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가로의 성명서 Text Audio /1 ⍟
이름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어간다. 인간은 대부분 처음 눈을 뜰 때부터 세상이 전해주는 온갖 것들을 놀라며 받아들이기 바쁘다. 나는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감각과 정신에 새로운 것들을 스스로 찾아왔으니.

예술가가 되다니! 이 얼마나 초라한 업인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당연하다는 대로만 세상을 보는 일이란.

평화는 최악이다! 열등하고 무기력한 이들이나 좋아할 고여 썩어가는 물과 같다. 전쟁과 혼란과 공포. 사랑과 열정.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세상이 추구해야 마땅한 것이거늘. 아아, 모두 겪어버렸구나. 하지만 이 또한 이 불쌍하고 아둔한 세상에 내가 초래할 유쾌한 혼돈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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