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
- The Conquerors of the Atlas
- The Nature of the At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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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탐험가들은 언덕으로 올라가 눈 앞에 펼쳐진 땅을 발견하였고,
그 땅이 물결치고 부서지고 뒤틀리는 경이로움을 목격하였다." -
"이 새롭고도 이상한 장소에는 계절은 있지만 해가 없고 눈도 내리지 않았다.
파도처럼 치솟다가 떨어지는 돌의 계절,
구성과 성장, 광기와 혼돈의 계절,
인과를 알 수 없는 탄생과 부패의 계절." -
"한동안 이곳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의
시작이 될 거라 여겨졌다.
그들의 손길이 깃들고 명령을 따른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이 땅의 모든 존재와 마찬가지로, 이곳을 통제하는 것은 환상이었다." -
소원해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아틀라스를 처음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소원해진 사이를 얼마나 수습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차피 그때쯤엔 아버지의 정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던지라...
그땐 아틀라스의 의도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본 것 같아요. 뭐, 다들 그러긴 했죠. 무한한 세계와 무한한 자원, 무한대로 열린 삶의 터전이라니.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선 견뎌낼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했었어요. 아틀라스에 정착한다는 건 형언할 수 없는 광기에 취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했거든요. 서서히 퍼지는 데다 피할 수도 없고요. 당신의 가장 커다란 욕망을 자극해 그 가능성의 한 조각을 보여주고 꾀어내는 거니까요. 친구들과 같은 방식으로 나락에 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는 이게 다였던 것 같아요...
즉, 우리가 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는 거예요. 당부드리는 건, 정신을 잃을 것 같으면 꼭 말을 해주세요. -
초기 생존자 중 한 명과 오리아스로 돌아왔어요. 드디어 제 지식을 좋은 데 쓸 기회가 왔다 싶어 들떴었죠. 재건에 힘쓰는 동안 우연히 황금으로 된 장치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저희 아버지의 물건이더군요.
처음엔 이 장치가 재정착에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엘더를 발견하고 장치의 포탈 너머에 있는 존재를 알게 되니 득보단 해가 많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레이클라스트에서 전투 실력을 입증한 유배자들로 비밀 결사단을 결성해 엘더를 봉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죠. 그때의 안도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하지만...
아틀라스는 위험한 곳이에요.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해치려 들죠. 레이클라스트가 점잖게 보일 정도라니까요. 우리 대원들, 나의 친구들도 여정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고요. 힘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 현실 감각을 잃고 만 거예요.
저도 그들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어요. -
첫인상이 험악했다면 미안해요. 아틀라스에 들어가면 모든 인류가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요.
저는 자나라고 해요. 당신처럼 유배자들끼리 팀을 이뤄 아틀라스에 들어갔었죠. 엘더라 불리는 괴물이 우리 세계에 오지 못하도록 막는 너무나 중요한 임무를 지고 말이죠. 나름대로 전투의 대가라는 사람들을 영입했는데도 여정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도 엘더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모두 구할 수는... 아무튼 우린 성공했어요.
전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동료들은 계속 돌아갔어요. 끊임없이 아틀라스에 들어가 전 세계를 헤집어 놓았죠. 그들은 오리아스를 구하지도, 탐사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학살할 뿐이었죠.
아틀라스가 사람의 사고방식에 이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처음엔 그들의 광기가 엘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아틀라스 자체가 문제예요. 확실해요.
이제 그 유배자들이 너무 강력해졌어요... 제겐 우리가 나가는 통로를 파괴하는 것 말고는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죠. 그래서 전 우리 모두를 아틀라스에 가둬두고 죽음이 찾아오길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당신이 나타났네요. - Falling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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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랜들렌,
이 기묘한 곳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듯싶어. 안내인이라는 작자는 이리로 오는 데 썼던 장치가 고장 났으며 고칠 수 없는 상태라고 그러더군.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찾으려면 기적이라도 일어나야 한다나. 너도 알다시피 기적이 흔한 일은 아닌데 말이지.
어느 용감무쌍한 탐험가들이 여길 찾아내서 이 편지가 너한테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야. 앞으로 천년의 세월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너와 함께할 수 있기를, 내 손에 쥐어진 그 손을 다시금 느낄 수 있기를 바랐어. 템플러의 법정에 함께했던 지난날처럼 운명이 이끌어 주리라 생각했건만. 그런 바람보다는 의무를 우선시해야 했어.
내가 했던 일들은 전부 네 안위를 위함이었음을 알아줘.
행복을 찾길 기원할게.
영원한 형제,
바란 - 사냥꾼 알-헤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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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아틀라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때는 말이죠, 기본적인 생존 기술만으로는 안 되고 전체적인 판세에 통달해야 하는 법이에요. 하루가 멀다 하고 땅이 바뀌는 곳이라 골치 아픈 일이었지만, 알-헤즈민에게 길 찾기란 로아가 진흙을 찾는 거나 다름없던 일이었거든요. 우릴 끝도 없이 꼬인 동굴에서 구해준 건 물론이고, 항상 발 빠르게 위험한 야수의 흔적을 발견하곤 했지요.
하지만 그런 우리의 기대가 녀석을 점점 잠식해갔던 거예요. 최고가 되기 위해 참 무던히도 노력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드록스가 멧돼지를 2마리 사냥하면 자기는 3마리를 잡아야 했고, 전투에선 항상 가장 멋지고 강력한 일격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날리곤 했어요.
기량에 대한 집착이야 뭐 엘더 원정에 꽤 도움이 되는지라 당시엔 다들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결국 그 집착이 본래 모습을 뿌리째 드러내고 말았죠. 알-헤즈민은 허세가 심한 만큼이나 2, 3등에 그친 모습을 내보이길 지독하게 두려워했어요. 광기에 잠식당했을 때도 내게 불친절하게 군 적은 없지만, 드록스처럼 유능한 전사는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결국 둘은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죠. 우리야 한밤중에 몰래 탈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유능한 녀석에게선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에요. 아마 저 바깥에서 언제 덮치면 좋을까 하고 어슬렁거리지 않을까 싶은데... - 전쟁군주 드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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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머 이 끝없는 미답의 대지에는 푸르른 언덕이 있다지. 유배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금에야 드디어 새롭게 삶을 꽃피울 곳을 발견했다.
엘더와 쉐이퍼가 사라졌으니 이젠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왕국을 세울 수 있어. 템플러의 압제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더는 권세 있는 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 얘기지. 내가 모두를 이끌어 나의 힘으로 평등한 법치를 세울 것이다.
꿈 같은 이야기지만 힘으로써 현실로 빚어낼 수 있는 꿈이다. 내가 걷는 위협의 골짜기는 언젠가 데려올 사람들을 위한 골짜기가 되리라. 그들은 자유로울 것이며 나는 공포나 종교 따위보단 존경으로 그들을 다스리는 진정한 주인이 되리라.
정의의 드록스 -
골짜기를 확보하면서 나의 땅이 넓어지고 있으나, 발길을 돌리면 또다시 환영과 뒤틀린 환상이 그곳을 채운다. 저 안개가 과열된 괴물들에 스며드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안개 속에 사라지는 왕국을 어찌 왕국이라 하겠는가.
내 힘이 강해질수록 저 안개가 미묘한 방식으로 내 기대에 부응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의심할 여지 없는 강력함을 손에 쥔다면 이 영토를 문제없이 통제할 수 있게 되겠지.
그래, 이제야 알았다.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나의 왕국은 현실이 될 것이다.
강대한 드록스 -
전투를 거칠 때마다 내 공격은 강력해지고 몸은 더 빨라진다. 나의 속도가 안개를 압도할 때마다 장엄한 전투의 흐름이 내게 다가옴을 느낀다. 적을 둘로 갈라버릴 때면 팔이 타오르는 듯하다. 어떤 환영과 싸우는지가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무엇이든 일격에 갈라져 다음 상대에게 이르는 길을 내어줄 뿐인 것을.
꿈이 가까워진다. 왕국이 손아귀에 잡힐 듯하다. 끝없는 싸움을 이어가야 할지라도 반드시 잡아내고야 말리라. 고통이 내 안에 흐를지라도 이 전율이 나의 동반자일지니. 나의 백성들은 고향을 갖게 되리라.
전사 드록스 -
전투라면 저도 충분히 겪어봤지만, 드록스만큼 전장을 제집같이 편히 여기는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지도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지휘관이었죠. 전투 도중 불가능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드록스는 항상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냈어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도 한결같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어느샌가, 그리고 거의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서서히 드록스는 일행보다 자신의 새로운 꿈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그 미소도 노려보는 표정으로 바뀌었죠. 아틀라스에 새로운 왕국을 세우겠다는 미친 생각에 틀어박힌 거예요. 베리타니아에게도 차갑게 굴고, 나머지에게도 데면데면하게 굴었어요. 아틀라스를 확보하고 법을 세우는데 온 노력을 기울였죠. 그러한 집착이 우리마저 위험에 빠트리자 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일행을 이끌고 드록스에게서 멀어질 때 그는 딱히 눈치를 채지도 못했고 신경을 쓰지도 않더군요. - 대속자 베리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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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라는 곳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엘더와 쉐이퍼가 영토를 두고 다투면서 이곳은 폭력을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 우리가 싸웠던 이형의 이면에는 알려진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이 사라지면서 이곳은 공물과 위로로 우리의 욕망을 달래듯 본래의 유순한 땅으로 되돌아갔다.
유배되기 전, 인간의 상스러운 면을 알게 되기 전에 나는 테오폴리스 축제에서 거울의 전당을 배회했다. 깜빡이는 횃불 아래 나의 모습이 무한히 비치고 있었다. 어떠한 지평선도 나를 가리지 못했건만, 거울상이 멀어질수록 나의 모습 또한 흔들리며 점차 어두워졌다.
아틀라스의 안개가 바로 그렇다. 연무도, 습기도, 흐릿한 실안개도 없다. 오로지 나의 의지, 생각, 기대만이 드넓은 공간에서 무수한 거울상처럼 비칠 뿐이다. 순수한 이에게는 천국이겠지만, 우리는 악으로 가득한 필멸자가 아닌가.
이곳에선 욕망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적이다.
절제하는 베리타니아 -
사이러스를 잃기 전 잠깐 동안은 동료 유배자들을 친구라고 여겼다. 가족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곧 죽으리란 믿음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유대감이 형성되었지만... 우린 죽지 않았다. 사이러스가 자신을 희생한 덕에 우린 이겨낸 것이다.
그 대가가 뭐냐고? 우린 멀어지고 있다. 각자가 덧없는 지평선에서 욕망을 마주하여 각자의 길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언제적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바란은 비분강개하여 태양조차 거짓인 이곳에서 성전을 외치고 다녔다. 내가 걷는 골짜기에 떠 있는 저 태양은 저기에 있다고 내가 믿는 탓에 보이는 게 아닐까. 태양이 하나뿐인 것도 내가 그렇게 믿어서가 아닐까.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
마음이 쓰리다는 건 아니다. 나는 신념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드록스는 이곳을 개척해 왕이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 자존심이 그와 나의 사이를 더욱 벌리고 있었다. 알-헤즈민은 위험한 적과의 전투로 자신을 갈고닦아 드록스와 바란보다 강해지려 한다. 이런 헛된 질투들이 알-헤즈민의 영혼과 주변의 땅마저 물들이고 있다.
모두가 역겨워지고 있다.
고결한 베리타니아 -
이제는 알 수 있다. 나는 이곳의 도덕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탐욕스러운 욕망에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망상밖에 남지 않아 방종과 방종 사이를 헤매는 저들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올라올 지경이다.
안개 밖 공포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억누르는 것이 내 의무가 확실하다. 정화의 사자에겐 이 혼란한 세상에 질서를 가져올 힘이 필요하고, 알-헤즈민이나 드록스 같은 자들이 악의를 퍼트리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그렇다. 나만이 거울의 전당에서 자유롭다. 나만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다. 너무 늦기 전에 여길 벗어나야 한다... 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정화의 사자 베리타니아 -
혐오스러운 괴물들! '아틀라스'에는 악의가 들끓는다. 저 안개 사방에서 나타나 춤추고 웃으며 먹고 마신다. 필멸자의 취약함을 과장한 기괴한 모습으로 날뛴다. 입술을 씹는 소리가 내 귀를 때리고, 와인이 목젖을 때리는 소리가 내 분노를 불러온다. 돈과 보석과 황금빛 보물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네가 지금 이런 것에 얼마나 넌더리가 나는지 모르는 건가? 그만 좀 먹어. 그만 좀 마셔. 네가 지금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 보란 말이야! 식도로 넘기는 그 음식은, 자신에게 되풀이하는 그 거짓말은 널 더욱 기괴하게 만들 뿐이야. 넌 변하고 있어. 일그러지고 있어. 입은 튀어나온 채로 눈은 불룩하고, 손은 부풀어 올라 있어.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가 널 구해줄게. 네 약점을 잘라내서 너를 그 악의 속에서 구하고 말겠어.
대속자 베리타니아 -
내가 만난 베리타니아는 모순 덩어리였어요. 조용한 은둔자의 전형이라 할만한 상이다가도, 모닥불에서 주장하던 대로 인간의 도덕에 따라 다른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유배되기 전에 굶주린 자, 빈곤한 자, 노숙자, 중독자, 노예들을 차별 없이 돌보곤 했는데 사실 그 자선 활동 때문에 유배된 거라네요. 학대받는 마라케스와 카루이 사람들을 돌보다 오리아스의 권력자들을 화나게 만든 모양이에요.
함께 아틀라스를 탐험하는 동안 베리타니아가 가지고 있던 마음가짐은 일행에 귀중한 자원이 되었어요. 덕분에 제한된 자원으로 예상보다 더 멀리 탐험할 수 있었죠. 쓸모없는 대립을 피해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전력도 보존했고요. 누구보다 빨리 나쁜 전조를 알아채 벗어나도록 돕기도 했어요.
하지만 베리타니아도 결국 다른 이들처럼 아틀라스가 주는 중압감에 무너지고 말았어요. 자애로웠던 모습을 버리고 우리가 마주한 모든 걸 업신여기게 된 거죠. 드록스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높아져만 가는 그녀의 기준을 충족할 수 없었던 거예요. 결국 드록스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행을 버리고 사라지고 말았어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땐 나더러 아틀라스의 불가사의를 이용해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잊으려 하는 거 아니냐고 비난하더군요. 세상에, 제가 거기에 얼마나 정나미가 뚝 떨어졌는진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 십자군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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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러 교단에 충성했던 수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바란도 자신의 형제로 삼았던 자들을 특히나 경멸하고 있어요. 우리 둘 모두 도미누스를 싫어한 덕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과학과 영성이 어디서 만나는지... 또 어디서 충돌하는지 토론하며 지샐 뻔한 밤이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저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베리타니아의 세속적인 견해를 지지하는 반면, 바란은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하려면 신에 대한 믿음이 필수라고 굳게 믿는 쪽이었죠. 템플러에게 온갖 고초를 겪고도 신념이 흔들리지 않았던 거예요.
비록 견해가 항상 일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어요. 물론 광기가 들어서자 존중은 과열된 논쟁과 비방으로 바뀌었지만요. 일행이 점점 줄어들자 바란에겐 떠난 사람들을 의심할 이유가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갈라서기 전 서로 벌인 싸움에서 바란은 나더러 자길 정도를 이탈하게 만들려는 의문의 악마가 보낸 존재라 비난을 일삼더군요.
그렇게 나 혼자 남게 된 거예요. -
내심 바란한테 벌어진 일은 자나의 탓이라 생각했네. 녀석이 그냥 그대로 죽었더라면 그 정도로 끝날 일이었거든. 근데 자나 때문에 저기 어딘가에서 영원한 광기로 고통받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일세... 씁쓸하기 이를 데가 없군. 하지만 의무가 우선인 걸 어쩌겠나. 우리가 보호할 시민들이 우선이지. 시민 치안 판사를 찾아가서 모든 걸 설명한다면 캐사리우스는 범죄자와 협력한 죄목으로 철창 신세를 질 거야. 우린 말도 안 되는 얘길 늘어놨다며 정신병동에 처박힐 테고 말이지. 그럼 결국... 불평은 묻어두고 함께 '사이러스'와 맞서는 수밖에 없겠군.
- Watchstones and The Return of S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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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가 그토록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날 버리고 떠났다.
어둠의 보주가 공중에 부유한 채 빛을 집어삼키던 광경을 기억한다. 사로잡을 무언가를 찾아 필사적으로 마수를 뻗던 모습 역시 기억한다. 앞으로 나아가던 나의 모습 또한 기억한다. 머릿속에 자신이나 오리아스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의 친구들, 나를 의지하던 형제자매들을 생각했다. 어둠의 차가운 손길이 나를 옥죄자 의식이 사라졌다.
그리고 난... 유리. 유리 안에 갇혀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말할 수도 없었다. 허나 모든 걸 볼 수 있었다. 모든 걸 보았다. 모두를 보았다. 그들이 떠나는 걸 보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보았다. 모든 것이 너무 빨랐다. 수천의 낮과 밤이 한순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슬픔이나 분노조차도. 기쁨조차도. 고통조차도. 즐거움조차도. 나는 자유였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자유로이 갈 수 있었다.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우주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그곳은 비어 있었다. -
이 편지를 발견하게 될 자에게,
이 기묘하고도 뒤틀린 세상에서는 이해를 초월한 일들이 벌어졌다. 시간이란 개념보다 오래된 악이 주위를 배회하며, 오리아스의 아들인 발도 캐사리우스의 기억을 먹잇감으로 삼는 식으로 말이다.
아아, 캐사리우스를 집어삼켜온 마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녀석은 우리가 일전에 찾아냈던 '부패'를 퍼트리기를 갈망하는 존재가 분명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악마의 뒤를 쫓았는지 모르겠다. 동료들이 광기의 조짐을 보이기에 충분할 정도의 세월이었으려나. 사이러스의 과감한 통솔력과...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모두 악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헤아리지도 못할 정도로 시도했건만, 악마를 처단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발도의 딸인 자나가 악마를 봉인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로 하여금 아버지를 희생시키는 방안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영혼이 평안히 잠들기를. 사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이번 도박은 실패로 끝났으리라. 악마는 쉽사리 굴복하지 않았다. 기를 쓰고 자나의 기계 장치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던 중에... 사이러스가 녀석한테 뛰어들었다. 우리는 악마가 그에게로 짓쳐들어오는 광경을, 결국은 손아귀에서 힘을 빼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이내 함정으로 끌려 들어간 사이러스와 악마가 현실을 벗어나 버렸다. 그렇게 둘은 사라졌다.
그러다가 사이러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귀환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그의 시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광기 어린 중얼거림을... 쉼 없이 이어갈 뿐이었다. 이윽고 사일러스의 표정이 검은 영혼에 빙의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그러졌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한테 덤벼들었다. 우리로서는 그를 억누를 수조차 없었기에, 그 자리를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향을 망쳐놓은 범인은 발도의 딸이었다.
여기서 얼마나 갇혀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최소 몇 주는 지났겠지. 아니, 몇 년일지도. 아틀라스에서의 시간은 신기루와도 같으니까.
이 편지를 읽는 자여.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게 아니라면, 여기서 머물지 마라. 오리아스나 당신이 떠나왔던 그곳으로 돌아가라. 사이러스의 영웅적인 면모와 희생을 알리고, 그와 우리가 일행이 밝혀냈던 비밀과 함께 죽어가게 놔두길 바란다.
믿음을 잃은 자, 바란 -
사이러스가 입을 다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광기 어린 중얼거림을 멈춘 것이다.
그의 중얼거림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디로 향하든, 어디에 숨든, 어디서 위안을 찾든 상관없이 우릴 찾아냈으니 말이다. 일행끼리 갈라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뱀처럼 머리통을 휘감은 사이러스의 목소리가 다른 생각들을 뒤틀린 형태로 짜부라트리기 일쑤였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신의 속삭임은 들을 수조차 없었다.
지금도 사이러스를 찾아갈 생각이 들진 않는다. 이 감옥에서 벗어나, 오만하고도 불경스러운 캐사리우스에게서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던 죄를 묻고 싶을 뿐이다. 그 후에는 군대를 이끌고 돌아와 아틀라스를 차지해야겠지. 신의 이름을 받들어 건국하는 것만큼 믿음을 내보이는 일이 또 어딨단 말인가? 그다음은 어쩌냐고? 신의 속삭임을 따라야지.
신께서 내게 문을 보여주셨다. 바윗돌과 모습을 드러낼 길을 보여주셨다. 그에 맞는 열쇠만 찾으면 될 일이다.
전지전능하신 분이시여, 제가 당신의 종입니다. 제가 당신의 검입니다. 정신과 육체, 영혼까지 당신의 것이니. 당신께서 바라시는 것들은 모조리 바치겠노라 약조하겠나이다.
축복받은 자, 바란 -
바란은 달아나며 돌 하나를 두고 갔어요. 언뜻 보면 힘의 마석과 닮았지만 전 훨씬 다른 성질의 것이라 생각해요.
엘더를 쓰러뜨렸을 때 죽이진 않았어요. 뭐 죽이는 게 가능한 일인지조차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 대신 저희 아버지가 고안한 장치로 엘더를 봉인할 수는 있었어요. 장치는 원정 도중 찾은 아버지의 기억에서 발견한 거죠. 그 악마를 봉인하고 나니 아버지의 일부 기억도 엘더의 무수한 희생양들과 함께 사라졌어요. 문제는 그것들이 뒤섞여서 구별할 수가 없게 됐다는 거죠.
이 돌들은 엘더의 희생자들이 억겁의 시간에 걸쳐 남긴 것들이에요. 결정화되고 응축된 채 아틀라스의 숨겨진 에너지를 그들에게 끌어오는 거죠. 그런 물건을 입수한다는 건 손아귀에 무수한 생명을 쥐고, 정신을 온갖 소리와 형상과 감정이 난폭하게 뒤섞인 결과물로 가득 채우게 된다는 뜻이에요.
바란도 자기가 뭘 얻은 건진 몰라도 무슨 영향을 받았는진 알고 있었을 거예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물건이니까요. 저도 돌에 댄 손을 떼고 멀어지는 데만 모든 의지력을 동원했을 정도였어요. 솔직히 그 돌을 가져가게 둘 순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엘더슬레이어랑 싸울 때 쓰지 말란 건 아니에요. -
그 정도면 충분히 격리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어리석었어요. 누군가의 호기심 정도로도 깨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던 거죠.
유배자, 난 당신의 정체도, 지금까지 한 일도 모두 알고 있어요. 당신은 신을 해치울 정도로 강한 힘을 지녔죠. 하지만 아틀라스의 그 유배자들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에요.
하지만 그들을 막아야 해요. 우리에겐 아직 놈들이 모르는, 레이클라스트로 돌아갈 수 있는 작은 통로가 있잖아요. 놈들도 열심히 다른 방법을 찾고 있을 테지만요.
요즘 들어 지도와 지도 사이에 숨겨진 제단이 눈에 띄어요, 바로 이렇게 생겼죠. 그 유배자들이 탈출하기 위해 지은 제단이 아닐까 싶어 걱정되네요. 놈들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해요.
미안해요. 당신은 이미 엄청난 일들을 해냈지만... 이 일을 다른 누가 해낼 수 있겠어요?
그 유배자들이 이 제단처럼 숨겨진 통로를 찾아낸 것 같아요. 놈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혹시 당신이 그곳을 발견하면 제가 그리로 이동시켜줄 수 있어요. 전 은신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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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이러스가 살아있다고? 세상에, 죽은 줄만 알았는데! 분명 함께 엘더를 봉인할 때 방출된 에너지에 맞았었는데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요?
사이러스는 제가 영입한 유배자들의 지도자였어요. 아틀라스를 함께 여행하기 전에도 재능 하며 결단력, 무력까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관계도 점점... 가까워졌었고 말이죠. 엘더와 함께 사라졌을 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다른 유배자들도 나처럼 애타고 찾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살아있단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이러스가 다른 자들의 광기에 매여있다 생각하니 소름이 끼쳐요. 어쩌면 마찬가지로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고요. 찾아내서 막아야 해요. 사이러스야말로 나가는 길을 애타게 찾고 있을 거예요. -
유배자, 긴급 상황이에요.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지도 장치가 이상해졌어요. 웅웅거리면서 진동을 하고,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톱니바퀴가 나란히 정렬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원인을 알 것 같아요...
사이러스가 돌아온 후 아틀라스의 중심부에서 어마어마한 폭풍이 일어나 그 지역의 정보를 전부 차단해 버렸어요. 탈출을 꾀하던 사이러스가 방법을 찾았는지도 몰라요. 레이클라스트로 돌아오기 위해 아틀라스 내부에서 직접 지도 장치를 만든 거죠. 달리 우리 지도 장치의 이상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 폭풍도 다른 장치의 에너지를 약화시킬 수는 없어요.
서둘러야 해요, 유배자. 만에 하나 사이러스가 오리아스로 돌아온다면... 신들이시여... 그 장치를 파괴하지 못하면 전부 끝장이에요. -
그는 악인이었을까? 밤에 잠을 청할 때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네. 그자가 내게 남긴 상처가 영영 낫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병을 옮기는 진흙파리한테 물린 것마냥 근질거리고는 하지. 피부가 자연스레 낫는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분해가 나를 갉아먹고 있어...
아, 하지만 사이러스처럼 영원 같은 시간 동안 어둠 속에 버려지는 건 상상도 못하겠어. 공허에 빠져 사랑했던 사람들을 공격하게 되는 것도 상상이 안 가.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겠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 또 때가 되면 그럴 것이고. - The Second Fall of Ori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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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선봉대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피 작전에 착수했네. 수백 척의 선박이 떠나자... 오리아스는 그대로 버려졌지. 그렇게 템플러의 통치 이후로 이노센스의 탄압과 키타바의 학살극이 이어졌고, 결국은 사이러스로 인한 파괴까지 자행되었어. 이 조그만 섬은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곳이 아니게 되었지. 저주받은 곳이라 그렇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 역시 그런 재난에 일조하지 않았다고는 못할 걸세.
오리아스 인이 한때 노예로 부려먹었던 카루이한테 의존하는 신세가 되다니 참으로 공교로운 상황이군. 로아의 궁둥짝을 걷어차면 로아한테 머리통을 얻어맞게 되기 마련이라 말하고 다녔는데, 이 땅의 주인들이 얼마나 영예로운 이들인지를 간과한 실언이었어. 카루이는 신의 죽음을 겪은 후로 변했더군. 우리 역시 고향 땅을 벗어나면서 많이 변했고 말이야. 신앙을 지닌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왔달까. 아무튼 우리는 마침내 홀로 서게 된 거야.
그렇기에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맞서려면 힘을 합쳐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