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
- 강탈단
-
혹시 주머니 속에서 찰랑거리는 거, 증표인가? 자네가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았거나, 또는 자네가 죽인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빼앗았던 거겠지. 그 사슬의 고리가 어디까지 이어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이제 그건 자네 소유고 자네는 무사해 보이는군. 전리품은 승자의 차지라는 말도 있지 않나. 아무래도 자네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린 그 인물인 모양이야. 그래, 자네면 되겠어.
증표 하나를 손에 들고, 머릿속으로 이 말을 되뇌게. 강탈단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고, 나는 강탈단에 속한 자를 해치지 않으리.
곧 또 만나세. -
자네나 내게는 가치 있는 물건이 두목이나 파우스투스에게는 가치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네. 자네가 보기엔 쓸모없는 장식품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귀한 가보일 수도 있고 평생을 바친 수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물건일 수도 있지. 우리 고객들은 계약을 통해 강탈단을 고용하여, 객관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물건들을 입수한다네. 물건이란 게 가끔은 원래 주인의 손을 떠나야 비로소 제 가치를 찾는 경우도 있지.
강탈단은 고객이 입수를 의뢰하는 대상에 대해 윤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네. 그 대상이 숨을 쉬는 존재가 아닌 한, 그리고 강탈단 전체를 위험하게 할 가능성이 없는 한, 계약을 거절하는 일은 없다네. 자네도 그래야만 해. -
강탈단이 굴러가는 데는 계약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실력 있는 전문가기도 하다네. 그리고 실력 있는 전문가는 실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 하는 법이지. 강탈단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 있는 여러 장소의 구조도를 입수해 왔네. 그런 곳은 당연히 경비와 정찰이 삼엄하기 때문에, 제대로 한탕 하려면 팀이 필요하겠지.
두목이 경비가 철통같은 곳들의 도면은 물론 그곳을 탈탈 터는 데 필요한 기술과 인재도 내주실 걸세...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말이야. 계약을 완료하고 증표를 모으다 보면 그런 도움도 받을 수 있다네. - 두목
-
아, 두목. 대단한 사람이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천 개의 얼굴을 지닌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얼굴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어. 꽤 엄청난 명성을 쌓아 올렸지?
나는 솔직히 나 자신이 진실의 감정가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두목에 관해 들은 얘기 중 진실에서만 느껴지는 경이로운 느낌이 담겨 있는 건 하나도 없었어. 하지만...
뭐, 내가 연줄이 좀 있는데. 그 사람들의 연줄이 이 수수께끼의 인물에 대해 아주 충격적인 진실을 알아냈다고 하더라고.
내가 너 같은 도둑에게 아무 얘기나 할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만 얘기해 주지. 자꾸 귀에 들리는 절대 진짜 같지 않은 이야기들 있지? 진짜 진실은 그것보다 더 이상하다고. -
재미있는 사람이지.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야. 이 세상에 태어났던 날처럼 머리털도 하나도 없고. 내가 하는 일이 필요 없는 사람이지. 하지만 그는 대머리이긴 해도 능력 있는 이발사의 가치를 알아본다고.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두목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쿠라이는 조금 다르겠지만, 아무리 증표를 산더미처럼 준다고 해도 별다른 얘길 해주진 않을 거야. 충성심이란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화폐이고, 그녀와 두목에게는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있을 테니까.
나도 뭐라도 좀 알아낼 수 없을까 조사해 봤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밀수범의 대장이었다는 둥, 테오폴리스의 귀족이었다는 둥, 심지어 은퇴한 투기장 용사라는 얘기도 있더군. 그러다가 냄새를 맡은 쿠라이가 내게 더는 두목을 캐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 계속 그러다가는 지난번 이발사와 같은 신세가 될 거라고. 아니, 마지막 이발사가 될 거라고 했던가. 어쨌든, 내게는 늙은 대머리 검투사 겸 밀수범에 관한 소문을 듣는 것보다는 내 목숨과 이 일이 더 중요해서 말이지. -
두목은 어릴 적 대 투기장의 마구간에서 일했다고 들었어. 전차 끄는 말을 먹이고 돌봤지. 그게 첫 번째 일자리였고, 거기서 첫 번째... 음, '작업'을 하게 됐어.
경주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옥타비우스 가문 최고의 종마가 먹을 여물에 뭔가를 넣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해. 당시의 주급과 맞먹는 액수를 받았대. 두목은 그게 독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부탁을 했던 남자가 돈을 건 말에게도 독을 먹였어. 두 말 모두 죽지 않았지만 우승도 하지 못했고, 검투사처럼 튼튼한 말에 급료를 건 두목이 배당금을 차지했어.
물론 그날로 투기장 일을 그만둬야 했지. 남자가 두목을 찾으려고 몇 달이나 마구간을 뒤졌거든. -
원래 범죄자로 살 생각은 없었어. 배우들이 말년에 거지나 도둑이 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내 커리어는 승승장구했거든. 그러다
대가를 바란 욕정으로 고발되어 유배됐지.
우연찮게도, 교양 있는 두목이 내 공연을 몇 번 봤다더라고. 어떤 역할이든 체화해서 단순한 연기가 아닌 진짜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내 능력을 알아본 것 같아. 두목도 젊었을 땐 공연 예술가였다고 들었어. 알다시피 재능을 포착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
두목과 꼭 대사 연습을 해 보고 싶어. 여기선 좋은 소재를 찾기가 힘들지만, 거품에 떠다니는 베스텔의 대사집을 찾았거든. 별로 재미도 없고 여주인공의 무대 모습에 지나치게 치중한 면이 있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쿠라이가 두목의 일정을 관리하는데, 일정이 무기한으로 가득 차 있대. 돈 되는 일이 몇 달 동안 들어 온다고 생각해 봐! 연기자에겐 꿈 같은 일이지... -
두목은 세련된 남자야. 물론 부자가 돼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도둑의 꿈이지만, 어느 정도 부를 쌓고 나면 아마 눈이 다른 데로 돌아가나 봐.
듣자 하니 두목은 굉장히 안락한 삶을 살고 있지만, 더 큰 일에 도전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어느 날 대낮에 테오폴리스 제일은행 금고실에 가서...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대. 옥타비우스 가의 재산이 든 맥시우스 금고와 아배리우스의 보화가 담겨 있던 소형 금고 여러 개를 순식간에 딴 다음 파도가 쓸고 지나간 것처럼 돈을 전부 섞어 놨지. 그리곤 입출금 장부를 찾아서 불을 지르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나온 거야.
물론 은행 측에서 불을 껐지만, 입출금 기록은 사라진 후였지. 그래서 거물 고객들에게 연락해 보관증 사본을 가지고 오라고 했어... 예상했겠지만, 그것도 사라진 상태였대.
두목이 대체 어떻게 그런 일에 성공했는진 알 수 없어. 은행과 고객들은 그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니까. 안 그러는 게 이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