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란의 일지 IV Text Audio /1
이름
사이러스가 입을 다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광기 어린 중얼거림을 멈춘 것이다.

그의 중얼거림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디로 향하든, 어디에 숨든, 어디서 위안을 찾든 상관없이 우릴 찾아냈으니 말이다. 일행끼리 갈라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뱀처럼 머리통을 휘감은 사이러스의 목소리가 다른 생각들을 뒤틀린 형태로 짜부라트리기 일쑤였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신의 속삭임은 들을 수조차 없었다.

지금도 사이러스를 찾아갈 생각이 들진 않는다. 이 감옥에서 벗어나, 오만하고도 불경스러운 캐사리우스에게서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던 죄를 묻고 싶을 뿐이다. 그 후에는 군대를 이끌고 돌아와 아틀라스를 차지해야겠지. 신의 이름을 받들어 건국하는 것만큼 믿음을 내보이는 일이 또 어딨단 말인가? 그다음은 어쩌냐고? 신의 속삭임을 따라야지.

신께서 내게 문을 보여주셨다. 바윗돌과 모습을 드러낼 길을 보여주셨다. 그에 맞는 열쇠만 찾으면 될 일이다.

전지전능하신 분이시여, 제가 당신의 종입니다. 제가 당신의 검입니다. 정신과 육체, 영혼까지 당신의 것이니. 당신께서 바라시는 것들은 모조리 바치겠노라 약조하겠나이다.


축복받은 자,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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