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헤즈민의 일지 III Text Audio /1 ⍟
이름
바란이 또 설교를 시작해서, "일기를 쓰러" 간다고 하고 빠져나왔다. 템플러 훈련은 대체 어떻게 진행되길래 저런 따분한 녀석을 자꾸 배출해 내는 걸까? 그래도 좋은 녀석이긴 하다. 차라리 저 설교를 무기로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악마조차 영원한 잠으로 인도해버릴 테니까.

어제 내가 멧돼지 한 마리를 사냥해 왔는데 오늘 드록스 녀석이 두마리를 사냥해 왔다. 내일은 세 마리를 잡아야겠군. 저 떠버리 얼간이에게 최고의 사냥꾼은 나라는 걸 보여주겠어.

자나는 나와 드록스 사이의 긴장감은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자기와 사이러스 사이의 긴장감을 내가 눈치챘다는 건 모르는 듯하다. 어떤 때는 자나가 사이러스를 지그시 바라볼 때가 있다. 다른 때는 사이러스가 자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말이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다.

베리타니아가 웃으며 말을 걸길래 내게 관심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 입술 근처에 멧돼지 피가 묻어 붉은 콧수염처럼 보였나 보다. 핏자국을 지우자 녀석은 그냥 책을 읽으러 돌아가 버렸다.

아 좀, 바란. 좀 닥쳐. 닥쳐. 닥쳐. 닥치라고.

내가 졌다. 녀석이 이겼다.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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