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보주가 공중에 부유한 채 빛을 집어삼키던 광경을 기억한다. 사로잡을 무언가를 찾아 필사적으로 마수를 뻗던 모습 역시 기억한다. 앞으로 나아가던 나의 모습 또한 기억한다. 머릿속에 자신이나 오리아스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의 친구들, 나를 의지하던 형제자매들을 생각했다. 어둠의 차가운 손길이 나를 옥죄자 의식이 사라졌다.
그리고 난... 유리. 유리 안에 갇혀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말할 수도 없었다. 허나 모든 걸 볼 수 있었다. 모든 걸 보았다. 모두를 보았다. 그들이 떠나는 걸 보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보았다. 모든 것이 너무 빨랐다. 수천의 낮과 밤이 한순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슬픔이나 분노조차도. 기쁨조차도. 고통조차도. 즐거움조차도. 나는 자유였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자유로이 갈 수 있었다.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우주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