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니아의 일지 II Text Audio /1
이름
사이러스를 잃기 전 잠깐 동안은 동료 유배자들을 친구라고 여겼다. 가족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곧 죽으리란 믿음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유대감이 형성되었지만... 우린 죽지 않았다. 사이러스가 자신을 희생한 덕에 우린 이겨낸 것이다.

그 대가가 뭐냐고? 우린 멀어지고 있다. 각자가 덧없는 지평선에서 욕망을 마주하여 각자의 길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언제적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바란은 비분강개하여 태양조차 거짓인 이곳에서 성전을 외치고 다녔다. 내가 걷는 골짜기에 떠 있는 저 태양은 저기에 있다고 내가 믿는 탓에 보이는 게 아닐까. 태양이 하나뿐인 것도 내가 그렇게 믿어서가 아닐까.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

마음이 쓰리다는 건 아니다. 나는 신념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드록스는 이곳을 개척해 왕이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 자존심이 그와 나의 사이를 더욱 벌리고 있었다. 알-헤즈민은 위험한 적과의 전투로 자신을 갈고닦아 드록스와 바란보다 강해지려 한다. 이런 헛된 질투들이 알-헤즈민의 영혼과 주변의 땅마저 물들이고 있다.

모두가 역겨워지고 있다.

고결한 베리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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