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영광의 길을 지나, 우리의 문 앞에 다다르게 되었군. 우리 마라케스 역시 같은 길을 걸었어. 부족과 {아카라}를 위해서 싸운 거지만 말이야.
자신만을 위해 싸웠고, 자신만을 염려했던 당신과는 다르지. 그게 바로 당신이 강한 이유야. 사랑은 두려움을 낳기 마련이거든. 그런 약점이 없으니 산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죽일 수도 있지 않겠어?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부인의 총애를 받나 본데, 듀얼리스트. 우리 마라케스의 총애가 당신을 향할지는... 두고 보자고. — 소개 |
죽은 자들의 등짝을 밟고서 여기까지 왔군. 똑같이 전장에서 살아온 몸이지만, 우리 마라케스는 당신과 사정이 달라.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싸운 거거든. 당신처럼 야망을 이루려는 게 아니었어. 그렇기에 산 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이해하고, 놈에게 죽음을 선사할 적임자가 당신인 거겠지.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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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의 부름을 받고 하이게이트까지 왔는진 모르겠지만,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지.
신앙에 눈이 멀어버린 자는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매지 않는 법이야. 그렇기에 산 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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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닮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무엇 하나 닮지 않은 여인이 찾아왔군.
관습과 전쟁 속에 몸을 숨긴 우리와는 달리, 마석학과 공포 속에 몸을 숨긴 여인이 말이야. 그렇기에 산 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죽일 수도 있는 거겠지.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위치, 부인의 총애를 받나 본데, 우리 마라케스의 총애가 당신을 향할지는... 두고 보자고. — 소개 |
마라케스와 카루이가 힘을 합쳐, 타락한 군세와 맞서 싸우던 시절도 있었지.
우리가 함께 시작했던 일을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군. 우리 마라케스가 돕는다면 산 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죽이는 것도 가능할 거야.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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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진 대륙과 문명에서 태어난 몸이지만, 여장부는 곧바로 알아볼 수 있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보금자리라 부르는 황야를 지키려는 여인이라면 더욱 그렇지.
당신은 우리처럼 관습의 틀에 묶여있는 몸이 아니잖아. 그렇기에 산 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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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한 육체와 정신을 지닌 여인이 나타났군. 전사의 몸가짐이라고 할 수 있는 {세케마}를 짊어지고 있지만, 두 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힘까지 깃들어 있다니...
좋은 징조야. 불가해한 존재를 멸하려면, 불가해한 존재가 나타나야 하는 법이거든. 산 속에 자리 잡은 짐승을 죽이려면 그 정도는 되야겠지. 디알라 부인 역시 그리 말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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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케마 데쉬렛은 광산을 봉인해서, 그 어두컴컴한 소굴에 악몽을 가둬버리려고 했어.
하지만 실패했지. 짐승은 가두는 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서라도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였으니까. 다만 데쉬렛은 용기가 부족했을 뿐.
그렇게 여길 지킨지도 어언 200년이지. 이제는 이 {아카라}만으로는 역부족이야. 너는 데쉬렛도 우리 마라케스인도 아냐. 너라면 우리가 실패했던 일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데쉬렛의 깃발로 봉인을 해제하고 광산에 진입할 수 있어. 황제였던 볼이 데쉬렛을 쓰러뜨리고는 가져갔으니...
계단을 따라서 남서쪽으로 가면 말라붙은 호수가 나와. 거기라면 손쉽게 황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절로 알게 될 테니까.
데쉬렛의 깃발을 가져와줘. 바람대로 어둠 속으로 나아가게 해줄 테니 말이야. — 붉은 깃발 |
조각난 뼈다귀에서 풍겨나온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군. 악몽의 군주를 어떻게 쓰러뜨리는지를 아는 실력이라니 다행인걸.
광산의 입구에 데쉬렛의 깃발을 가져가면 봉인이 해제될 거야. 어둠 속에서 사냥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 — 붉은 깃발 |
문이 열리니, 어둠이 손짓하는군. 즐거운 사냥이 되길 빌지, 저주를 푸는 자여. — 붉은 깃발 |
도움이 될만한 사람과 손을 잡아볼 생각이야. 검은 근위대와 유배자의 동향을 파악하던 중이었는데, 페타루스와 반야를 보고 결심을 세우게 됐어.
우리 {아카라}는 200년 동안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어. 그러다가 외부 세계와 접하게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외부 세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 — 페타루스와 반야 |
키라는 데쉬렛의 혈통을 이은 후손이자, 데쉬렛과 정신적으로 이어진 사람이야.
{아카라}에는 한결같이 충성을 바치지만, 과거는 개의치 않는 사람이기도 해. — 키라 |
타수니는 태어났을 때부터 타락해 있었지.
마라케스에는 타락한 아이를 달빛이 비치는 평원에 버려, 신이 거둬가게 만드는 풍습이 있어. 그런데 타수니는 그 누구도 거둬가지 않았어.
우리 {아카라}에서는 전무후무했던 일이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니까.
타수니는 두 세계에 속해 있던 자였어. 마라케스가 머무는 빛의 세계와 짐승이 머무는 어둠의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거든. 그래서 그를 어둠을 살피는 정찰병으로 삼은 거야. 타수니마저 없다면, 악몽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테니까.
정체도 모르는 적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 타수니 |
디알라는 짐승을 죽이고 싶어 했어. 왜 그럴까? 악몽의 존재가 악몽의 존재를 노리는 이유가 뭐지?
의구심이 생기긴 하지만, 그리 중요한 얘기는 아니야. 태양이 계속해서 뜨고 지는 한, 뜨고 지는 이유를 알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 — 디알라 |
데쉬렛의 깃발 아래 마라케스가 통일되었던 적도 있었어. 역병과 폭풍이 나돌고... 부패가 퍼져나가기 전의 일이었지.
데쉬렛은 자신의 {아카라}인 키야토와 함께 짐승의 저주를 끝내려고 했어. 하지만 어둠의 문턱에 다다라서는 겁을 집어먹고 말았지.
앞장섰던 카옴 왕이 돌아오지 못했단 사실을 알았기에 더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네. 데쉬렛이 지녔던 불굴의 의지가 악몽에 압도당했던 걸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그녀는 산 속으로 들어가, 짐승을 멸하지 않기로 했어. 대신에 광산을 봉쇄하고, {아카라}로 하여금 하이게이트를 지키라고 명했지.
이윽고... 역병과 폭풍을 마주하게 됐어. 단순한 자연 현상이었는지, 데쉬렛의 봉인이 야기한 현상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
하지만 이거만큼은 확실해. 광산을 감시하기로 결정했던 건 저주를 또 다른 저주로 돌려막은 것에 불과했어. — 데쉬렛 |
우리 {아카라}가 로아를 외양간에 매어둔 이후, 볼을 비롯한 '사내답지 않은 것들'이 마라케스의 젖줄에 약해빠진 손톱을 들이멀었어.
전쟁에 물든 남자들은 다 그런 법이지. 혓바닥을 뽑아도 피에 목말라 하고, 위장을 들어내도 전투에 굶주려 있으며, 아랫도리를 잘라버려도 정복하고자 하는 욕정에 사로잡혀 있잖아. — 볼 |
타수니의 말로는 데쉬렛이 산 안쪽에 있다더군. 어떻게 거기까지 가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던데. 악몽에 관해서 또다시 모르는 게 생긴 거야.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데쉬렛을 구하려고 {데카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 영혼이 아니라 멀쩡히 살아있는 데쉬렛이었어도,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지금의 세케마도 아닌 데다가, 데쉬렛의 임무는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으니까. 키라는 반대하겠지만, 선을 넘지는 않을걸. 지금의 세케마는 바로 나니까 말이야.
그러니 여유가 된다면 당신이 데쉬렛을 해방해 줘. 바스티리의 흙먼지로 돌려보내야 마땅하겠지만, 산 사람까지 덩달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거 잊지 말고. — 데쉬렛 |
데쉬렛에게 자비를 베풀어줘서 고마워. 그 관대함은 잊지 않겠어. — 데쉬렛 |
우리는 땅에 남겨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 20여년 전, 카옴은 부하들을 이끌고 광산으로 향했어. 데쉬렛이 광산을 봉쇄하고, {아카라}로 하여금 산을 지키라고 명하기 전의 일이었지.
그런데 돌과 바위에는 카옴이 돌아왔단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더군. 목숨을 잃었거나, 목숨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처했던 거겠지. 볼도 그렇게 되었으니, 어떻게 되어도 이상하지가 않다니까. — 카옴 |
우리는 땅에 남겨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 20여년 전, 카옴은 부하들을 이끌고 광산으로 향했어. 데쉬렛이 광산을 봉쇄하고, {아카라}로 하여금 산을 지키라고 명하기 전의 일이었지.
그런데 돌과 바위에는 카옴이 돌아왔단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더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군. 볼이 그랬던 것처럼 악몽의 군주가 되어버려서 그런 거였어. 짐승이 정복자로서의 자질을 지닌 자들을 이용했던 거지. — 카옴 |
당신이 카옴 왕에게 최후의 안식을 선사했다고 들었어.
저주를 푸는 자가 전설을 살해하는 자로 거듭난 셈이지. 로아에 달라붙은 벼룩처럼 유명세를 불려가는군. — 카옴 |
다레소 말이야? 페타루스에게 소식을 전해들었어. 덕분에 골치 아픈 의문이 생겼지.
죽은지 백 년이 넘은 사람을 하이게이트 최심부에 머무는 악몽의 군주로 거듭나게 만든 방법이 대체 뭘까라는 의문 말이야.
카옴과는 달리, 다레소는 지나간 흔적조차 남기질 않았어. 산 주변에 남아 있는 발자국이라면 우리가 전부 확인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입구가 존재하지도 않아. 육체가 지나갈 만한 입구라면 말이야.
데쉬렛에 이어, 다레소까지... 정말로 골치가 아프다니까. — 다레소 |
광산으로 내려가기 전에, 디알라가 "연인이 기다리고 있노라."라고 말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껏 들어왔던 말 중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세 단어였다니까. — 디알라 |
디알라의 희망은 무너져 내렸을지 몰라도, 우리 희망은 저주를 푸는 자인... 당신이 짊어지고 있어.
타수니의 말대로라면 지금 당신은 짐승의 내부로 가려는 거야. 디알라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러 갔으니, 당신 역시 그렇게 해.
디알라가 종일 떠들어대던 말라카이를 찾아내는 거야. 녀석이라면 짐승의 정신 속에 자리 잡고 있을 테니, 그대로 끝장내버려. 그럼 악몽의 본체 역시 끝장나게 될 거야. — 디알라 |
당신을 신뢰했던 게 옳은 판단이었어.
우리가 실패했던 일을 성공시켰잖아. 당신보다 앞서 갔던 이들은 도저히 죽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괴물 역시 쓰러뜨렸고 말이야.
볼과 다레소, 카옴, 데쉬렛은... 300년에 이르는 레이클라스트 근대사에서도 손꼽히는 영웅들이었어. 그런 그들이 쓰러져간 자리에서도 살아남았던 당신이야말로 영웅 중의 영웅이며, 레이클라스트가 무릎 꿇고 감사를 표해야 할 존재야.
나를 비롯한 {아카라} 역시 고마워하고 있어. 덕분에 한 사람의 공포심과 판단 착오로 인해서 고향 땅을 떠나야 했던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 원하는 곳으로 내달리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된 거지.
저주를 풀고, 자유를 선사해준... 당신에게 감사를 표할게. — 말라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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