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놀라지 마시게. 난 괴물도 살인자도 아니니까. 최근 사안에 나돌아다니는 건 그 {두 부류}뿐이지만 말이야.
내 이름은 시오사 포아가라네. 황실 서고를 지키는 유일한 학자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지. 지금 보이는 지식의 보고 말일세. 자네에게 이성의 가호가 깃들기를 비네. — 소개 |
맙소사, 카루이로구먼! 살아있는 동족을 만난 건 실로 오랜만이군.
내 이름은 시오사 포아가라 하네. 황실 서고를 지키는 유일한 학자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지. 지금 보이는 지식의 보고 말일세. 자네에게 이성의 가호가 깃들기를 비네. — 소개 |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자네 같은 외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부터가 이상하겠지만, 뼈와 살로 이루어진 손을 보는 게 몇백 년만이다 보니...
선반 뒤에는 문이 감춰져 있다네. 이시우스 페란두스가 황금 책자를 숨겨둔... 기록 보관소로 이어지는 문이지. 내가 저것 때문에 얼마나 화가 치미는지 아나? 아마 절대 모를 게야. 심지어 나조차 영문을 모르겠거든. 그냥 책자를 손에 넣지 못했단 정도로만 알아두게.
거기에는 바알 문명에서 비롯된 네 개의 글귀가 담겨 있네. 역사적 가치가 대단하지. 그 황금 책자를 찾아서 가져다 주게나. 보답은 확실히 하겠네. 선조님 앞에서 맹세토록 하지. — 황금 책자 |
오오, 이 글귀를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기쁘기 그지없구먼.
이시우스만큼 번역 실력이 대단하진 않은지라, 변변찮은 수준의 내용만 확인할 수 있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번역을 시작해보겠네. — 황금 책자 |
진실의 융단은 아직 낡아빠진 옷가지에 지나지 않네. 그래도 덕분에 바느질이라도 몇 땀 해서 조금이나마 복원할 수 있었지. 친우와의 추억도 떠올렸고 말일세.
그 보답으로 이걸 주겠네. 행운을 가져다줄 지혜 정도로 여겨주게나. — 황금 책자 |
본질 속에서 본질을 탐구하는 게 카루이 아니겠나. 바다에서 벗어난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닐세. 식사거리일 뿐이지.
제국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물고기를 잡고, 내장을 도려내고, 박제를 해서, 상자에 넣어놨을 뿐이었지. 그걸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제국 사람들밖에 없었을 걸세. — 문서 보관소 |
허허, 바알 문명의 전후 문법은 미끌거리는 장어를 닮아 있구먼. 어디, 아가미를 붙잡을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겠네...
힘의 마석을... "도리아니의 침대"로 가져가... 아니야. 이런 의미가 아닐 텐데. 그래, 도리아니의 {요람}이라고 하는 게 옳겠군. 역사가는 이 일을 바알 문명의 미래를 위해 치러야 할 급부라고 결론을 내렸네.
힘의 마석으로 가득한 요람이라니... 도리아니가 그렸던 '바알 문명의 미래'는 대체 뭐였던 걸까? — 첫째 장 번역 |
대단하군. 여기에 뭐라 쓰여 있는지 보게. 앗지리 여왕에 관한 내용이구만. 여기 거창한 말이 적혀 있군.
{여왕은 자신의 판단에 의구심을 품는 자들의 피를 뽑아서 제단을 적셨다.}
그다음 내용은 더 가관일세. 추수의 달 무렵에 행해지는 '성찬식'에 관련된 얘기로 보이네만. 여기에서도 도리아니가 관여했던 것 같아.
좋아, 이 내용은 문제없이 읽을 수 있겠어.
{두려움에 떠는 마지막 밤일 것이요, 고통에 떠는 마지막 밤일 것이다.}
희생 의식과 성찬식, 추수의 달이라... 이거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 둘째 장 번역 |
이런, 첫 문장만큼은 놀라우리만큼 적나라하군.
{여왕이 죽었다. 도리아니도 죽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변해갔다.}
그 다음은 해석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야. 당황해서 휘갈긴 수준에 가깝거든. 한 번 살펴는 볼까. 알아볼 수 있는 단어는 "잠들다"나 "악몽"... "짐승" 정도겠군. 무슨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말일세. 역사가는 이렇게 끝을 맺었네.
{선조들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뤄냈다. 하지만 실패 또한 우리가 이뤄내었다.}
난 바알 문명이 어찌 몰락했는지 굳이 상상할 필요가 없는 사람일세. 이 두 눈으로 직접 지켜봤거든. — 셋째 장 번역 |
이거 묘하구먼. 오래된 문건들은 대부분 내가 연대를 정리해 놨었거든. 이 양피지는 대단한 판본이긴 한데 진본은 아니야. 그보단 근래에 찍어낸 물건이지.
허허, 이거 한번 들어보게!
{친애하는 이시우스에게,}
{덕분에 기대 이상의 깨달음을 얻었네. 이 물건을 번역해줬으니 큰 보상이 뒤따라야 마땅하겠지. 그래서 이 몸의 개인 실험실에 자네 자리를 마련할까 하네. 그동안 자넬 호위해오던 이들은 잘 다독여 주고. 그렇게 쓸모있는 인재들이 상처받는 건 나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니.}
{자네와 함께 일할 날을 고대하겠네, 이시우스 페란두스.}
{그대의 진정한 친우,}
{말라카이}
불쌍한 친구 같으니라고. 어찌 됐는진 모르겠지만 이거 심심한 유감을 표해야겠어. — 넷째 장 번역 |
내 스러진 육체로 화폭과 유화 물감을 만든 이는 카루이 {모티아타}였네. 고대의 노래와 찰나의 판단 착오 덕분에 나는 잘못을 뉘우칠 시간이 있었지. — 그림 |
어떤 문명이든 도리아니나... 말라카이 같은 작자들이 나오기 마련일세. 엄청난 재능과 비정상적인 야심을 지닌 인물들 말이야. 그런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재미난' 역사는 나오지 않았을 테지. — 도리아니 |
정화 봉기 당시 말라카이가 어찌 목숨을 부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투스 황제의 시체가 채 식기도 전에, 재빨리 볼 황제의 편으로 돌아섰다네.
말라카이는 분명, 이시우스에게 그랬듯이 볼에게도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했을 게야. — 말라카이 |
말라카이는 치투스 황제란 후원자 없이는 크게 되지 못했을 인물일세. 도리아니 역시 앗지리 여왕과 비슷한 관계를 맺었지.
앗지리 여왕이 "역사의 파문 너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길 원했다"는 얘기도 있더군. 잘난 척하는 꼴이 치투스와 판박이 아닌가.
모든 죄악을 통틀어 자만심만큼 흉한 게 없거늘. — 앗지리 여왕 |
사안이 무너지는 데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네. 산맥을 타고 내려온 폭풍이 도시를 집어삼켜 한낮인데도 세상은 어두컴컴하게 변했지.
동료들의 눈빛이 광기에 물들던 모습도 기억나네. 제국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이들이 침을 흘리며 떠들어대고 서로를 도륙해댔지.
대현자 트리니안이 두개골에 박힌 마석의 불빛에 집어삼켜지더니 뙤약볕의 포도처럼 시들어서는 굶어죽은 몰골이 된 모습 역시 지켜봐야 했고 말이지.
나마카누이의 산들이 불을 뿜어내는 광경도 눈에 선하군. 나무처럼 높게 솟은 파도와 거대한 전사처럼... 마치 거대한 벽처럼 불어닥치는 바람도 보였어. 자연은 있는 그대로여야 하는 법인데...
대재앙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거라곤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네. — 대재앙 |
— S01.ogg |
— S01b.ogg |
— S02.ogg |
— S02b.ogg |
— S03.ogg |
— S03b.ogg |
— S04.ogg |
— S04b.ogg |
— S05.ogg |
— S05b.ogg |
— S06.ogg |
— S06b.ogg |
— S07.ogg |
— S07b.ogg |
— S08.ogg |
— S08b.og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