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Text Audio /6 ⍟
이름
숲에서 늑대를 잡아 올 수는 있을 거다. 목줄을 채울 수도 있겠지. 고개를 숙일 때까지 굶길 수도 때릴 수도 있을 테고. 그렇다면, 그 늑대는 개라고 할 수 있겠나?

그럴 리가!

사람도 마음마저 정복된 자만을 노예라고 한다. 자기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믿게 된 사람만을, 영원히 바닥만을 보는 삶을 선택한 자만을 노예라고 한다.

황제의 발에 입 맞추는 왕처럼. 백성들이 거리에서 굶주리는데도 잔과 접시를 들고 연회를 벌이는 왕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내게 국왕 시해를 인정하라고 하더군. 내가 에조미어의 왕을 죽였다고. 그래, 내가 스코테 왕의 마지막 만찬 자리에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왕은 없던데.

내가 본 건 개 한 마리뿐이었어.

- 늑대왕 리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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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라면 악의나 잔인함 따위는 없이 순수함만을 품고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이 다른 이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두려움을 배워가는 과정이라 믿었지.

그런데 가이우스 센타리의 눈에는 분노가 없더군. 증오도 없었어. 젊은이의 순수함에 덧칠된 불의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고통과 슬픔으로 세운 마음의 장벽까지도.

대신 센타리 총독은 나를 시장에 내놓은 짐 싣는 가축으로 여겼지. 나와 동족들을 셈하고 무게를 달아 배분했다. 남자는 광산으로, 여자는 공장으로. 그리고 아이들마저 사안의 길거리로 내몰려 하수구에 물 대신 피가 흐를 때까지 채찍을 맞으며 일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가축보다 나은 대접을 바라며 저항했던 이들은 그 혈육들까지도 함께 가죽이 벗겨져 죽어갔다.

탐하는 이를 두려워하지 마라. 증오하는 이도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이를 두려워하라.

- 늑대왕 리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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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야생화처럼 글라가린의 평야에 수백의 부족들이 색색의 깃발을 올렸다.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이 녹슨 도끼와 사냥용 활로 무장한 채, 필사적인 용기를 돋우며 황제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철과 동으로 빛나는 병사들. 가혹하게 단련된 병사들. 잡다하게 긁어모은 오합지졸들을 상대로 규율과 투지의 방패 벽을 굳게 세운 병사들.

동족들에게 외쳤다. "노래를 할 수도, 호통을 칠 수도, 열변을 토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형제자매들이여, 오늘만은 말 대신 검으로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절벽으로 부닥치는 파도처럼 돌진했다. 저들은 우리를 막고 또 막았다. 푸르던 잡초가 진흙과 피에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노예가 달리 무엇을 하겠나? 광산과 공장에서 오랫동안 죽어갈 것인가, 아니면 동족들의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것인가?

전투의 현장까지 나를 따라와 준 이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에조미어인 세 명이 제국병 하나에 달라붙으며, 용기로써 방패 벽을 찢어내고 녹슨 나무꾼의 도끼로 제국의 한쪽 팔을 잘라냈다.

센타리 총독은 도주했다.

나는 위대한 늑대의 영혼을 불러내어 도망치는 여우의 냄새를 쫓았다. 짧게 끝낼 수도 있었지만, 자비를 구걸하는 괴로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시간을 조금 끌었다.

- 늑대왕 리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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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의 군대와 함께 사안의 성벽을 바라보았다. 나는 치투스와 마석병들에 맞서 싸웠다. 에조미어, 마라케스, 카루이, 심지어 템플러 할 것 없이, 아군의 가장 강력한 이들마저 마석학이 만들어낸 괴생명체에 패퇴하고 말았다.

단순히 강인한 사람으로는 치투스를 넘어설 수 없었다. 이것은 더는 진흙과 피가 튀는 전쟁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는 괴물들을 상대하고 있으며, 저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도 괴물이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돌들의 사이에 섰다. 피와 노래를, 살과 불을 공물로써 바치나이다. 최초의 존재여, 전설의 야수여, 꿈의 공포여. 나 여기서 내 안의 위대한 늑대의 영혼께 울부짖나이다.

대답이 돌아오기를. 내가 지불하게 될 대가가 무엇인지는 안다. 그저 한 남자가 가족들을 위하여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그저 왕이 백성들을 위하여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 늑대왕 리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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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늑대께서 내게 임하셨다. 그분의 심장이 내 안에서 뛰며, 그분의 혀가 내 입 속에 맴돈다. 그분의 송곳니가 나의 턱에서 솟아나며, 그분의 눈이 나의 얼굴에서 보인다.

지금 나에게는 에조미어와 제국도, 왕과 평민도, 주인과 노예도 없다. 오로지 먹잇감만이 보일 뿐이다.

길과 평원의 세계에서, 황제는 쓰러졌다. 노예였던 이들은 자유를 얻었다.

숲과 산의 세계에서, 최초의 존재께선 창세의 순간부터 그러하셨듯 사냥하고 먹이를 드신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의 세상에 있지 않으리라. 내 입술에 사람의 피를 적시지 않으리라.

지금 나는 늑대들의 왕이다.

- 리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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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늑대께선 내게서 과거를 앗아가시며... 더욱더 드높은 존재가 되는 법을 알려주신다.

사람이 왕이 됨은 치세 동안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사람이 신이 됨은 영원토록 뭇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

그리하여 끝없는 사냥이 시작되는구나.

숭배 의식으로 인하여 이빨과 뼈, 가죽과 발톱에 최초의 존재들께서 묶여 계신다. 나는 이렇게 흩뿌려진 부적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하여 끝없는 사냥이 시작되는구나.

고대의 유산을 훔쳐 간 도둑들을 뒤쫓으리라. 최초의 존재들을 타락한 이들의 손에서 떼어내리라. 내가 가져야 할 힘을, 내가 휘둘러야 할 힘을, 에조미어의 이름 아래 있어야 할 힘을 되찾으리라.

그리하여 끝없는 사냥이 시작되는구나.

- 리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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