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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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템플러
  • 몰락한 성소는 번영하던 레이클라스트의 흔적 같은 것이야.

    돌에 새겨진 문양을 본 적 있나? 성표라고 불리는 물건인데, 템플러가 무언가를 알릴 경우에 사용했지. 오리아스의 선조들은 성표를 밤새 깜빡이는 횃불처럼 여겼네. 영감과 평온의 상징 같은 것이었지.

    안타깝게도... 이제는 빛나지 않네마는.

    에라미어, "몰락한 성소 유적"

  •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신실하다고 믿었지만 그러한 신념은 곧 억압이 되었다.

  • 템플러의 우두머리 역시 가면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엘레온? 나와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Riker Maloney, on being betrayed by Elreon

  • 템플러들 중 비밀스러운 소수는 다른 이들의 죄를 떠맡음으로써 죄를 사한다.

  • "죄악을 먹는 자들의 역사는 비밀과 수치에 가려져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진실을 갈구하지. 밝히는 데 수백 년이 걸리더라도 말이야."

  • Innocence & the First High Templar
  • 정화의 징표라... 예전에 파이어티가 연구해보라고 줬던 성표가 새겨진 지팡이 말이로군. 이노센스가 초대 고위 템플러였던 막사리우스에게 하사했던 물건이었지. 정화의 징표에 손을 댈 수 없었던 도미누스는 그걸 납골당에 보관해뒀지만 말이야. 그런 가공할 지성을 가진 이가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는군.

    정화의 징표는 기운을 인도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물건이었어. 하지만 타락한 기운을 주입하니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지. 신성한 기운에만 반응하는 모양이더라고. 타락과 신성은 완전히 반대되는 힘이었으니, 내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정화의 징표가 이노센스의 힘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와 반대되는 짐승의 기운을 지녔던 도미누스가 손을 대지 못했던 이유도 설명이 돼.

    하지만 당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바일렌타, "정화의 징표"

  • 정화의 징표는 망자들이 잠든 템플러의 납골당 깊숙한 곳에 있다.

    이노센스는 그 잔혹하고도 위험한 무기를 위해 자신의 피를 흘려야 했지. 루비처럼 붉은 피로 담금질한 지팡이는 그렇게 처벌과 정화에 최적화된 도구로 거듭났다. 정화의 징표는 정의의 화신이나 다름없다. 그 정의가 내 형제가 내세우는 조금은 미심쩍은 정의이긴 하지만.

    이노센스는 가장 신심이 깊고 재능있던 초대 고위 템플러를 찾아가 정화의 징표를 하사했다. 필요의 순간에 쓸 수 있도록 말이다. 오직 이노센스의 신자들만을 위한 것이었지. 전 인류의 안녕 따위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으니까.

    씬, "정화의 징표"

  • 정화의 징표라고? 어디 보자. 순결한 자의 피로 적셔진 지팡이... 아, 미안해. 이노센스 님의 피에 적셔진 지팡이였군. 맞아. 이노센스께서 지팡이에 자신의 일부를 담아 템플러에게 내리신 물건이야.

    사관 후보생이던 옛날 옛적에 그에 관한 서적을 읽었던 적이 있어. 지루한 내용은 대충 넘겼던지라, 고위 템플러 막사리우스의 '신성한 빛의 불길로 믿음이 없는 자들의 군대를 내리쳤다'는 이야기 정도만 기억나는군. 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어.

    나의 이 몸을 제외하면, 이제 이게 이노센스께서 남기신 유일한 물건이겠지.

    배넌, "정화의 징표"

  • "종교 창립 초기에, 이노센스는 추종자들에게 자기 피를 마시고 영생을 누리라고 했어.
    그의 고대 영액에 그 힘이 들어 있다면, 죽은 자를 부활시킬 수도 있었으면 좋겠어."

  • The Karui Slave Trade (CA. 1320 IC)
  • 카루이가 믿는 내세가 무엇이든 간에 거기서 투코하마가 돌아온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저놈들이 불쌍할 지경이군. 카루이의 역사는 곧 고난의 역사였지 않나.식민 지배에, 노예화에, 전쟁에서는 졸로 쓰이고, 이제는 자기네 신에게 죽어서도 고통받다니.

    이래서 내가 신을 믿지 않지. 나쁘기로는 다들 매한가지거든.

    타클레이, "카루이 망령"

  • 자, 심호흡을 해봐. 착취와 학대로 점철된 악취를 맡아보란 얘길세. 그래, 마세우스 라이온아이가 카루이를 처음으로 잡아왔을 때부터, 이 수용소는 우리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위대한 '제국의 영웅'이라는 작자들이 알고 보니, 역사적으로도 손꼽히는 노예상이었다 이 말씀이야.

    그 사람만이 아니었어. 지그문트 페어그레이브즈 선장도 카루이 아이들의 등을 채찍질해서 그 많은 탐험의 자금을 모았으니까. 고위 템플러 도미누스 역시 가장 최근에 이런 끔찍한 거래로 돈방석에 앉은 사람일 뿐이야.

    오리아스의 부는 카루이의 가난 위에 세워진 거라고. 결국 오리아스의 황금은 영원히 카루이의 피로 물들어있을 걸세.

    우툴라, "노예 감호소"

  • 여긴 마세우스 라이온아이가 카루이와의 항쟁에서 보급처로 사용하려고 세운 곳일세. 당시의 라이온아이 초소는 중무장한 소규모 군단병으로도 주둔지를 방어할 수 있었지.

    지금은 어떻냐고? 나무 몽둥이에 녹슨 손도끼나 들고 있는 굶주린 범죄자들뿐이네.

    타클레이, "라이온아이 초소"

  • 카루이가 페어그레이브즈 너를 기억하마. 네 죽음은 길이 남을거다.

    머라우더

  • 제국의 몰락에 대해서 역사 학자들은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요. 정화 봉기 이후로, 카옴 왕은 오리아스를 봉쇄하고 본토와의 모든 거래와 교신을 막아 버렸죠. 카옴이 침략을 계획한다는 말도 있었어요.

    카루이가 물러나고 나서야 봉쇄가 풀렸지만, 그때는 정작 레이클라스트의 소식을 전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요.

    클라리사, "대재앙"

  • 대재앙 (1336 IC)
  • This could've been Oriath, yet The Cataclysm didn't reach across the sea. Why not?

    Scion, on the Slums

  • Daresso & Merveil (CA. 1450 IC)
  • 열 세살 무렵, 칼날을 집어들고 짐승을 사냥하며 역겨운 자들의 놀잇감이 되었다. 열 다섯살 무렵, 놈들이 나를 같은 처지의 인간과 싸우게 만들었다.

    몸집은 나의 두 배는 컸지만, 머리는 두 배는 어리석었던 백정이 상대였다. 녀석을 비롯한 여러 상대들을 그렇게 한 사람씩 도륙해가며 내장이 흘러넘치는 구덩이를 빠져나와 대 투기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거기라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와 마주쳤으니 말이다. 그게 바로 머베일이었다.

    명판, "읽기"

  • 한 번의 움직임으로 한 놈을 둘로 갈랐어. 그리고 한 번의 발길질로 다른 놈을 날려버렸지.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환호가 울려 퍼지더군. 내가 저들의 우상이라고!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난 언제나 최고여야 했어. 아무도 내게 비견될 수 없었지. 다레소라고 하는 작달막한 도전자 놈도 이 바르쿨 님의 힘 앞에서는 예외가 되지 못할 거야.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테오폴리스의 대 투기장을 찾아온 그대를 환영한다. 여긴 삶의 목적이 되어준 머베일 아가씨를 처음 만났던 장소였어.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우리의 영감이야. 그대는 뭘 위해서 싸우나? 수백에 달하는 전사가 내가 가진 칭호를 빼앗으려고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승리는 실력을 지닌 자가 아니라, 야망을 지닌 자의 것이기 때문이었지.

    Daresso, on The Grand Arena

  • 대 투기장의 모래밭에 무릎 꿇은 나는 최후의 일격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치켜뜨고 죽음과 마주할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머베일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두 눈과 시선이 얽혀들었다. 그녀 역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대로 공격을 피해낸 나는 단검을 빼앗아서 상대방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그때까지는 싸움이란 생존에 직결된 문제였다. 죽느냐, 죽이느냐를 결정하는 본능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명판, "읽기"

  •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아는 것. 공격을 받아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것. 나보다 빠른 자의 허를 찌르는 것, 나보다 똑똑한 자를 속이는 것, 나보다 강한 자를 짓밟는 것. 자, 이것들이 왕관을 차지하려면 필요한 것들이라네."
    - 검의 제왕 다레소

  • 전대의 검의 제왕은 나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다. 하지만 머베일 아가씨를 보자 나는 내게 다른 선택지는 사라졌다. 오늘은 죽을 수 없었다.

    모든 공격을 쳐내고 온 힘으로 공격하자 그 놈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매 검격의 충돌이 내 팔에 쌓여갔다. 상대의 표정을 관찰하던 찰나에, 그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한 시간이나 걸리긴 했지만 작전은 성공이었다.

    타들어가는 고통과 엄습해오는 무력감 속에서 나는 흔들리는 칼날 속으로 뛰어들어 거인의 목을 잘랐다.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지는 않았다. 그저 모래밭에 무릎을 꿇고는, 머베일 아가씨를 바라보며 청혼하였다.

    그날 이후로 내 머리에는 검제의 왕관이, 내 손가락에는 영원한 사랑의 반지가 자리하게 되었다.

    명판, "읽기"

  • "그대의 심장을 내 심장에 묶는
    영원의 맹세를 바칩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끈입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 다레소, 그의 연인에게

  • 난 원칙상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아. 누가 끼어들어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되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그 원칙을 깨야 해. 네... 네-... 윽. 이 말을 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네도움이필요해. 자. 말했다.

    나는 유배되기 전에 상당한 명문가 출신 남자와 연인 관계였어. 우린 그 사실을 숨겼고, 남자는 부모님의 반응을 떠보고 있었지. 귀족이 소위 '상것'과 가까이 지내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니까. 내가 갑판 밖으로 던져져 본격적인 유배 생활을 시작하기 며칠 전, 그가 내게 청혼했어.

    미친 짓이라는 것도, 아마 불가능할 일이라는 것도 알지만, 난 진심으로 그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그의 성만 따라도 과거를 청산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드레스가 필요해. 머베일과 다레소는 결혼식에 굉장히 공을 들였어. 머베일은 지금껏 교회당에서 결혼한 이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하지. 드레스 뒷자락을 드는 데 여섯 명이 필요했다고 해. 그 드레스를 갖고 싶어. 그 드레스가 필요해.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걸 입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그러니까 드레스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줘. 알겠지?

    밤도둑 툴리나, "웨딩드레스"

  • 쇠창살을 앞에 두고
    다레소는 자신의 이름을 환호하는 이들과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의 품을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열리게 될 축하연을 떠올렸다.
    하지만 창살이 올라가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투쟁만이 남게 되었다.

  • 역사서에는 대담한 다레소가 무릎을 꿇은 채로 머베일에게 목걸이를 바쳤다고 적혀 있더군. 레이클라스트에서 가져온 목걸이가 목에 걸리는 순간, 머베일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지. 그 달콤한 목소리는 오리아스에서도 가장 크다고 손꼽히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으며, 가장 차가운 마음에도 온정을 불어넣는 힘이 있었다던데.

    하지만 이내 머베일은 변해가기 시작했어. 노래가 뒤틀리면서, 정신과 육체도 함께 뒤틀렸다나. 그럼에도 달콤한 목소리만큼은 여전했고 말이야. 레이클라스트에 잠든 힘들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머베일의 목걸이를 손에 넣는다는 건, 사이렌의 목소리 역시 손에 넣는다는 거야.

    페어그레이브즈 선장, "머베일의 목걸이"

  • 다레소는 내게 마석을 건네며 입을 맞췄고 영원히 내 곁에 있겠노라 약속했어. 그래서 그를 위해 노래를 불렀지. 목에 걸린 마석에 대고 오리아스를 위해 노래를 불렀어. 칼리사의 마석으로 칼리사와 같은 목소리로...

    내가 노래하는 칼리사의 목소리가 제국이 눈물을 흘릴 만큼 대단한 아리아가 되었어. 꿈속에서도 칼리사의 자장가가 들려왔지. 그렇게 그녀의 노래에 내 모든 것을 바쳤던 거야. 정신을... 그리고 육체마저도.

    다레소는 칼리사에게서 나를 자유롭게 해주겠다며 내 곁을 떠났어. 나는 가지 말아달라고 빌었지. 변한 내 모습의 굉장함과 곧 만나게 될 사랑스러운 딸아이들을 생각하라면서 말이야. 하지만 다레소는 알아주지 않았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 그렇게 모두에 대한 미움으로, 난 도망친 거야.

    다레소가 돌아오면 구해온 치료제는 내버려야지. 그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알려줘야지.

    젖어있는 일기, "읽기"

  • 다레소잖아! 나의 다레소가 내게 돌아오고 있다고! 노래를 불러야겠어. 이쪽으로 오도록 말이지. 어서 와, 내 사랑. 내게로 와 줘. 마침내 영원히 함께하는 거야.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아냐, 돌아가! 내 노래를 듣지 마! 바위에 부딪혀 죽게 될 거라고! 돌아가...! 돌아가... 제발 돌아가...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머베일에 관해 궁금하다면, 선박들의 무덤에 있는 해적선을 살펴보게. 머베일도 여느 어미 새처럼 먹여 살려야 할 자식들이 있으니 말일세.

    타클레이, "머베일"

  • 사실대로 말하자면 조금 머쓱하긴 한데...

    난 내가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 온 바다가 나를 보고 떨었던 젊은 시절로 말이야. 그런데 문제가 있었지. 뱃놈 자식들이 아무도 날 기억하지를 못하더라고. 배 좀 탄다고 하는 젊은 놈들이 내가 누군지 감도 못 잡다니! 그래서 뭐 머베일을 처치한다든가 하는 대단한 업적이라도 다시 세우면 나를 다시 존경해줄까 싶었던 게 사실이야.

    굳이 여기까지 말해야 하나 싶다만, 망할 계집이 보기보다 상당히 세더구먼. 딱 한 번 실수했을 뿐인데 검은 물마루 호가 어느새 해변에 부서져 있지 뭐야. 거기다 나는 산 채로 잡아먹히고 있었고...

    뼈에서 근육을 하나하나 발라내던데 딱히 볼만한 광경은 아니었어.

    웨일럼 로스, "머베일"

  • 어서 와, 여보. 결국은 찾아올 줄 알았어. 이리로 와, 다레소. 암브로시아와 아마릿사에게 아빠가 왔다고 알려줘야지. 얼른 와, 내 사랑. 가족과 재회할 때야.

    선원의 가죽, "읽기"

  • 다레소 말이야? 페타루스에게 소식을 전해들었어. 덕분에 골치 아픈 의문이 생겼지.

    죽은지 백 년이 넘은 사람을 하이게이트 최심부에 머무는 악몽의 군주로 거듭나게 만든 방법이 대체 뭘까라는 의문 말이야.

    카옴과는 달리, 다레소는 지나간 흔적조차 남기질 않았어. 산 주변에 남아 있는 발자국이라면 우리가 전부 확인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입구가 존재하지도 않아. 육체가 지나갈 만한 입구라면 말이야.

    데쉬렛에 이어, 다레소까지... 정말로 골치가 아프다니까.

    오연, "다레소"

  • 페타루스: 다레소가... 이 산 속에 있다고?

    반야: 검의 제왕이었던 다레소 얘기하는 거야?

    페타루스: 그런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어떻게 거기에 들어갔지? 부인이었던 머베일의 치료제를 찾으려고 150년 전에 오리아스를 떠난 사람이잖아. 산에 들어가려면 마라케스와 싸웠어야 하는데... 오연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어.

    반야: 살아서 들어간 게 아닐지도 몰라.

    페타루스: 그게 무슨 소리야?

    반야: 여기는 디알라처럼 죽은 자들이 수백 년을 살아 움직이는 곳이잖아.

    페타루스: 어디선가 죽었다가, 짐승의 손아귀에 넘어갔단 얘기야?

    반야: 그럴 수도 있단 거지.

    페타루스: 짐승이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다면... 데쉬렛이 산을 봉쇄할 필요도 없었던 거잖아.

    반야: 그러게 말이야.

    페타루스와 반야, "다레소"

  • The Beast eats the souls of its prey, devouring their very life force. Those consumed become a part of the creature, existing forevermore as a thrall of twisted nightmare. This fate befell many of Wraeclast's most legendary figures.
    Daresso the Sword King - A peerless gladiator, the best the world has ever seen. Daresso ascended from humble orphaned slave beginnings to the pinnacle of gladiatorial glory. Driven by a mad hope to purify his lost love Merveil, he abandoned reason and caution. Daresso's living nightmare chronicles the arc of his pitiable legacy, a story of loss, desire and reckless ambition.

    https://www.pathofexile.com/theawakening/actfour

  • 알고 있잖느냐, 바퀴벌레가 아닌 자여. 이 몸이 제 역할을 다해 휴거 장치를 작동시켰다면, 짐승은 그 자리에 존재치 못했을 거다. 하지만 내 이기심이 짐승을 간지럽혀, 놈이 이 세상을 웃음거리로 만들었구나.

    여기 홀로 남아 있으면서 오랫동안 자문했어. 휴거 장치가 마석 여왕을 희생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그러다가 그 장치가 군침을 흘릴만한 게 따로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 눈알로 만든... 수프 같은 것 말이다.

    우릴 만들어낸 마석인 광분과 갈망이라는 이름의 눈알이면 되겠지.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딨을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짐작 가는 데가 있으니까.

    그중 하나는 학살의 군주였던 카옴이 가지고 있다. 아직 살아남아, 악몽의 회랑에서 망상 속에 고통받고 있는 자에게 있는 거지. 광분에 휩싸인 자니, 광분의 마석을 가지고 있을 거다.

    하나 남은 갈망은 검의 군주, 다레소가 가지고 있다. 아아, 몰랐나 보군? 그 역시 살아남아, 갈망의 저주를 견뎌내고 있단 얘기야.

    그럼 가 봐라, 바퀴벌레가 아닌 자여. 휴거 장치를 일깨우고, 흉측한 짐승을 끝장낼 황실의 보석을 나에게 가져오거라.

    디알라 부인, "휴거 장치"

  • High Templar Venarius
  • 어린 시절의 겨울은 냉혹하기 짝이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어머니의 인정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리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 잔혹한 진실이 속살을 내보이면서, 나는 행복한 어린 아이일 수 없었다.
    아이가 무지하게 남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나는 싸운다.

  • 제복을 입은 남자가 방문했다. 법정에서 온 사람이다. 그는 템플러에서 우리 어머니 같은 과부들을 위해 구호금을 준비했지만, 이를 받으려면 직접 가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당도했다. 난 정원에서 기다렸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얼마나 더 여기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뒤쪽에서 어머니가 오신다. 어머니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으며, 옷은 찢어진 상태였다. 내 손을 잡아주시지만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진 않으셨다. 그렇게 말없이 집으로 걸어왔다. 침대에 눕자 어머니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는 그 뒤로도 장난감과 음식을 들고 자주 왔지만, 나는 그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사람들이 길을 따라 오리아스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환호에 홀려 어머니 몰래 그 흐름에 합류했다. 쳐 놓은 울타리 바로 저편에, 내 또래의 카루이 소년이 교수대 위에 서 있었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목에 건 판자를 보니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힌 아이였다.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속으로 맹세해 보지만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밧줄이 팽팽해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 왔다. 난 그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을 뿐이었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노숙자들 그 자체보다도 악취가 더욱더 진득하게 내게 달라붙는다. 굶주렸음에도 이들이 서로에게 달라붙는 힘은 놀랍기까지 하다. 교회 사람들이 그런 비루한 몸뚱이들 사이에 갇혀 있는 나를 철창에 가둔다. 내 비명은 철장 속에서 공허히 울릴 뿐이었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난 저쪽 사람이 아니라고! 내 말 안 들려? 난 마라케스 사람도 아니고, 노숙자도 아냐! 죄를 짓지도 않았고! 저 배는 내가 탈 배가 아니라는데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데?!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나는 사랑하며 사는 삶을 희생하여 책임감에 짓눌린 삶을 살았다.
    그리하여 그녀와, 이와 같은 다른 이들은, 안전할 수 있으리라.

  • 이제 확실히 기억났어. 나는 템플러였지. 그래, 아이일 적의 나는 템플러들이 오리아스 광장을 가로질러 행진하던 모습을 보곤 했어. 결국 자라서 템플러의 망토를 두르던 그 날의 만족감이 지금도 느껴지는군... 그 모든 고통과 희생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 선을 위하여... 인류를 지키기 위하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하여...

    잊혀진 영혼 카바스, "카바스의 과거"

  • 평화를 찾겠노란 맹세 속에 담겨 있었구나.
    메아리치는 대리석 회랑에서 목소리를 찾았고
    신도들 앞에서 목적을 찾았나니.

  • 법정이 불타오른다. 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죄인이다! 이단이다! 신참에 지나지 않는 내게 후원자는 잠자코 있으라 지시할 뿐이다. 고위 템플러가 바뀔 때까진 머리를 숙이고 있어 주마. 후원자가 속삭이듯이 결국은 권력이 전부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겐 아무런 권력도 없지.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고발이라도 당한다면, 우리는 다른 죄인들과 함께 죽음이라는 운명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드러내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 후원자는 속삭이고 있다. 권력을 추구하면서 인내할 줄 모르면 이렇게 되는 거였군. 그날 나는 하나의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 힘없는 신뢰는 나약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이건 베나리우스가 온 생을 다해 권력을 추구하기로 결심한 기억이었어요.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순간이었죠.

    지도의 대가 자나, "__reaction__"

  • 판사는 상대의 훌륭함을 판단하기 위해 모범이 되는 이를 줏대로 삼는다. 바로 자기 자신을.

  • 나는 무고한 이를 화형대 위에 세웠지만, 실수를 인정한다는 건 나 자신에게 유죄를 내린다는 것이었다.
    그저 더욱 노력하는 수밖엔.

  • 지엄한 법규가 없다면 인류의 파괴적인 면모에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아름다운 모두의 공간과 병자와 빈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편익이
    모조리 무너질 테니 말이다.

  • 성스러우며 확고하다고 생각되었던 존재는
    부득이하게도 순식간에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절충에서 비롯된 존재는 현세의 변덕에 취약하기만 할 뿐.

  • 부하들이 끝없이 내 주위를 맴돌며, 가장 작은 약점이라도 찾아내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를 갈기갈기 찢어내려 한다.

  • 그래, 나는 템플러였어. 헌데 남몰래 템플러를 경멸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야. 템플러가 잔혹한 탄압을 즐기는 병든 단체라는 걸 알아챈 탓이지. 이봐, 그럼 나도 추방당했던 걸까? 나의 이러한 분노를 상급자들이 좋게 받아들여 주지는 않았을 텐데. 뭐 생각은 생각으로만 두고 조용히 생활했을지도 모르지. 근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행동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 같거든.

    그래,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잊혀진 영혼 카바스, "카바스의 과거"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지. 이제는 아무도 그 저주받은 땅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 덕분에 우리 쪽 밀수업자들이 제국의 강력한 유물을 찾기는 더 쉬워졌지만.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마석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아. 하지만 말라카이가 자신의 '뮤즈'라고 했던 게 무엇인지는 아는 게 없어. 밀수업자들이 무슨 장치의 탁본을 구해왔다던데. 이건 정말 '기적'이라면서 말이야. 기적이라면 소양이 좀 있으니 직접 보고 판단해 봐야겠군.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무슨 일이지? 내가 신과 교감하는 도중에는 방해받기 싫어한다는 거 알잖나... 그게 여기 있다고? 당장 연구실로 가져가게. 그 목숨 부지하고 싶으면 다시는 나를 방해하지 말도록!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상자의 내용물을 살피자 흥분이 차오른다. 이 낡은 조각들은 여전히 힘으로 가득하다. 그 잠재력을 느낄수록, 내 마음은 희망과 공포로 가득해진다. 나는 이걸 조립할 능력이 안 되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알지. 조금만 압력을 가하면 될 거야...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The Elder and its Dreamlands
  • 키타바가 온 도시를 헤집어놓기 직전, 템플러 무리는 도시 지하에 수많은 유물을 숨겨뒀어요. 멀쩡하게 남아 있던 신정 국가의 잔재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던 거겠죠.

    이제 그 장막을 걷어낼 때가 온 것 같아요. 여기서 멀지 않은 템플러 실험실에 거기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있을 거예요. 어렸을 적에 아버지께서 거기로 절 들여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항상 일에 치여 사시던 분이었거든요.

    그리로 가보세요. 당신이 봐야 할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지도의 대가 자나, "소개"

  • 나는 테오폴리스에 위치한 오리아스 학회의 기록관이자, 고위 템플러 베나리우스의 심복인 발도 캐사리우스라고 한다.

    당금에 닥친 공포에 대해서 기록하다 보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기록을 남긴다. 얼마 전, 나는 수리를 부탁한다면서 기묘한 장치를 넘겨받았다. 레이클라스트의 폐허에서 발견된 순금으로 만들어진 장치였다. 어두침침한 비밀을 간직한 물건처럼 보였지만, 고위 템플러는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장치를 복원하여 무기화하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의뢰를 받을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장치를 수리하는 몇 주 동안 다섯 살 난 딸아이가 악몽을 꾸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 때는 딸아이도 엄마를 잃었으니 힘든 시간을 겪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징후였다.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명령을 거부하는 방안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래봤자 결국은 신념을 꺾고 악의와 탐욕으로 가득한 그의 지시를 따랐지만 말이다. 안타깝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위 템플러와 대치했던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이 세상에 남아있는 자들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의 책, "1장"

  • 기억이 흐릿하기만 하네요. 아버지는 고위 템플러 베나리우스의 수석 기록관이셨어요. 참으로 잔혹하고도 옹졸한 작자였죠. 베나리우스는 레이클라스트의 폐허에서 발굴해낸 유물로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우러러볼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아버지는 지도 장치를 시험해보라고 강요를 받았어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거였죠. 아버지는 지도 장치가 그보다 훨씬 유용하단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래서 베나리우스에게 넘겨주기보단 힘의 오용을 막는 데 열을 올리셨죠. 덕분에 아버지는 자유를 잃었고, 저는... 유년시절을 잃게 된 거죠.

    지도의 대가 자나, "소개"

  • 해체된 장치가 작업대 위에 올려져 있다. 부끄럽게도 이 장치의 존재 목적에 관하여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조그마한 조각들에만 신경을 썼을 뿐, 하나로 완성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소름 끼치는 공포가 날 덮치는 그 순간까지 어떤 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했을 따름이다.

    어떤 유물인지는 몰라도 다시 작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당 부분을 복원해냈지만,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부품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부품 말이다. 장치를 작동하는 데 필요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부품의 생김새를 섣부르게나마 상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에서 막 깨어나 아직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었다. 답을 찾아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유하다 보니, 이제껏 해본 적 없는 일에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 장치의 밑둥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기억의 책, "2장"

  • 참으로 아름다운 곳에서 잠이 깼다. 오리아스의 잿빛 하늘과는 다르게, 그저 푸른 하늘이었다. 새들은 아름답게 지저귀며 창공에서 날개를 푸득였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내 얼굴을 어루만졌고, 기다란 잔디가 장난스럽게 내 몸뚱이를 간지럽혔다. 어디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문득 작업대에 자리 잡은 채로 작동하지 않는 그 장치가 이 세계와 관련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여기에 혼자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길다란 잔디가 자라난 들판을 돌아다니며 수풀 속에서 평화를 만끽하다가 또 다른 방랑자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쉐이드였다. 형체를 갖춘 연기가 무어라 속삭였지만, 주변의 초목 때문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킨 쉐이드는 언어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그것이 말하려는 생각과 심상, 색조, 감정이 갈라진 틈새에서 튀어나오는 물줄기처럼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쉐이드는 자신의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며 어쩌다가 이곳까지 왔냐고 물었다. 어떻게든 대답을 하고 싶던 나는 오리아스나 딸아이, 날 여기로 끌어들인 매개체로 추정되는 기묘한 장치에 대한 정보까지 자진해서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기억의 책, "3장"

  • 또 다른 기억의 조각이군요. 꿈의 세계가 요부처럼 아버지를 유혹했던 거였어요. 아참, 미안해요. 이걸 드렸어야 했는데...

    지도의 대가 자나, "소개"

  • 사냥을 준비하는 사자의 인내로
    그림자는 학자를 주시한다.

  • 깊은 생각에 잠긴 쉐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쉐이드는 장치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쉐이드는 그 장치가 현실과 꿈을 오가는 통로였지만, 악당과 도둑의 손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고 했다. 장치를 다시 찾게 되어서 기쁘다며 사라진 마지막 부품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도 말했다.

    실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두 세계를 잇는 통로를 만들어 이 땅의 좋은 점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오리아스에 새로운 황금기가 찾아오리란 생각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고위 템플러 베나리우스의 치세에서 살아갈 딸아이의 미래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쉐이드는 언젠가 때가 되면 호의에 보답해달라는 얘기만 했다.

    서늘한 풀밭에서 따사로운 햇빛을 쬐며 누워 있던 나는 또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꿈의 세계에서 벗어나 차갑고 텅 빈 어둠이 내려앉은 연구실에서 깨어났다.

    기억의 책, "4장"

  • 몇 주가 지났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를 반복했다. 나는 밤마다 기묘한 장치의 밑둥에서 잠이 들어 또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꿈의 세계에 발을 들이밀었다.

    잠에 빠져든 동안, 나는 이 기묘한 세상의 방식을 배우려 쉐이드의 제자를 자처했다. 그렇게 상상했던 무언가를 형상화하고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웠고, 이내 마치 마석학의 극의에 달한 것처럼 허공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 식으로 마음을 다스리던 나는 쉐이드의 지시에 따라 사라진 부품을 다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토록 변화무쌍한 보물을 현실 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다니, 참으로 흥분되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오리아스에서 고위 템플러 베나리우스와 만날 때에는, 거짓말을 섞어가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 주제넘게도 내가 찾아낸 힘에 대해서 밝히기가 싫었다. 꿈의 세계는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로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딸아이에게도 밝힐 수 없는 그런 비밀 말이다.

    기억의 책, "5장"

  • 마침내 이 위대한 장치의 사라진 부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고대부터 전해지는 지도의 신비스러운 모습이 담겨 있는 기이한 형태의 부품이었다. 바로 그 순간, 쉐이드가 전에 베풀었던 호의에 보답해 달라고 청했다.

    갑자기 왕의 신분으로 꿈의 세계를 통치하던 쉐이드의 과거가 선명하게 보였다. 아름답고도 고귀한 왕국에 드리웠던 그림자 역시 눈에 들어왔다.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종자들이 만들어낸 부패의 감시자라는 종파가 쉐이드를 파멸시키려고 들었다. 꿈의 세계를 지배하는 데 눈이 멀었던 그들은 왕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할 수 있는 강력한 칼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육체를 돌처럼 굳어가게 만들어, 영혼이 자신이 다스렸던 땅을 떠돌게 만드는 저주를 내렸다.

    참으로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이토록 겸손한 존재에게 어찌 그런 시련을 내린단 말인가? 그 악당들은 지금 어딨지? 장치를 훔쳐서 달아났던 이들이 바로 그 악당들이었나? 두 개의 세상을 이어주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고, 장치를 망가뜨린 범인도 그들이었던가?

    쉐이드는 날 어둠으로 뒤덮인 숲의 깊숙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잊혀진 동굴의 심연에 자리 잡고 있는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을 보여주었다. 조각상은 환상 속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생긴 검에 꿰뚫려 있었다. 소름이 끼치는 형상이었다.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웠다. 조각상이 묘사한 생물, 난폭하고 혐오스러운 형체를 지닌 그 무언가가 나무와 뼈로 만들어진 고대의 제단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윽고 쉐이드가 뒤쪽에서 다가왔다.

    기억의 책, "6장"

  • "가슴팍에 꽂힌 검을 뽑아다오." 쉐이드가 내 마음 속으로 자신의 생각과 심상을 투영했다. "검을 뽑아서 날 자유롭게 해주오." 쉐이드의 부탁을 들어주려던 바로 그 순간, 거대한 공포가 날 감쌌고 처음으로 의구심이란 감정이 생겨났다. 방금 말을 걸어온 게 저 괴물이면 어떡하지? 그대로 멈춰선 나는 쉐이드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구하기 위하여, 두려움을 억누르고 그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자그마한 저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쉐이드는 분노를 쏟아냈다. 격노한 상태로 붉게 타오를 정도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의사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누군가를 죽이고 상처 입혀야 한다는 생각이 밀려 들어와, 이내 내 정신을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내가 그런 짓거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끔찍한 짓을 하는 모습이 말이다.

    두려움에 질려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동굴에서 빠져나와 어둠이 내리깔린 숲을 내달리면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그 존재를 맹신했던 자신을 욕했다. 결국에는 자포자기해서 버려진 여우굴 속에 몸을 숨기게 되었고 말이다. 여전히 분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쉐이드는 날 찾아헤매고 있었다. 어둡고 축축한 땅굴에 몸을 숨긴 나는 두려움과 역겨움에 파르르 떨며 숨죽여서 울어야 했다. 다시 한 번 잠에 빠져들어서 연구실로 돌아온 그 순간까지 말이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나는 한밤중에 길거리를 내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방으로 뛰어들어서 잠에서 깬 딸아이를 힘껏 안아주었다. 아마 고개를 내저으며 눈물을 흘렸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는 널 해치는 일이 없을 거라고 되뇌이면서 말이다.

    기억의 책, "7장"

  • 여우굴 속에서 끔찍한 시간을 보낸지도, 쉐이드가 본모습을 드러낸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두려움이란 덩굴이 내 살점을 더 강하게 옭아매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서재에 틀어박혀서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서적들을 읽어내린다. 내가 도망쳤던 괴물로부터 가족을 지킬 수 있을 만한 비술에 관련된 지식을 찾으면서 말이다.

    사실 희망을 거의 내려놓은 상태였기에, 쉐이드나 "꿈의 세계'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오늘 아침, 존경해 마지 않는 학자인 에라미어로부터 소포가 당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보내준 양피지와 서적을 탐독한 끝에 나는 쓸만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부패의 감시자는 먼 과거에 우리의 세계에도 존재했으며, 나는 그들이 남긴 유물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들이 남긴 역사의 진실은... 정말이지 뭐라 표현할 수 없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지금에도 스스로가 망설이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기록관이니, 그 사실 또한 남기는 게 옳지 않겠는가.

    기억의 책, "8장"

  • 부패의 감시자들은 쉐이드를 엘더라고 불렀다. 자신을 인식하지조차 못했던 때에 망각 속에서 태어난, 악의에 찬 광기에 사로잡힌 존재라면서 말이다. 본래는 추상적인 관념에 불과했지만, 엘더는 어느 순간 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는 우리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었다. 녀석은 사냥터로 쓸... 혼돈에 가득 찬 은밀한 세계를 유리 구슬처럼 빚어냈다. 내가 찾아갔던 꿈의 세계가 바로 그 "유리 구슬"이었으리라.

    엘더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이 세계로 왔다. 싱싱한 먹잇감을 좋아했기에, 꿈 속에서만 나타나는 귀신이 되어서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가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녀석은 그림자의 왕국으로 끌어들인 아이들이 꾸는 악몽 속에서 연회를 펼쳤는데, 그들의 상상력은 엘더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게 살아가던 엘더는 무언가를 성취해내려 들기 시작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야 할... 진짜 이유를 찾은 것이다. 그렇게 녀석은 시공간을 초월한 망각이자 부패라는 자신의 본모습을 깨달았다.

    맙소사... 이렇게 글을 써내리는 순간에도, 손이 계속해서 떨려온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서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녀석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부패의 감시자가 두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엘더에게 별의 탄생이라는 검을 꽂아넣어서 고통의 왕국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육체로부터 영혼을 분리하여, 영원한 안식을 선사하게 만드는 무기라니... 엘더는 먹잇감으로 삼았던 아이들이 만들어낸 악몽의 잔재 속에 갇혀 있다. 지독한 쇠사슬에 붙들린 채로 굶주린 채로 사냥에 나서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엘더가 남긴 육체는 돌 속에 갇힌 상태지만 그 영혼만큼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내가 마주쳤던 것도 그 영혼이겠지. 다른 사람이 꿈의 세계로 가서 그 쉐이드와 마주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이 베나리우스라면... 엘더는 나와의 만남을 통해서 다시금 갈망이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엘더가 자유를 되찾기 전에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기억의 책, "9장"

  • 사람들은 그 마귀가 감옥에 갇혀
    늙어 죽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의 손길이 닿질 못하는구나.

  • 육신은 돌 속에 갇혀 있으나
    정수는 무한한 세상을 떠돌며
    배우고 준비하는구나.

  • 아버지는 "엘더"의 소굴에 사로잡히기 전에도 놈을 만났던 적이 있었나 봐요. 최근에 남긴 기록에는 녀석에 대해서 알아낸 점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부패의 감시자가 남긴 연구 일지에서 발췌한 정도라 내용이 방대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한 가지만큼은 동일하게 기록이 되어 있더군요. 엘더는 최상위 존재가 아니란 기록이에요. 누군가를 섬겼거나 어떤 대의를 품고 있었다고 적혀 있는데... 확실치가 않네요. 오히려 헷갈리려고 해요. 아버지나 부패의 감시자는 엘더를 "무에서 비롯된 존재"이며, "무를 퍼뜨리는 존재"라고 적혀 있거든요. 부패를 퍼뜨리려는 불경스러운 음모를 꾸민다는 얘기도 적혀 있던데... 지도 너머로 진균이 퍼져가던 게 엘더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지도의 대가 자나, "소개"

  • 마지막으로 기록을 남긴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엘더를 끝장낼 방법을 찾는 데 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비밀 연구실에서 나만의 장치를 만들고 있다. 부패의 감시자가 남긴 지도 장치는, 엘더가 만들어낸 조그만 세상에 들어가거나 그 세상을 봉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다르지는 않지만, 다른 기능을 발휘하는 장치를 만들고자 한다.

    장치를 손보기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을 흘렸다. 이것만 완성된다면 엘더가 이 세상을 넘보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켜도 잠재울 수 없는 녀석이더라도... 추방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기억의 책, "10장"

  • 어찌 이리도 바보 같은 짓을 했단 말인가? 악몽에 눈이 먼 나머지, 기록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다. 지도 장치의 수리가 워낙 지지부진했으니 고위 템플러가 의구심을 가질만도 했다.

    장치가 완성되기 직전이었던 정오 무렵, 분노에 찬 고위 템플러와 호위대가 찾아왔다. 작업의 진행이 부진한 이유를 말하라며 내 작품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조사했던 자료를 대부분 파기해버렸다. 그대로 수갑을 차게 된 나는 항명이라는 죄목으로 테오폴리스 감옥에 수감되었다.

    템플러 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친구 덕분에, 그나마 기록이라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단 사실을 아는지라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뭐든지 끄적일 만한 공책을 몰래 들여놓았다고 했다.

    베나리우스가 날 어떻게 처분할지 모르겠다. 조리돌림과 채찍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다. 엘더가 우리를 찾아온다는 사실만이... 우리 모두를 덮치리라는 사실만이 확실할 뿐이다. 녀석은 고위 템플러든 카루이 노예든 상관하지 않고 문을 두드려댈 것이다. 부패를 퍼뜨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이 감옥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리아스에 닥친 불경스러운 사태를 타개할 사람은 나뿐이다...

    기억의 책, "11장"

  • 딸아이가... 내 딸아이가... 세상에... 지난번에 기록을 남긴 이후 정말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끔찍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겨야겠다. 제정신을 유지하려면 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당장은 안전할 테니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 재앙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릴지도 모른다는 희망만을 품은 채로 말이다.

    베나리우스, 그 개자식이... 자신의 무기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아서 화가 났는지, 날 길거리로 끌고 나갔다. 그리고는 "이자가 나를 배신했다!"라고 외치며, 부하들에게 망토를 벗기고 몽둥이로 두들겨패란 명령을 내렸다. 초주검 상태가 되자 날 구석으로 끌고 가서는, 자신을 실망시킨 이유를 물어보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말았다.

    고귀하고도 성숙한 본모습을 되찾고, 템플러를 따르는 군대로 하여금 날 지원케 하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함께라면 엘더를 물리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베나리우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나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는 딸아이에게 칼을 겨누고서는... 자신을 꿈의 세계로 데려가서 엘더를 만나게 해달라고 협박했다.

    이 기록을 읽을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날 탓하지 말았으면 한다. 딸아이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달리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베나리우스의 명령에 따랐다. 지도 장치를 사용해서, 두 세계를 잇는 통로를 지나쳐 다시 한 번 아틀라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기억의 책, "12장"

  • 예전에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산들바람이 초원을 가로질렀고, 햇빛이 목 언저리를 따스하게 감싸줬다. 고위 템플러와 부하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딸아이는 두려움에 질려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뼛속까지 한기를 느꼈다.

    황무지를 따라 나아가자,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쉐이드와 대면할 수 있었다. 엘더는 침묵을 지킨 채로 우리 앞에 나섰다. 녀석의 시선이 날 훑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꿈의 세계로 돌아온 이유를 묻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앞으로 나선 베나리우스가 유령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허공에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대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들었소." 베나리우스가 말했다. "이 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열쇠를 찾는 중이라고 이 불쌍하고 보잘것없는 학자가 그러더이다."

    베나리우스의 말에 쉐이드는 침묵을 지키며 뭔가 거만한 자세로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나라면 그 열쇠가 될 수 있지 않겠소?"

    시간이 지나감에도 쉐이드는 말을 아꼈다. 생각을 정리할 만큼의 비틀린 침묵이 우리에게 내려앉았다. 이윽고 고대의 존재가 마음 속으로 심상을 전했다. 베나리우스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고위 템플러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달리 뭐가 있겠소? 당연히 힘이지."

    기억의 책, "13장"

  • 거대한 불길이 되어서 일렁거리던 쉐이드는 앞쪽에 있던 숲속으로 곧장 날아갔다. 고위 템플러는 녀석을 쫓아갔고, 그의 부하들은 나와 딸아이를 끌고서 뒤를 따랐다. 그러면 그렇지. 전과 마찬가지로 어두침침한 숲과 끔찍하기 짝이 없는 동굴이 나타났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우리는 조잡한 제단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불경한 조각 아래에 서게 되었다.

    "가슴팍에 꽂힌 검을 뽑아 주시오."

    엘더가 말하자 자만심에 사로잡힌 고위 템플러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검을 거머쥐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곧 엄청난 지진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육체와 영혼이 다시 결합하게 된다는 사실에 대지조차 몸을 들썩이는 것처럼 보였다.

    차가운 돌 틈에서 빠져나온 엘더는 우리 앞으로 나섰다. 베나리우스의 떨리는 손에서 쨍그랑거리며 검이 떨어졌다. 검병에서 깜빡이던 하얀 빛무리는 덩굴처럼 뻗어나온 공허의 어둠 속에서 조금씩 사그라들다가 자취를 감췄다.

    엘더가 짓는 표정을 보고서야 상황을 깨달았다. 그대로 몸을 돌린 나는 딸아이의 눈을 가렸다. 그렇게 엘더가 템플러와 그의 부하들 앞에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광기에 잡아먹혀 질러대는 비명이 귓가로 들려왔다. 엘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더는 심상을 내보일 필요가 없었다. 녀석은 자유를 되찾았다. 인간 따위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어진 셈이었다.

    넘쳐흐르던 생명력이 빠져나가자, 고위 템플러와 부하들의 몸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나와 딸아이의 생명력 역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수천 년에 걸친 제약으로 굶주렸던 엘더가 만찬을 즐기는 사이, 나는 베나리우스가 떨어트린 지도 장치를 챙겼다. 그리고는 딸아이와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

    기억의 책, "14장"

  • 이대로 끝이 날까 두렵다. 나만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끝나게 될 것이다. 고대의 존재가 풀려났다. 나와 딸아이를 잡아먹는 것도 시간 문제겠지. 그 뒤에는 현실 세계에 남겨진 이들이 먹잇감이 되리라.

    과거와 똑같은 상황이 닥치게 될 것이다. 부패의 감시자가 만들어졌던 그때처럼 말이다. 잠에 빠져든 아이들이 자취를 감추고, 부모들은 흐느끼겠지. 어둠이 내려앉으면, 학살극 속에서 태어난 쇠락이 우리 차원에 머무를 수 있는 육체를 찾으려고 할 것이고. 부패야말로 고대의 존재가 섬기는 주인이니까. 곰팡이 같은 흉물이 덩굴손을 사방으로 뻗치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시공간이란 개념이 존재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괴물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숲을 따라서 내달리는 동안 나는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난 이미 늦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무언가를 형성하는 능력이 있지 않던가. 이걸로 녀석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단 희망을 품었다. 녀석은 만찬을 만끽하느라 우리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듯싶었다. 이제껏 지나온 길을 되짚어가던 우리는 집으로 향하는 포탈 앞에 서게 되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렁거리는 포탈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오리아스로 돌아왔다.

    지체할 시간도 없이, 나는 근처에 있던 도구를 닥치는 대로 포탈 너머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연구실 바닥에 자리 잡은 지도 장치가 불길하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뱉어냈다. 엘더를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딸아이를 남겨두는 게 우선이겠지. 옷장이나 작업대 밑에 딸아이를 숨겨두고... 깜빡이며 일렁거리는 포탈을 통과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꿈의 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기억의 책, "15장"

  • 내 마지막 순간이 여기와 정말 비슷했는데... 그곳이 그립구나. 그녀가 그리워.

  • The Fate of Venarius
  • 아버지는 고위 템플러 베나리우스에 의해 아틀라스로 끌려가셨어요. "실종"되기 전의 그가 얼마나 잔인하고 음험한 인물이었는진 당신도 잘 알 거예요. 그런데 글쎄, 그게 사라진 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아틀라스에 갇혀 살해당한 베나리우스는 지금 영혼만 남아 전역에 흩어진 파편화된 기억들을 좇고 있는 모양이에요. 정체는 두 눈으로 직접 보시고... 꼭 몸조심하도록 해요.

    지도의 대가 자나, "_extra_mission_info"

  • 유배자인가...? 제발 나 좀 도와줘.

    그러니까...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으니... 정말이지... 아무런 기억도 없어. 일단은 나를... 카바스라고 불러주면 될 거야...

    잊혀진 영혼 카바스, "소개"

  • 목숨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마저 다한 것은 아니다.
    대의명분이란 당위성에 힘입은
    의지만큼은 남겨지지 않았던가.

  • 레이클라스트를 지키려 해야 했던 일들에 대해 윤리적인 중압감을 느낀다.
    이러한 죄책감은 내가 감당하리라. 이것이 인류에게 내가 주는 선물일지니.

  • High Templar Dominus (CA. 1582-1600 IC)
  • 지난 3주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고위 템플러가 사라진 뒤로 이곳의 분위기는 너무나 편안해졌다. 하지만 오늘 아침 지붕 위에서 햇볕을 쬐다가 결백의 방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가 붉게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성당의 관리자들은 마침내 새로운 고위 템플러를 선출한 모양이다. 소문으로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라고 하던데. 템플러 조직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자기네들을 현대에 걸맞게 이끌 그런 사람을 찾아냈다고 한다. 누가 뽑혔든 간에 지난번 그 나쁜 놈만 하겠어. 그 자식 때문에 우리는 50년도 더 퇴보했다고!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이 장치가 베나리우스라는 고위 템플러의 지시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소문이 있더군. 제작이 불가한 부품이 이 필멸의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그 위치는 성유물 보관실에 자리한 베나리우스의 금고가 아닐까 싶네.

    일단은 금고 열쇠부터 찾아야겠지. 뒤를 이어 고위 템플러가 된 인물은 도미누스였어. 그는 자신의 전임자가 작업하던 내용을 이단이라 공표하고 관련 물품을 신성 모독이라며 봉인해 버렸지. 분명 그런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구린 짓도 많이 했을 테지. 그런 자라면 열쇠는 가까이에 보관했을 거야. 그 장소가 템플러의 법정에 위치한 옛 집무실 쯤이 아닐까란 예감이 드는군. 그리로 가보도록 하지.

  • 안녕, 멋쟁이. 하. 보통은 날 알아보는데. 난 지아나야. 집을 나서도 템플러 비밀경찰이 따라오지 않던 시절 치투스 극장에서 일했지. 액시옴 비극에서 샤브론을 맡았어. 순수의 이야기에서는 디알라, 마석 여왕 역이었고, 다레소와 머베일에서 귀족 부인 머베일 역으로 타리오 수상 후보에 오르기 직전까지 갔지.

    그래도 모르겠어? 연극에 관심이 없구나? 참-... 괜찮아. 어차피 내 이야기의 막은 거의 끝나 가니까. 하지만, 난 언제나 큰 배역을 찾고 있어. 사람들 앞에서 온몸으로 연기하며 감쪽같이 속이는 건 정말 짜릿하거든.

    변장의 달인 지아나, "소개"

  • Granting Patronage to Piety
  • 세상의 절반을 가로질렀는데도, 비니아와 저 사이의 연결고리는 끊어지질 않네요. 비니아는 파이어티가 테오폴리스에 있을 적에, 지금처럼 높은 자리에 오르기 전에 쓰던 본명이에요.

    낮에는 마법을, 밤에는 몸을 팔던 사람이었죠. 인기가 좋았어요. 덕분에 어느새 저희 가게의 단골 손님이 될 정도로 돈을 벌었고요.

    하지만 비니아는 돈을 바라는 게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좀 더 숭고한 무언가를 쫓고 있었죠. "삶은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돼. 곧 다들 깨닫게 될 거야."라고 제게 말하곤 했거든요.

    톨먼이 그렇게 끔찍하게 죽은 것도 그 일환일걸요.

    클라리사, "파이어티"

  • 비니아는 '불경스러운 자와 어울렸다'는 죄목으로 체포당해서, 화형을 선고받았어요. 유배당하기 전의 일이었죠.

    그랬던 그녀가 도미누스와의 최후의 만찬에서 고해성사를 했다더군요. 대부분은 비니아가 도미누스의 은총을 입었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은 달라요. 비니아는 도미누스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새로운 이름을 받았을걸요.

    확실한 게 하나 있어요. 파이어티의 원대한 계획에는 당신이나 저, 톨먼 같은 사람은 없다는 거요.

    클라리사, "비니아"

  • 이름은 바꾸어도 역사는 바꿀 수 없다.

  • Studying the Thaumaturgical
  • Piety & Vilenta
  • "저들이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어둠 속에서 깨어나 괴로워하는
    그 우주적인 경이를 바라볼 것이다."
    - 바일렌타, '논문: 타락 감지기'

  • 파이어티와 나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헌신했어. 그 방법에 대해서는 파이어티가 했던 말로 멋지게 요약할 수 있겠네. "신의 이름 하에 대성당을 짓는데, 거기에 쓰이는 돌덩어리의 기분 따위를 고려해야 할까?" 라고 했었지.

    카스티쿠스는 노예를 제공했어. 대부분은 카루이인이었는데, 적당히 잘 써먹을 수 있었지. 사실은 연구의 일부가 됨으로써 그 노예들은 영적인 격이 한 단계 올라간 거야. 그 헛된 목숨을 우리가 더 가치있는 곳에 쓸 수 있게 해 준거잖아.

    그게 결국은 모두가 바라는 것 아니겠어?

    바일렌타, "연구"

  • 솔직히 말하자면, 믿음이 안 가. 나름대로는 이유도 있다고. 파이어티는 자신의 연구에 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지만, 그 결과만은 모두가 알지. 연구실로 끌고 간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떠올려 봐. 대부분이 노예였고, '신의 적'도 조금 있었나. 사실은 도미누스의 적이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나는 선과 악을 흑백 논리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파이어티 같은 부류는 예외로 둬야지.

    바일렌타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좋은' 건 아닐걸.

    배넌, "바일렌타"

  • 정화의 징표라... 예전에 파이어티가 연구해보라고 줬던 성표가 새겨진 지팡이 말이로군. 이노센스가 초대 고위 템플러였던 막사리우스에게 하사했던 물건이었지. 정화의 징표에 손을 댈 수 없었던 도미누스는 그걸 납골당에 보관해뒀지만 말이야. 그런 가공할 지성을 가진 이가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는군.

    정화의 징표는 기운을 인도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물건이었어. 하지만 타락한 기운을 주입하니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지. 신성한 기운에만 반응하는 모양이더라고. 타락과 신성은 완전히 반대되는 힘이었으니, 내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정화의 징표가 이노센스의 힘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와 반대되는 짐승의 기운을 지녔던 도미누스가 손을 대지 못했던 이유도 설명이 돼.

    하지만 당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바일렌타, "정화의 징표"

  • 도미누스
  • 도미누스는 치투스 대성당을 자신의 연구실로 삼았어. 그리고는 그곳을 그 대단한 머릿속에 들어있던 것들로 가득 채웠지. 당신이 사안에서 저지했던 계획 역시 거기서 시작된 거야.

    바일렌타, "치투스 대성당"

  • 마침 박물관 상황이 어렵던 차에 고위 템플러 도미누스가 후원하겠다고 하니 그걸 덥썩 받아들이고 말았지. 그리고는 그 자의 의뢰로 영원한 제국 내에서 행해졌던 마법들을 연구했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 때 먼저 알았더라면. 그 연구라는 게 미치광이의 일그러진 몽상을 부추기는 짓이었단 말이야.

    에라미어, "도미누스"

  • 죄악의 방이라고 했나? 프레시아의 조프리 대주교가 말년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들었네. 치투스 황제가 이단심문관이었던 말리가로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지.

    어떻게 알았냐고? 부끄럽게도 학문적인 성취에 눈이 멀어 도미누스가 시킨 더러운 일을 도맡았던 적이 있었거든. 페어그레이브즈나 명예를 잃기 전의 다레소가 가져오는 문서를 샅샅이 훑어보았지. 그렇게 영원한 제국에서 마법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던 이들에 대한 모든 걸 파헤쳤어. 독실한 고위 템플러께서 유독 관심을 갖는 주제였던지라.

    나라면 말리가로의 실험실을 뒤지지는 않을 걸세. 오염된 정신에 감염된 곳이니.

    에라미어, "죄악의 방"

  • 이 고서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바알에 대한 고문서들은... 불살라야만 해. 그가 나더러 연구하라고 지시했는데, 읽어보면 모조리 인류 전체의 파멸에 관한 내용뿐이거든.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나도 예전 같았으면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런 공포에 대해 코웃음 쳤을 거야... 이전에... 일어났던 일만 아니라면 말이지. 달아나야 해... 도망쳐야 한다고... 비밀은 무덤까지 들고 가야 해.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도미누스를 미래를 내다보는 결단력 있는 지휘관이라고 생각했어. 영원한 제국을 부활시킬 사나이라고 여겼지. 그런데... 힘의 마석에 봉인되어 있는 사악한 마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네. 새로운 제국을 세우고 싶어 하긴 해. 그게 자기만의 취향에 맞는 제국이어서 문제지. 매일 밤, 술을 마시면서 그 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쓰는 중이야. 그런데 쉽지가 않더라.

    헬레나, "도미누스"

  • Davaro and the Artifacts of the Vaal
  • 고위 템플러 도미누스께서 되찾아온 유물들이 드디어 그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진작부터 대단한 무언가가 숨어있을 거라고 짐작은 하였지만, 어제의 발견으로 찾아온 희열은 그 이상이었다. 바로 유물에 내재한 타락의 진동수를 알아낸 것이다! 이토록이나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니! 과거의 그림자와 메아리를 마치 거울처럼 어둑하게 비추어 보여주는 물건이었다.

    이를 통해서 고대 도시의 환영에서 희생 의식과 혈흔을 보았다! 바알인들이 고향에서 저질렀다고 전해지는 바로 그 모습을. 바알의 문화가 오리아스 해안까지 전해졌던 흔적일까? 아니면 이 섬에 제국 이전에 세력을 떨쳤던 다른 나라가 있었던 것일지도?

    유물의 속삭임을 더욱더 들어서 이해해내야 한다. 하지만 노래가 길어지니 듣는 게 고통스럽다. 속도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진행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너무나 많은 것이 여기 걸려 있단 사실이 확실히 느껴진다.

    - 테오폴리스의 템플러 다바로

    연구 일지, "읽기"

  • 나는 다바로다. 템플러이자 마석학자이며, 황홀해 하는 자이자 비사의 수득자, 고대의 신비에 대한 열쇠가 바로 이 몸이다!

    잠깐의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했다. 유물이 불러주는 노래는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사실 엄청난 지식을 알려주는 속삭임이 이제는 감미로울 지경이다. 내가 알아낸 바는 이러하다. 바알인들은 한때 이 섬에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이들의 도시가 있었으며 그 폐허에는 지금도 엄청난 힘이 잠들어 있다. 다만 아직 한 걸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곳에서, 마석학을 이용하여 굉장한 장면을 보았다. 이 자리에 있었던 고대 바알의 도시였다. 전설적인 앗지리 여왕이 멀리서나마 이 땅을 다스렸다는 흔적이 사방에 가득했다. 나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바닥에 서서, 새로 거둬들인 희생물들을 보고 있었다. 피의 강이 된 계단에서 선홍빛 파도가 밀려와 내 피부를 뒤덮었다. 그 안에서, 마치 번개가 내 몸을 관통하는듯한 굉장한 떨림이 느껴졌다. 피의 의식이 품고 있던 힘을 실감하는 순간, 어느새 나는 현실의 고대 폐허로 돌아와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저 꿈인가 싶었지만,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려다 소름과 전율이 온몸에 솟았다. 두 손이 핏빛에 절어있었다.

    - 테오폴리스의 템플러 다바로, 고대 신비에의 열쇠

    연구 일지, "읽기"

  • 최근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일종의 피의 표식인 듯하다. 현실은 물론이고 꿈의 세계까지 이 저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따라온다. 유물에서는 힘을 노래하던 속삭임은 사라지고 굶주린 비명만이 들려온다. 허기진 아이가 자제 없이 울어대듯 더 많은 피를 찾아댈 뿐이다. 내가 저 고대의 존재를 알아냈으니, 저들도 더는 침묵할 이유가 없겠지!

    처음에는 그저 깨워냈구나 싶었던 것이 이제는 고통스럽다. 어떤 방도를 쓰더라도 얼굴과 손의 피가 지워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뻔히 보이는 것을 없는 셈 칠 수는 없지 않은가!

    언젠가 아침에는 카루이 노예 셋을 열 일곱 살인 녀석들로 골라서 샀다. 고대의 폐허에 준비해둔 피의 의식 장소로 데려가자 노예들은 내게 울며 간청하였지만, 돌뿌리까지 파고든 타락이... 말을 걸어왔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힘이 피를 바라기에 바쳤을 뿐이다. 노예들의 목을 갈라 앗지리의 제단에 피를 쏟아냈다. 피비린내 나는 액체가 돌 위에 흐르는 순간에, 나는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앗지리 여왕을 보았다. 피의 욕조 속에서 나체로 흥분하며 허벅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 모습을.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침대에 누워서도 공포와 기대에 몸이 떨린다. 한 여자에게 이토록 거대한 욕망을 품을 수도 있는 것이었구나. 여왕이 나의 죽음을 바라더라도 거부할 수 없으리라. 눈을 감으면, 나를 품으려 다가오는 그녀가 보인다.

    - 템플러 다바로

    연구 일지, "읽기"

  • 내게는 오로지 아름다운 여왕만이 보인다. 그녀는 이곳과는 다른 세상에 있음을 이제는 안다. 비록 분리된 세상이지만 오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꿈을 꿀 때면 우리는 우리가 죽인 이들의 굳은 피 위에서 사랑을 나눈다.

    곧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피를 나눈 혈육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주문을 하나 배웠다. 템플러들에게는 금지된 피의 마석학이지만, 저들은 자신들이 금지한 힘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창 밖의 테오폴리스 거리는 경악에 빠져 있다. 귀족 가문의 아이 두 명이 밤중에 실종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순찰병들이 거지와 시민들을 검문하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지. 꽤 소중하게 사용해 주었으니. 여자아이는 시작하기도 전에 기절했고, 남자아이는 조금은 용감해서 그 말랑한 뱃살을 칼로 갈라놓는 순간에도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지금은 둘 다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나도 곧 그리되리라. 우리 셋은 여왕과 함께 행복한 가족이 될 것이니. 남편, 아내, 딸, 아들. 옆에 둔 칼에서는 아직도 방울방울 피가 떨어진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와 같은 기쁨을 찾아낸다면,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마지막 기록을 남긴다.

    - 템플러 마석학자, 다바로

    연구 일지, "읽기"

  • Dominus' Exiles
  • Some say that Dominus exiled the dregs of Oriath to the shores of Wraeclast. No, he exiled anyone who was going to give him trouble, who was going to cause ripples in his progressive theocracy.

    https://www.pathofexile.com/forum/view-thread/985043

  • 슬라우의 힐록

    너는 신과 동포들에게 지켜야 할 도리를 어기고 말았다. 자의로 다음과 같은 죄들을 저질러온 것이다.

    지나친 분노

    공공 살인 6회

    유아 살해 1회

    사후 신성 모독의 성격을 띈 살인 2회

    부정한 탐욕

    생명 위협을 통한 강도 12회

    무장 강도 7회

    생명 위협을 야기한 무장 강도 2회

    원치 않은 색욕

    강간 4회

    강간 미수 2회

    극심한 분노

    사망자를 야기한 강간 1회

    신께서는 내게 너의 죄를 물을 책임을 지우셨다. 이제 레이클라스트에 유배된 몸으로서, 지은 죄를 뉘우치고 사랑하는 아버지 신과 화해하기를.

    - 고위 템플러 도미누스

    유배자의 편지, "읽기"

  • 폭풍이 심해져 배가 앞뒤로 세차게 흔들린다. 경비들이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다른 유배자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 순간 배가 암초에 부딪혔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정신을 차려 보니 작은 섬에 홀로 있었다. 뭐랄까, 바위보다 약간 더 큰 섬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땅이라고는 여기뿐이다. 차라리 레이클라스트가 여기보단 나을 것 같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Expeditions to Wraeclast
  • 지휘관 테바루스,

    테오폴리스의 주 공명기와 안정적인 연결을 유지하려면 높은 고도가 필수적이다. 동력원 또한 마찬가지고. 산 중턱에서 길게 갈라진 틈을 찾아 전도관을 가능하면 깊이 파묻도록. 대상이 생명체든 무생물이든, 하이게이트와 테오폴리스 사이에서의 분해 및 전송을 성공시키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마석학적 에너지가 들어가게 될 거다. 그만한 동력을 공급하려면, 동력의 근원 자체를 건드려야 하겠지.

    고도와 동력,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날 때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내가 테바루스 자네를 좋아하는 거야. 준비가 끝나면, 공명기 시험 가동의 첫 대상이 되도록.

    책임감은 야망의 완벽한 반대편 추라고 하지 않나.

    고위 템플러 도미누스

    공명기 사용법, "읽기"

  • 파이어티를 위해서 모든 걸 바쳤어. 평생 동안 헌신했다고. 그런데 그 계집이 나에게 뭐랬는 줄 알아? 자신은 레이클라스트에서 영광을 누릴 테니, 여기서 비커나 닦고 있으라고 그러더군.

    당신이 파이어티를 죽였다 했나? 그 때 따라갔다간 같이 죽었을 뻔 했잖아. 이런 걸 보면 우리 둘은 받을 건 받은 건가 싶네.

    바일렌타, "파이어티"

  • 충성스러운 데클란,
    파이어티 양을 전적으로 지원하며 모든 과정을 철저히 지켜보도록. 이단심문관과 움브라, 영혼 없는 자에게서 알아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파이어티가 그런 위험한 지식을 홀로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길 바라지 않는다.
    - 도미누스

    보호 명령, "읽기"

  • Studying the Works of Shavronne
  • 우리가 서쪽 숲에 주둔지를 펼치는 동안, 파이어티는 몇 사람을 데리고 액시옴 수용소로 향했어. 그 여자는 영원한 제국 말기에 변신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던 움브라의 샤브론이 남긴 연구 일지를 찾고 있었지.

    파이어티는 홀로 돌아왔는데, 무언가를 찾았다면서 방방 뛰며 기뻐하더군. 그리고 나는 파이어티가 기뻐하는 때에는 곧 좋지 않은 일이 닥친다는 걸 알고 있었고.

    헬레나, "죄수의 문"

  • 파이어티가 여길 찾아온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만연한 전염병에 관심이 있는 거죠. 죽은 자를 일으켜 세우고, 야수들을 일탈하게 만드는 역병 말이에요.

    네사, "파이어티"

  • Piety has become a true mistress of thaumaturgy. I wonder what else she has learned in her time here.

    Scion, on Piety at Prisoner's Gate

  • Studying the Works of Maligaro
  • 사랑하는 지휘관, 아테리에게

    당신에게 일을 맡기고 싶진 않았지만, 이토록 중요한 임무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길만한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여긴 제국의 내부와 외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예요. 그러니 유배자가 제국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세요.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충분할 거예요.

    방벽은 그대로 놔두고, 혹시나 넘어오는 유배자가 있거든 곧장 죽여버려야 해요.

    사안에서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락할게요.

    함께 밤을 지샐 그날을 기다리며,

    파이어티

    아테리의 편지, "읽기"

  • 고위 템플러의 검은 근위대 말인가? 그런 자들이 겨우 유배자들이나 상대하려고 이곳까지 왔겠나? 알 수 없구먼. 게다가 죄악의 방 근처라니... 그 음울한 곳에 무슨 볼일인진 모르겠지만 인류의 발전을 위한 건 아닐 걸세.

    에라미어, "검은 근위대"

  • 파이어티는 우릴 이끌고, 그 망할 곳에 '가시'라고 불리는 장치를 찾으러 갔어. 이단심문관 말리가로의 기록에는 살아있는 육체에 '칼리브릭 익스탠시아'를 주입할 수 있는 장치라고 적혀 있더군. 힘의 마석에 내재되어 있는 타락한 힘 말이야.

    하지만 가시는 찾을 수 없었어. 대신에 그 가시로 만들어낸 실험체와 마주하게 됐지.

    헬레나, "말리가로의 가시"

  • 파이어티는 말리가로가 '사악한 마석'이라고 부르던 물건을 찾고 있어. 근처에 있긴 한데, 그 무정하기 이를 데 없는 년에게 넘길 수는 없지.

    마석을 찾아서, 강 주변의 아즈메리 마을로 와줘. 칠흑의 군단 생활은 이걸로 끝낼 생각이니까.

    헬레나, "구조"

  • 파이어티는 북서부의 폐허에 관한 에라미어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했어. 바알 문명은 영원한 제국보다도 진보했던 문명이었으니, 커다란 석문 너머에 가지고 놀 만한 장난감이 남겨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었어. 거대한 나무뿌리가 석문을 붙잡아 매고 있었거든.

    그런데 당신이 그 해결책을 가지고 온 거야. 쓸모있는 독을 가져왔지. 말리가로의 가시로 사악한 마석에서 추출한 칼리브릭 익스탠시아를 뿌리에 주입해봐. 파이어티도 조만간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낼 테니, 서두르라고.

    헬레나, "로라타"

  • Studying the Works of Malachai
  • 얼마 전에, 도미누스가 칠흑의 군단을 이끌고 나타났어. 지금은 검은 근위대가 시체에 달려든 구더기처럼 사안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 대체 뭘 찾는 걸까? 아무것도 찾지 못했으면 좋으련만.

    마라모아, "칠흑의 군단"

  • 괜찮은 고지를 찾았나 보군요. 강 너머 도시의 서쪽 끝에 있는 루나리스 사원이 보일 거예요.

    검은 근위대가 도착한 이후로 사원 위에 떠 있는 구름이 시커멓게 물들었죠. 서풍이 불어올 때면 그 구름이 보이는데, 시체보다 지독한 악취를 풍긴답니다.

    클라리사, "루나리스 사원"

  • 내가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장군이 마녀의 실험을 위해 모아둔 불쌍한 사람들을 수레로 실어나른다. 나는 그 숫자를 세어보다가 이천을 넘기고는 그만두었다.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이건 검은 근위대가 내게 약속했던 일이 아냐. 우린 괴물보다 못한 이가 되었어. 여길 봐! 피는 강을 이루고 있고! 시체는 산이 되었다고! 우린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인데...

    지도의 대가 자나, "기억 지도 보기"

  • 그라비시우스는 도미누스의 피투성이 오른팔이야. 인류애를 갖춘 영적인 존재라는 템플러답게 말이지. 비꼬는 말이란 건 알겠지?

    예전에 테오폴리스에서 어떤 놈을 빼낸 적이 있어. 그라비시우스의 아내와 너무 가까워졌던 친구였거든. 검은 근위대란 놈들이 백방으로 찾아다녔던지라, 창의성을 발휘해야 했지. 하수도 아래로 내려가서는 바다 냄새가 날 때까지 태양을 보지 않는 방식으로 빠져나갔어. 더럽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지만 그런 걸 감수할 만큼 값은 두둑하게 받았으니까.

    날 믿어. 그라비시우스의 뒤통수를 노리고 싶다면, 하수도로 가는 수밖에 없어. 일단은 열쇠가 필요하겠군. 그건 클라리사가 알 거야.

    하간, "그라비시우스 장군"

  • 바퀴벌레는 또다시 찾아올 거야. 놈들은 혼란을 원하거든. 그 벌레들은... 바퀴벌레 황제의 이름을 연호하던데. 그라비시우스 말이야. 강을 건너서, 놈들의 소굴에 박혀있는 바퀴벌레 황제를 짓밟아.

    다리가 막혀 있다고? 거참, 까다로운 질문이로구나. 질문이라... '너는 질문이 너무 많아.' 치투스 황제는 그리 말했지. 나는 우리가 만들어낸 오물이 어디로 가는지도... 질문했었거든. 황제가 알려주더군. 강 아래를 지나는 하수도를 따라 흘러간다고 말이야. 로아의 오줌보처럼 더럽고 악취를 풍기는 땅굴이랬지.

    한때는 아름답고도 오만했던 마석병들이, 산 송장이 되어 어두운 곳에서 들끓게 되었으니... 어울리는 결말 아닌가? 어울려. 정말로 어울려.

    디알라 부인, "하수도"

  • 북동쪽에 있는 솔라리스 사원에 들어가려고 했었어. 그러다가 거길 지키는 리본에게 죽을 뻔했지. 날아다니는 양탄자 같은 녀석들인데, 천에다가 마법을 걸어놓은 것 같더라고. 때마침 군단병 몇 명이 다가오더군. 그래서 리본이 놈들의 내장을 끄집어내는 동안에 달아났는데... 거기에 그라비시우스가 있더라.

    놈에게 붙잡혀서는 다리를 지나 서쪽에 있는 루나리스 사원에 끌려갔어. 그리고는 파이어티의 "보살핌"을 받았지. 그동안 나는 말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어. 그라비시우스는 날 전리품 취급했었거든.

    그리고어, "그라비시우스 장군"

  • 평범한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아. 똑같은 악몽이 반복될 뿐이지. 악몽 속에선 거울이 보여. 내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 거울이.

    거기에 처음 비춰졌던 사람은 콜이었어. 오리아스의 강간범인데, 불쾌하게도 그라비시우스의 감방에서 함께 지냈었지. 파이어티가 실험을 하겠다며 데려가던 날 밤에, 꿈 속에서 그 년의 짓을 그대로 보게 됐지.

    그리고 이번에 톨먼이었어. 가죽만 남은 몰골이더군. 장기는 껍질마냥 오그라들었고. 뼈를 따라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모래시계 속에 담긴 빨간 모래 같더라니까. 파이어티 년이 내게 준 능력이 그거야. 그 거울 말이야.

    그래도 클라리사를 그 거울에서 보게 될 일은 없어져서 다행이지. 너도 거기에 비춰지지 않게 조심해.

    그리고어, "톨먼"

  • 파이어티는 인간 따위를 "신성한" 마석병으로 빚어낼 정도로 천재적이야. 내 몸을 열어젖혀 내장에 힘의 마석을 박아넣으면서 그 년이 했던 말이 그랬다는 거지만.

    수백 년 전, 말라카이도 황제의 이름 아래 똑같은 짓을 저질렀지. 아직도 치투스가 만들어낸 마석병이 사안을 점령하고 있어. 산 송장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야.

    그리고어, "마석병"

  • 파이어티에게... 실험을 당하는 동안, 내 의식은 다행히도 흐릿하기만 했어. 둔탁한 그 어둠의 순간에, 어떤 존재와 만나게 됐지.

    내 하잘것없는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선 지성과 힘, 존재감을 지녔더군. 그에 비하면 나는 바다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일 뿐이었을 정도야.

    파이어티가 하인에게 그 '짐승'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지. 짐승이야말로 파이어티가 사용하는 마법의 원천이자 야망의 목적이더군. 그 년이 말한 '짐승'이라는 게, 내가 흐릿하게 봤던 그 어둠의 존재와 같은 거였을 거라 생각해.

    그 정체가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간에, 그 짐승이야말로 이런 내 모습의 원인이겠지. 그렇다면 레이클라스트가 기이하게 변한 것 또한 그것의 탓이라고 여겨도 이상할 건 없어.

    그리고어, "짐승"

  • 반야: 여기 오기 전에, 짐승에 대한 얘길 들은 적이 있어. 파이어티에게서 말이지.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비밀을 굳이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나봐.

    페타루스: 정말 미안해, 반야.

    반야: 세상에나. 네 잘못도 아닌걸, 페타루스! 파이어티는 자신이 가진 힘의 원천이 짐승이라고 얘기하곤 했어. 불쌍한 사람들을 무언가로 바꿀 수 있다면서, 어떤 표현을 사용하던데... 그게 뭐였더라?

    페타루스: 세계의 변혁이랬지. 그 여자의 조수도 그리 말했어.

    반야: 맞아, 세상을 원하는 대로 바꿀 힘이랬어.

    페타루스: 파이어티 같은 년에게 주기에는 너무 무서운 힘인데.

    반야: 그러니까 어떻게든 막아야지!

    페타루스와 반야, "짐승"

  • 지휘관 빈센티,

    하이게이트는 마석의 진정한 근원에 관한 비밀을 품고 있다. 저 마라케스 기생충들을 일소하고 광산의 입구를 확보하라.

    나를 실망시키지 말도록. 알고 있겠지만, 나는 불쾌해지면 사람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으니.

    -파이어티

    메모, "읽기"

  • 파이어티는 자신이 만들어낸 흉물들 사이에서 뒤틀린 꿈에 조롱당하며, 광기조차 닿지 못하는 한 극단에서 죽었어. 마음에 드는 정의로운 결말이군.

    자, 처형 집행자께는 보상을 줘야겠지.

    그리고어, "파이어티"

  • Dominus is dead, but the source of his fearsome power remains.

    https://www.pathofexile.com/theawakening

  • Piety's Resurrection
  • 내게 접근했던 사람도, 악몽을 씌운 사람도, 나를 노예로 만든 사람도... 전부 말라카이였어.

    상상을 넘어서는 원대함을 보여줬던지라, 그 무게에 짓눌려 정신을 놓아버릴 지경이었지. 다행히도 정신은 멀쩡했지만, 꿈은 멀쩡하지 못하게 됐더군.

    말라카이는 어둠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짐승의 등에 안장을 얹으려는 중이야. 이 세상을 파괴하고 악몽 속의 모습대로 다시 창조할 생각인 거지.

    강대한 존재로 거듭난 말라카이지만,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할 무적의 존재는 아니야. 육체와 영혼을 희생하여 짐승의 첫 번째 종이 됐기에, 멀쩡한 신체 기관이라곤 셋밖에 남지 않았거든.

    심장과 허파, 내장만이 잃어버린 인간성의 잔재로 남은 상황이지. 그게 우릴 말라카이의 공연장으로 초대하는 입장권이 되어줄 거야.

    악몽의 도살장 깊숙한 곳까지 가 봐. 나는 여유가 생기는 대로 따라갈게. 말라카이의 장기를 가져온다면, 어둠의 중심부로 갈 수 있을 거야.

    파이어티, "말라카이"

  • 일처리가 빠른걸.

    그쪽이 처리해버린 녀석은 나 같은 존재를 괴물로 만든 것이기에, 단순히 '악몽에서 비롯된 흉물'로 치부할 수가 없는 존재였거든.

    신을 저버린 삼인조는 내가 저지른 일 따위는 '별 거 아니게' 보이도록 만드는 녀석들이야. 그 어떤 연민도 베풀지를 않지.

    그러니 나머지 녀석들도 망설임 없이 처리해버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까.

    파이어티, "말라카이의 내장"

  • 좋았어! 둘은 처리했으니 이제 하나만 남았군.

    사실 직접 만나기 전까진 말리가로와 샤브론, 도이드리를 존경했었어. 그들이 남긴 발명품이나 위업이... 천재적이라 생각했거든. 알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지만 말이야.

    그럼 마지막 남은 천재를 처리해보자고.

    파이어티, "말라카이의 내장"

  • 함께 일을 도모하기 전에, 하나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난 내가 저질렀던 일은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아. 오만이라는 육욕의 진흙탕 속에서 인류를 구제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니까. 목적이 잘못되었던 게 아니라, 진행 과정에 잡음이 있었을 뿐이야.

    이제 그 실수를 바로잡으려고 해.

    그쪽을 돕는 게 아니야, 유배자. 그쪽이 날 돕는 거지.

    그나저나 말라카이의 장기는 찾아낸 거야?

    파이어티, "말라카이의 내장"

  • 고위 템플러 아배리우스
  • 도미누스가 레이클라스트에 가면서, 압제의 수레바퀴를 돌릴 책임자가 필요하게 됐어. 아배리우스는 기뻐하며 그 자리를 맡았지. 경험이야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으니.

    나마카누이와 나쿠라마코이에서 최대 규모의 습격 작전을 지휘했던 사람이 바로 아배리우스였다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잡아들여서, 가축처럼 테오폴리스로 실어 보내라 명령했지.

    오천 명에 달하는 카루이인에게 템플러의 법정과 결백의 방을 짓게 시키기도 했고, '정화'하겠다며 석재에 눌어붙은 남편과 아버지의 피를 아내와 딸에게 닦으라고 하기까지 했네.

    아배리우스를 만나게 되면, 카루이가 겪은 고통의 이름으로 약간의 복수를 더 해줘도 좋을 걸세.

    우툴라, "고위 템플러 아배리우스"

  • 아배리우스, 이노센스... 딱히 차이는 없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게 짐승이 죽음의 포효를 내뱉던 때에, 고위 템플러로 진급한 아배리우스는... 계시를 받았다 하더라고.

    요즘 하는 꼴을 보면 자신이 신의 사자라고 확신하는 것 같더라니까.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셈이지. 다 큰 사내가 어린애처럼 구는 것도 그 때문 아니겠어.

    바일렌타, "고위 템플러 아배리우스"

템플러 Topic /3
NPC이름
템플러그들의 위선에는 끝이 없지. 놈들이 파멸하는 꼴을 지켜볼 것이다. 그들보다 오래 살아남기만 하면 되지... 내가 이 복도를 거니는 모험가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처럼 말이다.
죄악을 먹는 자의 흔적템플러들 중 비밀스러운 소수는 다른 이들의 죄를 떠맡음으로써 죄를 사한다.
성역 서고 연구이 서고는 템플러들이 처음으로 만든 구조물 중 하나였다.
이곳에 있는 책은 평생을 바쳐도 다 읽지 못하리라...
템플러 Text Audio /1
이름
그들의 위선에는 끝이 없지. 놈들이 파멸하는 꼴을 지켜볼 것이다. 그들보다 오래 살아남기만 하면 되지... 내가 이 복도를 거니는 모험가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처럼 말이다.
템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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