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텔 Topic /4 ⍟
NPC이름
네사'취한 갈매기'호는 해적에게서 달아나려다가 물결 섬에 좌초되고 말았어요. 레이클라스트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죠. 선원들은 식인종이란 최악의 운명과 마주하게 됐고요.

타클레이가 난파선의 은신처에서 베스텔을 찾아냈어요. 그 배의 유일한 생존자였죠. 그 시련으로 마음이 부서진 건지, 아니면 천성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베스텔이 우리와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단 건 확실해요.
타클레이베스텔이 쓰고 있는 모자 말인가? 어떤 선장이 쓰고 있던 걸 빼앗은 거라네. 선장 녀석이야 곧바로 식인종의 한 끼 식사가 됐으니 모자 하나 뺏겼다고 아쉬워하진 않겠지.

베스텔은 이야기를 푸는 재주가 있어. 그렇다고 허풍쟁이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네. 베스텔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들어 있거든. 한번 귀를 기울여 보는 게 좋을 거야.
릴리 로스빌어 처먹을 놈이지. 나를 무슨 온갖 잡놈들과 나뒹구는 여자인 줄 알더라니까.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분위기는 잡을 줄 아는데, 면상이 영 별로였어.

녀석을 보면, 내 조부이신 웨일럼 로스가 떠올라. 솜씨 좋은 시인이자 악당이라는 점에서 말이야. 뭐, 베스텔의 실력이라고 해봐야 '썩은니' 로스가 내뱉은 가래침만도 못하갰지만.

흠흠...

"눈이 멀어버린 내 뺨에 입맞춰주오." 선원이 청했네.
그 말에 독시는 요리를 대접하며, 솜씨를 발휘했다네.
불 붙은 배가 파도 너머로 모습을 감추니
저승길 가는 노잣돈으로 육두구라도 던져주세!"
베스텔의 원고"달빛 아래에서 낯선 이의 입맞춤.
그대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가?"
베스텔 Text Audio /51 ⍟
이름
강인한 머라우더가 죽어가는 육지에 고립되고 말았구나. 그대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인데 이게 그 첫 줄이야.

진정하라고, 친구. 눈초리로 누굴 베어버리기라도 할 기세로구먼.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방랑자가 되어 물 위를 떠도는 위치가 레이클라스트에서 몸을 씻었네. 그대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인데 그 첫 줄이야.

진정하라고, 친구. 눈초리로 누굴 태워버리기라도 할 기세로구먼.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매혹적인 레인저여, 레이클라스트에서 썩어가는 처지가 되었구나. 그대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인데 이게 그 첫 줄이야.

진정하라고 친구. 눈초리로 누굴 찔러버리기라도 할 기세로구먼.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늠름한 듀얼리스트가 흠뻑 젖은 채로 음울한 해안에 다다랐구나. 그대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인데, 이게 그 첫 줄이야.

진정하라고, 친구. 눈초리로 누굴 찢어발기기라도 할 기세로구먼.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흠뻑 젖은 쉐도우가 파도에 휘청거리며, 어두침침한 해안을 살펴보고 있구나. 그대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인데, 그 첫 줄이라네.

진정하라고, 친구. 눈초리로 누굴 독살하기라도 할 기세로구먼.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포악한 템플러여, 레이클라스트의 해협에서 시험을 받고 있구나. 그대에 관한 시를 쓰는 중인데 이게 그 첫 줄이라네.

진정하라고 친구. 눈초리로 누굴 저주하기라도 할 기세로구먼.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눈빛으로만 봐도, 그대는 친구로 삼는 게 좋겠어. 적이 됐다간 뼈도 못 추릴 테니까.

난 베스텔이야. '취한 갈매기'란 멋들어진 배의 선장이지. 빠르고 아름다운 배였어. 고위 템플러의 형편 없는 평저선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거든.

안타깝게도 배는 침몰했고 선원들도 죽었지만... 내 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개
숙녀를 노리는 솜씨가 굉장하던데? 노래하는 오징어가 아주 속절없이 무너졌잖아. 그 날카로운 눈초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다니까.

파도의 타락한 자식인 해적들을 대표해서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지. 이제 악보의 마지막까지 연주가 끝났으니... 머베일의 노래는 이대로 잊혀질 거야.
머베일
마세우스는 바로 여기, 라이온아이 초소에서 최남단에 주둔한 '영원한 군단'을 지휘했어. 왜 라이온아이라고 불렸냐고? 어느 멍청한 미치광이에게 눈을 잃고는 그 자리에 황금빛 마석을 박아넣었거든.

카옴 왕에게 마세우스의 머리는 혁대에 달고 다니기 적당한 장식품이었을 거야.
마세우스 라이온아이
불쌍한 네사, 엄마도 아니면서 우리 모두를 돌보고 있어. 병약하고 한심한 우리 같은 족속을 말이지. 네사는 진짜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해.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은 네사뿐이야.
네사
단구 쪽 연안으로 넘어가 보면 섬이 하나 있어. 취한 갈매기호가 좌초된 곳이기도 하지.

배에 타고 있던 선의는 원주민들의 꼬치구이 신세가 되었지만, 약품 상자는 잔해와 뼈 사이에 파묻혀 있을 거야. 거기에는 네사에게 필요한 물건이 잔뜩 들어 있어.

선의 '떨리는 손' 옵덴은 수술용 칼은 물론이고 수술용 톱 역시 다루는 솜씨가 형편없었어. 하지만 약은 다룰 줄 알았지. '떨리는 손'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약품 상자
타클레이가 파도 속에서 구해낸
운명의 노예이자, 고통받는 베스텔은
뱃전으로 떨어진 선원과 박살난 판자 너머에서
살아남았다네, 고마워라 타클...레이
타클레이
취한 갈매기호의 주방장이었던 애롤의 시체가 저 바위에 밀려왔었지. 대갈못처럼 뻣뻣하게 굳은 몸이었어. 내 직접 이 손으로 묻어줬지.

그리고 며칠 뒤에 해변에서 녀석을 다시 봤는데... 상태는 더 나빠 보였지만 몸을 꼿꼿이 세우고서는 발을 끌더라니까. 레이클라스트는 참 충격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땅이야.
익사자들
사이렌의 만은 머베일이 자리한 곳이야.

취한 갈매기호를 거꾸러뜨린 사람 잡아먹는 해적들이 거길 드나들곤 하지.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머베일의 딸자식들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만드는 거. 그게 바로 진정한 정의 구현이 아닌가 싶어.
머베일
액시옴 수용소의 간수, 브루투스 말인가? 뱃놈들에게 들어는 봤는데, 위대한 브루투스를 나약하게 만든 건 두려움이라더군. 어느 인물이나 짐승에 대한 게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말이지.

삶은 포도주와 같아. 적당한 게 즐기기 좋지. 브루투스처럼 즐기다 못해 숙취에 시달리는 건 사양이야.
브루투스
썩어가는 로아가 레이클라스트에 싸돌아다닌다고? 곪아 터져서는 고함을 지르다가 해변에 고꾸라진다고? 그러니까 망할 놈의 미친 새 뼈다귀가 우리 일을 망친다고? 어? 지금 뭐라고? 아니, 이것 보라고. 안 그래도 울적하기 짝이 없는 곳인데 이 정도 말장난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언데드 로아
페어그레이브즈는 선한 사람이었고 뛰어난 탐험가였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신세계로의 문을 마구 열어댔지. 원주민들 입장에선 달갑지는 않았을 거야.

그가 안식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안해지는 기분이군. 그 사람 얘기는 이쯤 하자고. 많은 이들의 귀감이었던 분이잖아. 그런 영웅을 욕보이고 싶지는 않아.
페어그레이브즈 선장
탐험가 페어그레이브즈 말이야? 30여 년 전에 레이클라스트에 도착한 이후로 그를 봤거나, 소식을 들었다는 사람이 없던데.

살아있는 페어그레이브즈 선장을 만났다는 거면, 그건 거짓말쟁이였겠지. 차라리 거짓말쟁이면 다행이겠군.
페어그레이브즈 선장
그 누구와도 다른 이방인이
움브라의 벽과 마주했으니
비참한 땅에서 길을 열고
유배당한 음울한 무리와 죽음의 기운이
드리운 조난자들에게 희망을 주었구나
새로운 나날을 위한 삶의 기회가 열렸구나.
찬양 시
댁이라면 내 최고의 시를 바칠 만하지. 그런 위업을 찬양하려 썼던 거니까. 아, 이것도 받아. 특별한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둔 건데, 댁이라면 그런 상황을 자처할 것 같거든.
다시 열린 통로
'떨리는 손'의 약품을 인양해온 건가? 수고했어. 네사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거야. 그 돌팔이 의사보다는 훨씬 낫겠지.
약품 상자
파이어티가 샤브론 방벽을 일으켜 세웠단 말이지? 내륙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꿈이라도 꿀 수 있는 편이 좋았는데...

잠깐. 쓸만한 생각이 떠오른 것 같아. 파이어티는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녀석이야. 그러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내륙에서 빠져나올 길도 준비했을 거란 말이지.

그 교활한 마녀라면 분명 반대편에는 방벽을 내릴 방법을 마련해뒀을 거야.
죄수의 문
언젠가는 우리도 제국의 흔적 위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갈 만큼 강해질 날이 오겠지.

그러니 신이 우리 같은 머저리들을 이리로 보낸 것일 테고...
레이클라스트에서 살아남기
잊지 못할 얼굴이 다시 찾아왔구먼. 소문대로라면 레이클라스트에 전해지는 신비한 얘기들을 전부 경험하고 왔다지?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을 것들과도 마주했다고 들었어.

오리아스 얘기는 필요 없어. 댁이 데려온 난민들의 울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알겠으니까.
소개
여지껏 들어본 적 없는 가장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 네사가 '노래에 맞춰 춤추자'라고 중얼거리면서, 어둠이 내린 곳으로 사라졌어.

네사를 찾으러 가진 못했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습을 감춘 후였으니까. 중얼거리면서 사라졌다는 건 내 상상이긴 한데,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거든.

내용은 항상 같았지. '그'와 '그의 노래'에 대한 거였어. 도대체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사
릴리 로스? 전설적인 뱃사람이었던 '썩은니' 로스의 손녀 말이야?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어. 바다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의 사람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거든. 내가 해적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지? 하지만 로스 가문은 그런 쥐새끼들에 비한다면... 금붕어 앞의 상어나 다름없는 자들이지.

릴리 역시 그런 가문의 피가 흘러. 척하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그 눈빛이나, 불그스레한 혈색이 똑같잖아. 그야말로 해적들의 공주님이지.
릴리
키타바가 오리아스를 짓밟았다면서? 신화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되어버렸어.

그렇다면 다른 신들 역시 진짜일 수도 있다는 거네. 술의 신을 찬양하는 시를 지은 다음, 공짜 술을 얻어먹겠다는 계획도 못 쓰게 됐군.

아니지. 결국 신들 역시 우리처럼 먹고 춤추고 싸는 존재였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신들의 삶 역시... 다른 식으로 생각해도 괜찮다는 건가.

카루이가 받드는 전쟁의 신인 투코하마도 그랬을 테지. 카옴의 영토에서 머물고 있다가,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전쟁을 주말 나들이처럼 즐겼을 수도 있었던 거야.

그럴 듯하잖아. 혹시 모르는 일이라고!
투코하마
출항하기 전에 염수왕에게 기도를 올리지 않는 뱃사람은 한 명도 없을걸. 미신에 현혹된 선장들은 보름달이 흉포한 광채를 흩뿌리는 날이면 노예나 폭도를 제물로 바치기도 해. 소아고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말이야.

아니, 재채기한 게 아니야. 소아고스는 염수왕의 아즈메리식 이름이지. 배에 탄 채로 그 이름을 얘기하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여겨서, 배 밑으로 잠수해서 지나가게 만드는 처벌을 내렸다더군.
염수왕
염수왕이랍시고 멋대로 굴어서는 안 됐어.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게를 똑바로 걸어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격언도 있잖나.

너무 나갔다고? 맞아, 껄끄러운 얘기를 꺼내기 싫어서 흰소리나 하는 거지.

네사 말이야.

다시 돌아오진 않는 거지? 그런 일을 겪었으니... 변한 모습을 생각해 보면 놀랄 일도 아니긴 해.

바닷에서라도 행복을 찾길 바라야겠어. 적어도 거기가 끔찍한 신들로 가득한 이 땅보다는 나을 거야.
염수왕
'썩은니' 웨일럼 로스보다 유명한 해적은 없을 거야. 페어그레이브즈가 뱃멀미를 갓 극복한 초짜였던 시절부터 '검은 물마루 호'를 타고 오리아스 해협을 넘나들었던 사람이니 말이야.

작살 한 자루와 럼주 한 병만으로 거대한 바다 괴수를 쓰러뜨린 다음, 녀석의 뼈로 배의 골조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라니까. 그런 그가 타고 다니던 배는 그 무엇보다 빠르고 맹렬했어. 선체 아래에 레비아탄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더군.

썩은니가 모습을 감춘 지도 20년이 됐지. 알려진 거라곤 검은 물마루 호의 행방뿐이고. 그것도 배들의 묘지에 좌초된 상태라고 하니, 웨일럼 로스 역시 머베일의 반찬거리로 전락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이야.
웨일럼 로스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비명이 들려왔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치가 철커덕대는 소리와 함께, 그을린 살점과 끓어오른 피에서 풍겨 나온 악취가 사방을 가득 메웠지. 움브라의 샤브론이 돌아온 액시옴 수용소는 그런 곳이라네.

나는 시인이기에 어느 정도의 창의성은 인정해. 말로 작품을 만들어 내니까 말이야. 그런데 샤브론은 살점과 뼈, 영혼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던데.

예술적인 추구는 고결한 행위이지만, 이 경우에는 확실하게 비평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군.
움브라의 샤브론
불쌍한 네사. 배들의 묘지가 염수에서 비롯된 장벽으로 봉쇄되었다고 그랬지? 네사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염수왕이 눈치챈 거야.

이거 참, 당신은 길고 험난한 여정에 익숙해져야겠어. 서사시를 쓰기에 딱 알맞은 얘깃거리가 생겼으니, 나는 지금부터 글을 준비해야겠고.
배들의 묘지
음메하는 놈들에게 종교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나? 식사 시간에 교리에 대해서 떠벌리는 것만큼이나 식욕을 떨어트리는 짓도 없는 법인데 말이야.

염소인간들은 아버라스를 신으로 떠받드는데, 인간에게서 영적인 깨달음을 얻는 녀석이라더군.

정확히는, 염소인간에게 부드러운 살결을 지닌 인간을 공양받아서... 먹어치우는 식으로 말이야. 살점이든 영혼이든 모조리 먹어치운다지.

전설에는 그리 나와 있었어.
아버라스
늙은 염소가 발굽을 들썩이기라도 했나? 잠깐만... 시상이 떠올랐어.

울고 있는 염소 무리를
유배자가 헤치고 나아갔네.
발굽과 뿔 너머로 염소의 피를 흩뿌리니
마침내 늙은 왕 빌리를 만났네.
발굽 달린 자라는
아버라스라는
이름의 주인은 쾌활하게 말했네.
"함께 식사라도 하지, 친구여."
늙은 왕이 뇌까렸네.
"그대의 영혼으로 말이야."
"당장 영혼을 내놓도록 해라!"
유배자는 미소 지으며, 염소의 배를 갈랐네.
늙은 왕이 영혼을 집어삼키는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네.

'염소'라는 주제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걸.
아버라스
라이온아이 초소에 좋은 날도 있었다는 건 자네도 알겠지. 이내 우울과 절망이라는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된 게 안타까울 따름이야. 이게 전부 망할 날씨 탓이라니까.

나는 인도주의자면서 내면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을 믿어 왔던 사람이야. 취한 갈매기호의 선장이었던 시절부터 극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지. '세드릭과 매혹적인 이방인'이라는 1인극 각본까지 하나 썼다고.

그 원고는 기름을 먹인 가죽에 감싸서 짐 선반에 보관해뒀어. 물결 섬에 좌초되어 있는 취한 갈매기호에서 그 원고를 찾아다주지 않겠어? 혹시 알아, 내 작품이 라이온아이 초소의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 줄지.
베스텔의 서사시
대단한걸! 좋아, 빠진 부분도 없군. 그럼 1막 1장을 시작해보지.

"해안선을 따라 자라난 풀잎이 흔들리고, 반짝이는 만 너머로 태양이 침잠한다. 물에 빠져죽은 망자들이 몸을 일으킨 기묘한 밤, 창백한 달이 서늘한 하늘 위로 떠올랐다. 이방인은 내 곁을 떠났다. 바닷가에 뉘였던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베개만 남긴 채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재밌는 분위기는 아니었군. 2막으로 넘어가면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 아무튼 고맙다고 해야겠네. 보답으로 이걸 받아줘.

다음번에는 마을에서 공연할 예정이니, 꼭 와서 봐줬으면 좋겠어. 문에다가 댁의 이름을 걸어놓을 테니까. 문 비스름한 거라도 구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야.
베스텔의 서사시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데, 그런 악질적인 농담까지 들어야 되겠어? 네사가 되다 만 물고기 꼴로 살아있다고? 제기랄. 여태껏 허튼소리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니, 비린내가 진동하는 이야기라도 일단 믿어주지.

염수왕이 원흉이라고? 아무리 실력 없는 작가라도 흥미진진하게 풀어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나왔군. 머베일을 처치한 이후에도 유혹의 노래가 들려왔던 건 그 때문이었어. 지독한 짠내를 풍겨대는 덩치가 곡성을 내고 있었던 거야.
네사
우리는 참으로 의문스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옛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존재가 태어나, 흙먼지와 피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 울음을 토해내다니 말이야.

덕분에 시상이 흘러넘치는군. 짤막한 작품 하나를 완성해낼 정도로 말이지.

고대의 비사가
잠에서 깨어나는구나.
두려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머리 위로 치솟으니
지난 시절의 욕정과
지난 시절의 탐욕이
발걸음을 떼서, 세상을 할퀴는구나.
인류가 피를 흘리나니
강은 역사를 품고
호수는 붉게 물드도다.
신이 그 자리에 우뚝 서니
인류는 진창에 웅크리는구나.
옛 신
검은 물마루 호에 올라탔는데 웨일럼 로스가 키를 잡고 있었다고? 그거, 애완동물 취급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경험이로군. 거창하게 여행하는 법을 좀 알고 계시군 그래!
검은 물마루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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