덜 아프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고.

스승님께선 잘못된 조합식을 썼지만 발상만큼은 나쁘지 않았어. 그래, 내 조합식은 다르단 것을 곧 알게 될 걸세.

샘플을 단지에 집어넣은 다음, 무기를 꺼내놓도록 하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어둠이 무엇인지를 목도하게 될 테니까.
지독한 요구우리가 마주한 게 뭔지 알겠나, 오리아스인? 이 근방에서 살아가던 생명체의 내부에 잠들어 있던 존재일세. 이 몸 안에는, 혹은 자네 안에는 어떤 어둠이 잠들어 있을는지... 그 어둠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우리를 이루고 있는 무언가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만날 때까지 고민해 보도록 하게. 곧 답을 찾으러 갈 테니 말이야.
변형체 생성어둠을 격리하는 실험을 다시금 진행할 준비가 됐네. 필요한 건 샘플만 남았어. 육신에 붙어 있던 샘플을 떼어내서 가져온다면 실험을 시작할 수 있을 걸세.
변형체 생성샘플을 가져온 건가? 그럼 단지 안에 집어넣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예방 절차가 실패하면 어둠이 빠르고 격렬한 기세로 모습을 드러낼 테니.
변형체 생성느리긴 해도 진척이 있긴 했군.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망각하지 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