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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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구르
  • 우리는 칼구르라네. 우리는 평생 일말의 명성이라도 거머쥐기 위해 필멸의 생이라는 오물과 진창 속에서 뒹굴지. 전장에서 명성을 찾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섬기며 찾는 이도 있다네. 또한 불가능한 임무를 띠고 인간이 아는 세계의 끝으로 항해하는 이도 있지. 우리의 선택이 우리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그 무엇이 곧 전설이 된다네.

    전사 시인 대닉, "고향"

  • 우린 긍지 높은 민족이지만, 그렇지 않은 민족이 어디 있겠어? 우리는 용기를 신중하게 사용해서 암울한 현실과 맞선다는 게 차이점이지. 혈통에는 면면히 이어지는 명성과 업적의 기록이 담겨 있어. 우리가 하는 일은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하는 거야. 난 아직 자식은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지.

    거간꾼 투젠, "칼구르"

  • 우리의 갑옷에 있는 룬은 본질적으로는 별빛을 사로잡아 형체로 빚어낸다네. 시적으로 들리지만, 속지 말게나. 칼구르의 대장장이들은 오래전, 이 룬에 화살이 표적을 찾게 하고 칼날이 더 깊이 박히게 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룬을 살육에 이용하기 시작했다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들은 장인이라 불리게 되었고, 천재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었네. 그런 유물은 많지 않았지만, 많을 필요가 없기도 했지.

    전사 시인 대닉, "룬"

  • 우리가 아는 가장 강력한 유물은, 수천 년 전 이 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탐험대가 이곳에 가져왔다네. 옛 노래에 따르면 그것은 악을 불태우고 더럽혀진 들판을 정화하며 악의를 품은 자들을 물리친다고 하지. 지금 같은 난세에는 그런 유물이 특히 유용할 텐데 말일세... 그러나 그것을 찾으려면 우리는 오래전에 이곳을 지나간 영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야만 하네.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의 최후를 알아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지.

    전사 시인 대닉, "트리스켈리온의 불길"

  • 칼구르의 사제들은 신이 아니라 지식을 섬겼다.

    Uniques##Faithguard

  • 나는 이곳에 발을 디디기 전에 이 '신들'이란 존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최소한 자기가 신이라 생각할 만한... 인간은 한 명 알고 있네. 고향 사람들에게는 신성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지.

    전사 시인 대닉, "신"

  • Colonisation of Wraeclast
  • 그 징조의 참된 의미를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징조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땅이 뒤흔들리고, 밤의 구름들이 달아나고, 사람들은 벌벌 떨며 숨고, 별똥별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져서 우리의 숲에 불을 질렀으며, 지평선에는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반달이 불그스름한 보름달로 변할 정도였다.

    전사 시인 대닉, "징조 I"

  • 아주 경이롭고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고, 그래서 캐디건 3세는 가장 강한 전사들에게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의 비호를 받으며 지평선을 향해 원정을 떠나라고 명했다. 의무로써 그 불길에 매여 있었던 나는 수석 기록자가 되었다. 우리는 그 달이 다 가기 전에 출발했다.

    전사 시인 대닉, "여정 I"

  • 험난하고 성난 바다를 건너는 여정은 거의 두 계절이나 이어졌다. 그동안 붉은 번개를 휘감은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우리는 하늘을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는 빗물을 마실 수도 생선을 먹을 수도 없었다. 결국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이 물과 고기를 정화해 주었으나, 그래도 목숨을 부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장품은 바닥이 나고 저 멀리 육지가 보일 때쯤에는 모두가 굶주린 상태였다.

    전사 시인 대닉, "여정 II"

  •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딘 자는 모래 밑에 숨어 있던 아가리에 발을 잃고 말았다. 징조는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법. 우리는 간신히 물속의 괴물들을 물리치며 모래언덕을 가로질러 죽음의 길을 헤쳐 나간 끝에, 나무 사이에서 휘청거리는 끔찍한 것들과 맞딱뜨렸다. 한 발을 옮길 때마다 피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전사 시인 대닉, "당도 I"

  • 일곱 번째 밤에 마침내 그 으스스한 구름이 잠시 걷히고, 우리의 축복받은 별들이 보였다. 올로스는 우리의 방어선 가운데에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을 지폈다. 장벽을 세우는 의식이 끝나자 우리는 조금이나마 안전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모든 것이 뻗어 나갔다. 나무에서 꽃이 피듯이.

    전사 시인 대닉, "당도 II"

  • 태양의 기사단이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는 고향 땅의 것과 견줄 만큼 어마어마한 제국의 유적들을 발견했다. 불탄 채 널브러진 사체들의 수를 셀 수도 없었지만, 안식을 취하기를 거부하는 자들 역시 수를 셀 수 없었다. 대부분은 눈길을 끌며 우리를 유혹하는 번쩍이는 마석을 지니고 있었다. 걸어다니는 흉물들의 팔다리 안에 마석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우트레드가 그것을 보고 그 보석들은 부정하다고 단언했고, 우리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전사 시인 대닉, "당도 III"

  • 나는 우트레드와 성배단의 최후를 알아내겠다고 명예에 걸고 맹세했소. 성배단의 징표와 룬을 지닌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사들이겠소. 초창기 레이클라스트로 떠난 배에 탔던 사제단이자 교단이었는데, 별을 읽고 신비로운 힘들의 작용을 해석했다오. 그래서 연금술, 기계, 룬에 조예가 깊었지. 나도 항상 성배단에 합류하고 싶었다오.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를 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했거든.

    중개인 로그, "성배단"

  • 바알의 저주받은 도시들을 처음 탐험한 것은 태양의 기사단이었다네. 이 일지는 그 당시의 것일세. 그들이 레이클라스트에 막 당도해서 그 영광스럽고 빛나며... 휘청거리는 괴물이 득시글거리는 제국을 발견한 직후 말이지. 나는 도대체 무슨 끔찍한 일이 있었기에 하나의 문명이 완전히 무너진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네.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만.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가 보겠나, 유배자여?

    전사 시인 대닉, "은신처로 초대하기"

  • 죽은 제국 전체에 산더미 같은 금이 쌓여 있었고, 대부분은 산 송장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가장 화려하게 차려입은 것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 귀족들과 사제들은 괴물 같은 형상을 하고서도, 목숨보다도 소중했던 것들을 포기하기를 거부하며 보물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달아나려던 자들과는 달리, 길에서 죽지 않았다. 그들은 신전을 잠그고 방벽을 세워, 스스로의 무덤에 틀어박힌 것이었다.

    전사 시인 대닉, "당도 IV"

  • 웃자알의 귀족들은 수문을 개방해 스스로 수장되는 길을 택했다. 고통 없이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약탈자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광인들이 다스리는 제국이었다. 그들의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우리는 그 치명적인 물을 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보물은 영원히 그곳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도시들은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상상을 초월하는 부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전사 시인 대닉, "당도 V"

  • 캐디건 3세는 이 새 땅과 보물은 마음껏 차지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인들이 먼저 왔고, 곧이어 상인과 자유민을 가득 태운 배가 연달아 당도했다. 자연히 여자와 아이들이 뒤따랐고, 3년이 지났을 때쯤, 최초의 마을 헌장이 만들어졌다.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이 밝게 타오르는 한 모든 것이 풍요로웠지만, 머지않아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모두가 불길의 가호 안에 머물 수가 없게 되었다.

    전사 시인 대닉, "식민지 건설 I"

  • 검은 낫 용병단은 보라나의 지휘 아래 방어와 말살의 전략을 완성해 나아가며,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해 갔다. 거리를 벌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보라나의 병사들은 튼튼한 벽 뒤에서 쇠뇌를 쏘며, 괴물이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쏘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처치해 나아갔다. 이 저주받은 대륙을 그처럼 간단하고 흔한 방법으로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얼마나 발칙했던가. 그 해에만 열 개의 마을이 더 생겨났다.

    전사 시인 대닉, "식민지 건설 II"

  • 그녀는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전사였지. 캐디건 3세는 보라나를 왕가의 전사로 삼으려 했지만, 그녀는 그를 데리러 온 사람들을 전부 때려눕혔어. 결국 왕은 보라나를 뜻대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그녀에게 용병 계약서를 줬지. 하고 싶은 대로 임무를 수행할 자유를 보장받은 그녀는 칼구르에 여러 차례 대승을 안겨 줬어. 나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들을 존중하지.

    그녀가 레이클라스트에서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는 예감이 들어. 그렇게 열정적인 영혼은 전설에 남을 싸움 없이는 사라지지 않기 마련이지.

    거간꾼 투젠, "보라나"

  • 길고 긴 교역로를 따라 섬사람들과 산사람들 사이에서 교역이 시작되었다. 서로 언어도 다르고 이해도 하지 못했으나. 나는 섬사람들의 노래를 나중에 해석하기 위해 기록해 두었고, 산사람들 사이에서 몰락한 제국의 생존자들도 만났다.

    전사 시인 대닉, "식민지 건설 III"

  • 몰락한 제국의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우리가 휘청이는 망자들에게서 본 마석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내가 흙에 보석 모양을 그렸더니 그들은 기겁을 했고, 우리는 산에서 추방당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캐디건 3세는 공식적으로 그 보석들을 금했고 그때부터 마석은 채집되지도, 본토로 수입되지도 않았다.

    전사 시인 대닉, "식민지 건설 IV"

  • 본토에서 캐디건 4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에는 마을의 수를 셀 수도 없었다. 반대파나 빈민, 종교적 소수자, 외면받던 이들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건설하고자 하였고, 기사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바로 이 외곽 지역 사람들이 새롭게 닥친 공포를 처음으로 맞닥뜨렸고, 이들은 자기 힘으로 이겨 내지 못할 위험과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지인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 침묵을 지켰다.

    전사 시인 대닉, "어둠의 엄습 I"

  • 변경 지역에서 죽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밤에 휘청거리며 다니는 괴물로 변했다. 트리스켈리온의 불길로도 이 땅의 저주는 풀리지 않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저주는 더욱 견고해질 뿐이었다.

    전사 시인 대닉, "어둠의 엄습 II"

  • 메드베드의 자연 신비술사들은 사람이 죽을 때 몸에서 빠져나가는 숨결, 혹은 기운을 발견했다고 선포했다. 그 사람이 금단의 마석 근처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만, 그리고 그 기운이 마석 쪽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에만 보인다고 했다. 더불어 메드베드는 모든 인간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수를 지니고 있다고도 했는데, 이에 우트레드는 이 발언이 신성 모독이라며 메드베드의 교단에 유배 명령을 내렸다. 이에 메드베드는 유배를 면하려고 거액의 돈을 냈고, 그로써 갈등이 해결되었다.

    전사 시인 대닉, "어둠의 엄습 III"

  • 네 명의 위대한 영웅들 중에 메드베드가 가장 신비로웠다네. 그의 자연 신비술사들은 대자연 곳곳의 안식처들을 지키며 관리했지. 그가 레이클라스트의 어둠 때문에 미쳐 버렸다고 해도, 그 안식처들을 악한 목적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네. 이 일지에 적힌 정보를 참고하면 그가 있을 법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걸세. 선택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유배자여.

    전사 시인 대닉, "은신처로 초대하기"

  • 나는 도의상 메드베드와 끊어진 원의 드루이드의 운명을 알아내야 해. 그들은 과거를 들여다보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믿었지. 그게 정말이라면 개인적으로 갖고 싶은 능력이야.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그게 정말 좋은 일일지는 모르겠어. 메드베드와 자연 신비술사들 생각대로 시간이 정말 원이라면, 우리는 삶을 영원히 반복할 운명인 것 아니겠어? 그게 사실이라면, 운이란 존재하지 않는 거겠지. 확률도 없고, 인간의 의지도 없고. 모든 삶은 그저 반복되는 연극일 뿐인 거야. 별로 내키지 않는 생각이야.

    도박사 그위넨, "끊어진 원의 드루이드"

  • 그 해 겨울, 변경 지역으로 떠났던 상인들과 파발들이 돌아오지 않자 올로스는 차디찬 숲과 언덕으로 태양의 기사단을 보내서 사람들을 찾게 했다. 변경 지역 사람들은 수가 크게 줄어 있었고, 난생처음 보는 괴물들에게 포위당한 채였다.

    전사 시인 대닉, "어둠의 엄습 IV"

  • 올로스는 변경 지역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숲을 불태웠다. 남쪽 강가로부터 북쪽 사막까지 길게 이어지는 불길이 타올랐다. 그러나 그 극단적인 조치의 원인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올로스는 돌아와서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을 더욱 키웠으나, 별빛 방벽으로 그 광활한 영토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을을 지켜야만 했다. 용맹한 올로스라 불리던 그는 자꾸 혼자 틀어박히게 되었고, 그리하여 음침한 올로스로 불리게 되었다.

    전사 시인 대닉, "어둠의 엄습 V"

  • 참으로 잔혹한 봄이었어라! 어두운 달밤, 휑한 눈의 마귀가 목숨을 하나 더 앗아갔다. 이번에는 두 번째 통과 의례를 치른 후에 전사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던 젊은 아가씨였다.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이 저주받은 땅의 괴물들에게 죽어 나갔지만, 나는 우리가 정화 의식을 통해 어둠을 정복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독성이 없는 식량을 확보하는 것과 밤의 종자들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이 저주받은 땅은 마치 우리의 승리를 보고 배우기라도 하는 듯, 우리의 방어 수단을 무력화할 수 있게 그 괴물들을 조금씩 변형시켰다.

    전사 시인 대닉, "올로스의 일지 I"

  • 이에 메드베드와 그의 자연 신비술사들이 새로운 전술을 개발했다. 본래 교리가 금하는 방법이었으나, 그는 이곳 괴물들의 신체 능력이 빠르게 강해지며 변해 가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메드베드는 우리의 실수가 임무를 완수하지 않은 데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장 강한 놈들을 빼고 뒤틀린 보르니쿨리아를 모두 물리쳤는데, 그때 살아남은 놈들에게서 생겨난 놈들이 그 위험성을 물려받았다. 최후의 승리를 거두고 번창하는 마을들을 지켜 내려면, 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야만 했다. 자연의 한 자락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파멸의 손아귀는 우리의 숨통을 더욱 조일 뿐이라면서.

    전사 시인 대닉, "올로스의 일지 II"

  • 보르니쿨리아는 완전히 씨를 말렸으니 이제 그 독기로 이 땅을 물들이지 못하리라. 이 저주받은 땅의 그림자 속에서 그 외에도 수많은 밤의 종자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작은 승리도 승리이긴 매한가지다. 나의 기사들과 보라나의 부하들은 실력이 뛰어나, 숲과 잡목을 태우는 과정에서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드물게도 애도할 일이 없는 날이다.

    이제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에 생각이 미친다. 휑한 눈의 마귀... 그것은 난생처음 보는 종류였다. 그 마귀 역시 횃불과 칼로써 이 세계에서 사라지도록 해야만 한다.

    전사 시인 대닉, "올로스의 일지 III"

  • 휑한 눈의 마귀를 쫓던 태양의 기사단은 절반이 언덕 위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나는 검으로 그것의 목을 똑바로 베었는데,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마귀가 수많은 이빨로 포식을 하는 것은, 먹이를 먹고 목숨을 부지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희생자의 비명을 들으며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마귀의 썩어 가는 얼굴에 뚫린 두 개의 구멍을 보고,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 종자를 물어 동강 내면서...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필멸자의 불길은 놈을 그슬리지 못했고, 필멸자의 무기는 피 한 방울 내지 못했다.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싶은 유혹이 느껴진다. 메드베드와 그의 자연 신비술사들은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교리를 포기했다. 지금, 나 역시 그래야만 한다. 산지 사람들은 우리에게 힘을 지닌 마석을 조심하라 경고했지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사 시인 대닉, "올로스의 일지 IV"

  • 대단해! 황홀하다! 나는 형편없던 검의 자루에 금단의 마석을 끼운 채로, 깊은 밤 홀로 길을 나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귀의 머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놈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웃고 있었으나, 이제 내게 정복당한 신세다. 검 공격이 빗나갔는데도, 마석은 나의 분노를 응축시켜 별빛으로 뿜어내 치명적인 타격을 날렸다.

    이런 힘을 거부하다니 우리가 어리석었다. 그 실수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다. 서광이 나무 꼭대기를 비추면, 나는 살아남은 태양의 기사단에 금단의 마석을 더 찾으라고 명령할 것이다. 드디어, 이 땅을 정복하여 영원토록 안전한 곳으로 만들 때가 됐다.

    전사 시인 대닉, "올로스의 일지 V"

  • 태양의 기사들이 무기와 장비에 금단의 마석을 붙이기 시작하던 여름, 원의 드루이드를 이끄는 메드베드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말했다. "미래-과거가 흐릿해졌습니다. 미래를 비추는 이 땅의 웅덩이는 핏빛 안개로 가려 있는 일이 많으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현상입니다. 올로스가 홀로 떠나던 그날 밤부터 제게는 과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래도 알 수가 없지요." 그 후로 그의 교단은 끊어진 원의 드루이드라고 불리게 되었다.

    전사 시인 대닉, "끊어진 원 I"

  • 한 두건을 쓴 여인이 광장에서, 휑한 눈의 마귀의 머리가 꽂힌 창 아래에서 메드베드에게 말했다. "그 말은, 신앙을 잃었다는 뜻입니까, 고위 드루이드여?"

    이에 메드베드가 대답했다. "과거를 탐구하지 않는 자는 과거를 반복할 수밖에 없으나, 과거를 탐구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미래가 아예 없습니다. 원이 끊어졌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두건을 벗고 검은 낫 용병단의 단장인 보라나로서 답했다. "그러면 함께 무기를 들고 함께 싸워 나아가며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간극을 메워 보지요."

    메드베드는 보라나가 선물한 도끼 두 개를 받고 드루이드들에게 전투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두 개의 도끼에는 손잡이에 마석이 박혀 있었기에,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전사 시인 대닉, "끊어진 원 II"

  • 끊어진 원의 드루이드와 검은 낫 용병단은 휑한 눈의 마귀와 싸우느라 전력의 절반을 잃은 태양의 기사단을 지원하여, 변경 지역 근처에 군세를 집결시켰다. 별빛 방벽은 넓게 뻗어 있었지만 약했고, 새로 힘을 얻은 전사들은 마석의 힘을 사용해 밤마다 찾아오는 괴물들을 막아 냈다. 이런 교착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고, 그동안 많은 영웅들이 무공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하였다. 한편 메드베드와 보라나의 딸 아네스트는 고향으로 가서 안전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첫 번째 통과 의례를 앞둔 올로스의 아들이 아네스트의 보호자로 동행했다.

    전사 시인 대닉, "끊어진 원 III"

  •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면서 공포가 전군을 휩쓸었다. 뒤틀린 괴물들 무리에 우두머리가 생긴 것이었다. 그자는 지능적인 판단을 내리고 지휘를 할 수 있었다. 괴물들은 별빛 방벽이 가장 약한 곳이나, 정찰대가 지나가지 않는 곳을 노려 공격하기 시작했다. 입 밖에 내기도 저어되는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힌 메드베드는, 어둠 속으로 전령을 보냈다. 전령은 용케 양피지를 가지고 살아 돌아왔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고 자신의 우려가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된 메드베드는 깊은 밤, 적의 우두머리에게 결투를 청하러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전사 시인 대닉, "끊어진 원 IV"

  • 메드베드가 종적을 감춘 계절에는, 세상 어디에나 사제들의 눈과 귀가 있었다. 배신 가능성에 생각이 미친 고위 사제 우트레드는 입회자들을 시켜 다른 지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감시하게 하였다. 이들은 음침한 올로스가 종일 지쳐 빠질 때까지 싸운 후에 거처로 돌아가 혼자 틀어박힌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문으로 빠져나가 남몰래 밤을 헤맨다는 것이었다. 마치 잠을 자는 듯이 눈을 감은 채로.

    전사 시인 대닉, "사제단 I"

  • 나는 어둠 그 자체가 되었다...

  • 우트레드와 그의 사제들에게는 비밀스러운 목적이 있었다네. 지나치게 종교적인 일지들을 해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네. 애초에 진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데다, 종교까지 가진 않더라도 단어 선택이 아주 과장되어 있거든. 모든 것을 죄 '순수하고' '별빛'을 띠며 '번뜩인다'고 표현하지. 그걸 해석해서 길을 알아내자면 참 곤혹스럽다니까. 어쨌든 성배단 유적이 하나 이상 언급되어 있군.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유배자여?

    전사 시인 대닉, "은신처로 초대하기"

  • 우트레드는 비뚤어진 계획을 세우면서, 보복을 피할 생각으로 아들 오웬을 고향으로 보냈다. 수확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추운 밤, 사제 열둘이 올로스의 요새 앞에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성례에 사용되는 단검으로 몽유 상태의 올로스를 찔렀다. 그는 일흔 하나의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때 보라나가 검은 바람처럼 나타나 열두 사제의 목을 한 번에 베어 버렸다.

    전사 시인 대닉, "사제단 II"

  • 사람들은 올로스를 상여에 눕히고 약과 붕대, 약초로 치료했다. 모두 사제단의 피를 요구하며 울부짖었지만, 우트레드는 열두 배신자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위대한 지도자가 죽음의 문턱에 이르자, 사람들은 그를 유리관 에 모셔 숨결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전사 시인 대닉, "사제단 III"

  • 한 두건을 쓴 여인이 광장에서, 휑한 눈의 마귀의 머리가 꽂힌 창 아래에서 우트레드에게 말했다. "어째서 사제들이 올로스를 덮쳤다고 생각하십니까?"

    우트레드는 답했다. "왜 올로스가 밤마다 몰래 나갔다고 생각하오? 그가 뒤틀린 괴물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기 때문이오. 낮에는 우리 편에서 싸우고 밤에는 저들을 위해 싸운 거요."

    그러자 여인은 두건을 벗고 검은 낫 용병단의 단장인 보라나로서 답했다. "그런 말을 하다니 당장 죽여 주마."

    낫이 턱밑까지 들어오자 우트레드가 말했다. "날 죽이겠다면 일주일 후에 죽이시오. 올로스가 저 유리 관에 누워 있는 동안 적들이 힘이 빠지거나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이면 내 말이 옳은지 틀린지 알게 될 거요."

    이에 보라나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그 말이 틀리다면 휑한 눈의 마귀에게 너를 먹일 것이다."

    그리고 보라나는 자리를 떴다. 그 주에는 적이 힘이 빠지거나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우트레드는 힘을 지닌 고대의 터로 피신했다.

    전사 시인 대닉, "사제단 IV"

  • 보라나가 그를 죽이겠다 맹세한 주에, 괴물들 속에서 새로운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그자는 도끼 두 개를 휘두르며, 명성을 얻은 영웅들을 찾아가서 결투를 청했다. 하룻밤에 하나씩, 마흔 둘이 그자의 손에 죽어 나갔다. 보라나는 그 흉물을 마주하고 그것이 사랑하는 메드베드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차마 믿을 수는 없었다. 보라나는 완전 철수를 명하였고 그의 결투 신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마을이 초토화되었다.

    전사 시인 대닉, "최후의 보루 I"

  • 보라나는 우트레드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전령을 보냈다. 그 지역 전체를 애매하게 방어하기보다는 몇몇 마을이라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을 잠재워 별빛 방벽을 후퇴시킨다는 계획이 섰다. 보라나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모두 중심부로 대피시키고, 올로스의 일지에서 화염을 다스리는 의식을 설명하는 내용을 찾아 전령을 통해 우트레드에게 보냈다.

    전사 시인 대닉, "최후의 보루 II"

  • 중심부에 있는 마을들은 갑작스러운 인파에 혼잡해졌고, 사면초가에 몰린 태양의 기사단과 검은 낫 용병단, 끊어진 원의 드루이드들은 모두 후퇴했다. 별빛 방벽은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고 말았다. 보라나는 급히 제단으로 갔지만 트리스켈리온의 불길은 그 자리에 없었다. 항구에 있던 배는 모조리 불타거나 가라앉았고, 오직 한 척만이 남아 항구에서 나가고 있었다.

    보라나는 사람들에게 외쳤다."배신자 우트레드가 불길을 훔쳐 갔다!"

    사람들은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 오는 괴물들을 보며 절망에 빠져 울부짖었다. 별빛 방벽이 없다는 것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라는 뜻이었기에. 중심부 마을은 벽과 무기로 보호받는 요새가 되었지만, 그 누구도 나갈 수는 없는 무덤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이 올로스가 잠든 곳으로 몰려갔지만 그의 유리 관은 깨져 있었다. 배신자 우트레드의 주장과 달리 올로스는 어둠 속에서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어야만 한다.

    전사 시인 대닉, "최후의 보루 III"

  • 보라나는 섬사람들과 산사람들에게 전령을 보내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의 행방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수호자들은 용맹스럽게 싸웠지만, 불길이 없었기에 식량을 정화할 수가 없었다. 기근이 닥쳤고, 계절은 무정하게 지나갔다. 시름시름 말라 가던 보라나는 기다리면 죽음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힘을 키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금단의 의식을 거행하여 자신의 몸에 마석을 박았다.

    전사 시인 대닉, "최후의 보루 IV"

  • 보라나는 그대로 일어나 벽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낫을 크게 휘두를 때마다 밤의 괴물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그들도 보라나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향해 외쳤다. "저는 흉물이 하나도 빠짐없이 죽어 쓰러질 때까지 쉬지 않겠습니다!"

    우리 중에는 보라나가 이 버림받은 땅에서 혈혈단신으로 괴물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다. 혹시라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하나 있다. 가장 늙은 노인보다도 더 오래되고, 땅속에 묻혀 있어 감히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최후의 수단이 있다.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이 땅에서 우리의 명맥이 이렇게 끝이 나지는 않으리라. 밤이 내리지만, 새벽은 반드시 오리라.

    전사 시인 대닉, "최후의 보루 V"

  • 우리 민족의 역사 최후의 시기에, 수석 기록자는 다가오는 종말로부터 탈출하려고 남은 생존자들과 함께 달아났다네. 이게 바로 그의 일지라네, 유배자여! 이걸 보면 성배단이 무언가 발견했다고 하네... 웬 정체 모를 유물이었는데... 이 기록자가 아는 것이라곤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들도 그것의 힘을 알아채고 그 주변에 성소를 지었다는 것 뿐이었다네.

    우트레드가 보라나의 분노를 피해 도망쳐 간 곳이 그곳이었지. 생존자들은 그곳에 가면 우트레드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록은 목적지를 바로 앞에서 끊긴다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겠나?

    전사 시인 대닉, "은신처로 초대하기"

  • 네가 찾은 문헌에 의하면, 보라나가 최후의 항전을 펼치는 동안 레이클라스트에 있던 나머지 칼구르인들은 힘이 깃든 고대의 장소를 통해 탈출하려 했던 모양이야. 그곳에는 우트레드가 기다리고 있었지...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이제 우리도 알게 됐고. 우트레드 역시 광기의 타락에 굴복하고 말았어. 분명 그가 문턱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죽였겠지만, 그를 돌파해서 탈출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군.

    하지만 아직 궁금한 점이 있어. 우트레드는 처음 마석이 부정하다고 주장했던 이들 중 한 명이잖아. 우리가 찾은 기록에 의하면 한 번도 마석을 사용한 적도 없고. 그러면 언제, 왜 광기에 빠진 걸까? 대체 어떤 광경을 목격했길래 정신이 붕괴한 걸까?

    거간꾼 투젠, "우트레드의 패배"

  • 그들은 거울 주위에... 사원을 지었다...

  • 밤하늘을 피하기 위해... 땅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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