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
- The War for the Atlas
- Zana Caeserius and the Map De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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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흐릿하기만 하네요. 아버지는 고위 템플러 베나리우스의 수석 기록관이셨어요. 참으로 잔혹하고도 옹졸한 작자였죠. 베나리우스는 레이클라스트의 폐허에서 발굴해낸 유물로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우러러볼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아버지는 지도 장치를 시험해보라고 강요를 받았어요.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거였죠. 아버지는 지도 장치가 그보다 훨씬 유용하단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래서 베나리우스에게 넘겨주기보단 힘의 오용을 막는 데 열을 올리셨죠. 덕분에 아버지는 자유를 잃었고, 저는... 유년시절을 잃게 된 거죠. -
어머니께서는 제가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도 몇 년 뒤에 세상을 떠나셨고요. 고아가 되자, 가문의 재산은 그대로 몰수되더군요. 저는 하인 신분으로 고용되어 자산가의 저택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어야 했죠.
어린애들 호기심 많은 거 알죠? 저는 그중에서도 특출날 정도로 호기심이 많았어요. 책이라면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사실에는 일일이 반문할 정도였죠. 제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영리했던 것 같아요. 결국 그 때문에 템플러의 눈에 들게 되었고 말이에요.
다행히도 도미누스는 다른 고위 템플러들만큼 치밀한 성격은 아니었어요. 유배를 목전에 두고 오리아스를 떠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
초기 생존자 중 한 명과 오리아스로 돌아왔어요. 드디어 제 지식을 좋은 데 쓸 기회가 왔다 싶어 들떴었죠. 재건에 힘쓰는 동안 우연히 황금으로 된 장치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저희 아버지의 물건이더군요.
처음엔 이 장치가 재정착에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엘더를 발견하고 장치의 포탈 너머에 있는 존재를 알게 되니 득보단 해가 많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레이클라스트에서 전투 실력을 입증한 유배자들로 비밀 결사단을 결성해 엘더를 봉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죠. 그때의 안도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하지만...
아틀라스는 위험한 곳이에요.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해치려 들죠. 레이클라스트가 점잖게 보일 정도라니까요. 우리 대원들, 나의 친구들도 여정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고요. 힘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 현실 감각을 잃고 만 거예요.
저도 그들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어요. -
소원해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아틀라스를 처음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소원해진 사이를 얼마나 수습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차피 그때쯤엔 아버지의 정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던지라...
그땐 아틀라스의 의도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본 것 같아요. 뭐, 다들 그러긴 했죠. 무한한 세계와 무한한 자원, 무한대로 열린 삶의 터전이라니.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선 견뎌낼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했었어요. 아틀라스에 정착한다는 건 형언할 수 없는 광기에 취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했거든요. 서서히 퍼지는 데다 피할 수도 없고요. 당신의 가장 커다란 욕망을 자극해 그 가능성의 한 조각을 보여주고 꾀어내는 거니까요. 친구들과 같은 방식으로 나락에 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는 이게 다였던 것 같아요...
즉, 우리가 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는 거예요. 당부드리는 건, 정신을 잃을 것 같으면 꼭 말을 해주세요. - Recruting Ex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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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생존자 중 한 명과 오리아스로 돌아왔어요. 드디어 제 지식을 좋은 데 쓸 기회가 왔다 싶어 들떴었죠. 재건에 힘쓰는 동안 우연히 황금으로 된 장치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저희 아버지의 물건이더군요.
처음엔 이 장치가 재정착에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엘더를 발견하고 장치의 포탈 너머에 있는 존재를 알게 되니 득보단 해가 많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레이클라스트에서 전투 실력을 입증한 유배자들로 비밀 결사단을 결성해 엘더를 봉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죠. 그때의 안도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하지만...
아틀라스는 위험한 곳이에요.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해치려 들죠. 레이클라스트가 점잖게 보일 정도라니까요. 우리 대원들, 나의 친구들도 여정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고요. 힘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 현실 감각을 잃고 만 거예요.
저도 그들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어요. -
바란: 그의 모든 생활은 기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식사와 수면을 포함해 다른 모든 활동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 주지만, 기도 시간만큼은 절대로 어기지 않는다. 무릎이 남아나려나.
베리타니아: 매일 밤 책을 읽는다. 도대체 어디서 책을 구한 거지. 뭐 내 알 바 아니다.
잠꼬대를 하는데, 알아듣지 못할 단어를 써서 사실상 소음이나 다름없다.
자나: 무언가 중요한 걸 숨기고 있다. 아직 확실하진 않다. 이전에 겪었던 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계속 감시하고 있다.
드록스: 떠버리 녀석이다. 밤늦게까지 전투 훈련을 한다. 가끔 새벽에 캠프 주변을 순찰하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히 잠은 잘 터인데... 도대체 언제 자는지 모르겠다. -
이런... 사이러스가 살아있다고? 세상에, 죽은 줄만 알았는데! 분명 함께 엘더를 봉인할 때 방출된 에너지에 맞았었는데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요?
사이러스는 제가 영입한 유배자들의 지도자였어요. 아틀라스를 함께 여행하기 전에도 재능 하며 결단력, 무력까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관계도 점점... 가까워졌었고 말이죠. 엘더와 함께 사라졌을 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다른 유배자들도 나처럼 애타고 찾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살아있단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이러스가 다른 자들의 광기에 매여있다 생각하니 소름이 끼쳐요. 어쩌면 마찬가지로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고요. 찾아내서 막아야 해요. 사이러스야말로 나가는 길을 애타게 찾고 있을 거예요. -
있는 그대로 털어놓도록 하지, 신 살해자. 문제가 생겼는데, 도움을 청할 사람이 그쪽밖에 없거든.
얼마 전부터 동생인 바란이 자나 캐사리우스라는 급진주의자와 어울리기 시작했네. 그쪽 방면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라던데. 함께 일했던 자들 대부분이 사람 없는 집회의 신도들처럼 골목길 구석에서 고래고래 악을 쓰거나, 아무 시민이나 꾀어내는 처지로 전락한다고 하더군. 이렇게 걱정하는 원인이 뭔지는 알겠지? 자나가 광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옛 템플러의 실험실에서 일을 벌이고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들어왔어. 함께 그리로 가보도록 하세. - Pursuing the Sh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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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자나에게,
괜찮은 거지? 아버지라면 응당 그렇듯이 네가 무사히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를 빌어본다. 착하고 강인하게 자라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도 빌어보마. 다시는 너와 만날 수 없단 사실이 후회될 뿐이란다. 하지만 어둠 속의 악으로부터 너를 지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구나.
엘더를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단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해볼 수조차 없더구나. 너무나도 강력한 데다, 형성하는 능력조차 나보다 숙달된 존재였으니. 연구실에서 체포당하던 그 날에 베나리우스가 내 발명품을 망가뜨리지만 않았어도, 공허의 틈새를 열어 녀석의 육신이라는 껍데기를 현실 세계 밖으로 날려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장치를 다시 만들어낼 여유가 되지 않는다. 엘더에게 먹히느라 그걸 다시 만들 방법조차 잊어버렸고 말이다.
하지만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 뿐, 녀석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궁지에 물린 짐승처럼 죽는 순간까지 맞서 보려고 한다. 잠에 빠져들어 오리아스에서 깨어나려고도 시도를 해봤단다. 너를 다시 한번 품에 안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 수가 없더구나.
네가 이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리란 사실은 알고 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써 내려간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금방이라도 무너지려 하는 내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랑한다. 이 무한한 어둠 속에서나마 네가 무사하길 빌어보마. 너는 정말 대견한 딸이었단다. 너를 딸이라 부를 수 있는 하루하루가 축복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계속 움직여야겠구나. 계속 맞서 싸워야 하니 말이다.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정말로 사랑한다.
못난 아빠, 발도 캐사리우스기억의 책,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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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가 저지른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기억의 조각을 살펴보니, 아버지는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쪽으로 관계가 되어 있었네요. 진실을 숨겨서 미안해요. 진실을 털어놨다간 당신이 악몽 속으로 나아가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그랬어요.
그럼 다시 시작해보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흐릿한 기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떠오르는 게 조금 있어요. 아버지와 저는 어릴 적에... 헤어졌어요. 섬뜩한 세상에서 채 벗어나기 전에 아틀라스가 닫혀 버렸거든요. 그곳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이들은 아틀라스를 찢어버렸고요. 저는 찢어진 조각을 되찾고, 아버지가 만드신 장치를 수리하는 데 평생을 바쳤어요. 그리고 몇 년 전에 그 사명을 완수했죠. 그런데 이렇게 아버지를 찾게 된 거예요.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아버지는 친절하고 온화한 분이셨어요. 누구보다 착하고 존경받는 분이셨다고요. 당신이 봤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단 얘기예요.
이걸 받아주세요. 지도를 탐험하면서 찾은 물건이에요. 사태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절 계속 도와주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만큼 보답하도록 할게요. - Investigating the E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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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엘더"의 소굴에 사로잡히기 전에도 놈을 만났던 적이 있었나 봐요. 최근에 남긴 기록에는 녀석에 대해서 알아낸 점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부패의 감시자가 남긴 연구 일지에서 발췌한 정도라 내용이 방대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한 가지만큼은 동일하게 기록이 되어 있더군요. 엘더는 최상위 존재가 아니란 기록이에요. 누군가를 섬겼거나 어떤 대의를 품고 있었다고 적혀 있는데... 확실치가 않네요. 오히려 헷갈리려고 해요. 아버지나 부패의 감시자는 엘더를 "무에서 비롯된 존재"이며, "무를 퍼뜨리는 존재"라고 적혀 있거든요. 부패를 퍼뜨리려는 불경스러운 음모를 꾸민다는 얘기도 적혀 있던데... 지도 너머로 진균이 퍼져가던 게 엘더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
이게... 아버지의 기억을 갉아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면, 아버지는 텅 빈 껍데기 신세가 될 거예요. 망령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는 거죠. 기억의 조각이 더 있다면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게 만들 수 있어요. 그럼 악몽에서도 깨어나시게 되겠죠.
그런데 이 녀석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생소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게... 잊어버린 악몽과 대면한 기분이에요. 끔찍한 악의가 느껴졌단 정도만 기억이 나네요.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해요. 이 근방에 부패를 퍼뜨리는 근원이니까요. 새까만 그림자에서 흘러내린 부패가 오리아스나 레이클라스트로 흘러들기라도 했다간...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 해요. -
엘더와 부패의 감시자 사이에 있었던 전투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어요. 괴물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던 그들은 치욕스러웠을 거예요.
부패의 감시자는... 아이들의 부모였거든요. 엘더는 어린애를 잡아먹길 좋아했어요. 그들이 손톱과 이빨을 들이밀며 복수하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잠시 동안은 그 복수가 효과가 있었지만... 엘더는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풀려나게 되었어요. 오리아스의 상류층 자제들이 실종당한 걸로 봐서는 어디서 배를 채웠을지는 뻔한 거죠.
그 아이들이 아직 여기 있다면 어떡하죠? 남기고 떠나야 했던 행복한 기억을 붙든 채로 뒤틀린 괴물이 되어버렸다면...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바란이 또 설교를 시작해서, "일기를 쓰러" 간다고 하고 빠져나왔다. 템플러 훈련은 대체 어떻게 진행되길래 저런 따분한 녀석을 자꾸 배출해 내는 걸까? 그래도 좋은 녀석이긴 하다. 차라리 저 설교를 무기로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악마조차 영원한 잠으로 인도해버릴 테니까.
어제 내가 멧돼지 한 마리를 사냥해 왔는데 오늘 드록스 녀석이 두마리를 사냥해 왔다. 내일은 세 마리를 잡아야겠군. 저 떠버리 얼간이에게 최고의 사냥꾼은 나라는 걸 보여주겠어.
자나는 나와 드록스 사이의 긴장감은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자기와 사이러스 사이의 긴장감을 내가 눈치챘다는 건 모르는 듯하다. 어떤 때는 자나가 사이러스를 지그시 바라볼 때가 있다. 다른 때는 사이러스가 자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말이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다.
베리타니아가 웃으며 말을 걸길래 내게 관심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 입술 근처에 멧돼지 피가 묻어 붉은 콧수염처럼 보였나 보다. 핏자국을 지우자 녀석은 그냥 책을 읽으러 돌아가 버렸다.
아 좀, 바란. 좀 닥쳐. 닥쳐. 닥쳐. 닥치라고.
내가 졌다. 녀석이 이겼다. 잠이나 자야겠다. - Attempting to Save The Sh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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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알겠어요. 아틀라스와 지도는... 테오폴리스 원형 극장의 무대에 올려진 것만도 못한 세계를 보여주는군요. 그러니까 장막 뒤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기 위한 위장에 불과한 거였어요.
여기는... 엘더가 만들어낸 세계의 연결점이에요. 녀석이 사냥터로 삼은 곳과 이어지게 되어 있죠. 엘더가 태어난 공허와 가까워진 셈이에요. 아버지는 여길 보금자리로 삼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배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선장은 없다고 생각하신 걸지도 모르죠. 엘더가 자주 들르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녀석은 다른 곳에서 사냥하고 만찬을 즐기느라 바쁠 테니 말이에요.
아버지의 기억을 준비해뒀어요. 먼저 가서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주위를 살펴주세요. 악의 구렁텅이에는 뭐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시고요. -
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버렸군요. 저 괴물에게 집어삼켜지고 만 거예요. 망할 자식 같으니... 아버지는... 절 알아보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리셨고요.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얘길 나눠봤어요. 그런데 절 알아보시더군요. 당신도 봤죠? 제 얼굴을 알아보더라니까요! 지금은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고 계시지만요.
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더라도 이 감옥 같은 곳에서는 벗어나게 해드려야 해요. 이런 부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엘더를 물리치도록 해요. 아버지의 한을 풀고, 편히 쉬게 해드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 The Final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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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찾아냈나요? 뭐죠 그건? 오리아스에 있는 개인 연구실의 열쇠로군요. 아버지가 남기신 기록대로라면, 거기에는 "엘더"를 막을 수 있는 무기가 있을 거예요. 어떻게 해서든지 녀석을 막아야 해요.
애초에 약속했던 것보다 더한 일이 되겠지만, 그 괴물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는 지도 속에서 질리게 봤잖아요. 희생양에게서 비롯된 부패가 퍼져나가게 되면... 그 부패가 지도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면... 이 세상은 악의가 뒤섞인 포자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거예요. 녀석은 그걸 노리고 있겠죠.
얼른 출발하도록 해요. 테오폴리스로 돌아가서, 단서를 쫓아가는 거예요. 품위라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준비를 마치는 대로 그리로 찾아오세요. 어떻게 공격할지를 논의해야 하니까요. -
빨리도 찾아왔네요. 저와 함께하기로 마음 먹어줘서 기뻐요. 그나저나 제가 걱정했던... 그대로였어요. 아틀라스 도처에 널려 있던 부패가 여기까지 밀려들고 있어요. 우리가 아틀라스를 넘나들면서 현실 세계와 지도를 가로막는 방벽이 약해졌던 모양이에요. 이 상황을 저지할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엘더가 섬기던 부패가 새어나오는 상황에 처하게 된 거죠.
아버지를 찾는 일을 도와주면 답례를 하겠다고 말했었죠? 여기 있어요. 아버지의 비밀 연구실에서 찾은 물건이에요. 이걸 받고 저와 함께 여정을 이어나가도록 해요.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요. -
바로 이거예요. 모두를 구원할 "우주의 신비"라는 장치죠. 지도에 있던 엘더를 추상적인 비현실의 세계로 내보낼 수 있는 장치기도 하고요.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아틀라스의 중심부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거예요. 장막이 가장 얇게 쳐져 있는 세계의 연결점에서 말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나서줬으면 좋겠어요. 엘더를 그리로 끌어들여야 해요. 녀석을 이 세계 밖으로 쫓아보내는 일은 제가 맡을 게요. 아버지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단 사실도 명심하세요. 지난 싸움으로 몸이 약해지신 상태지만, 엘더와 싸우기를 포기하시진 않은 것 같으니까요. 최후의 일격이니 그만큼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거예요. -
아버지가 지도 장치로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확실히 기억났어요. 이 무기를 만들려고 얼마나 두문분출했는지도 기억나고요. 당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무기에 관련된 기록을 읽어봤지요. 관련 기술은... 거의 이해가 불가한 수준이었어요. 우주의 신비를 완전히 충전시키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엘더를 향해서 폭발을 일으킨다면 현실 세계로 넘어가기 전에 그 형상을 변화시킬 수 있단 사실 정도만 이해했죠.
어떤 식으로 형상을 변화시켜야 하는지는 알겠죠? 아버지께서 계획하셨듯이 형체를 없애버리면 돼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니, 물질계에는 현신할 수 없는 셈이죠. 강제로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요. 미약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아버지를 믿어요.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에요. -
밀수업자들처럼 평생 꽤 많은 여행을 겪었다. 이상한 광경도 몇 번 보았다. 아주 따뜻하고, 무심하고, 말 그대로 무서운 사람들도 만나곤 했는데 대개는 술집 근방에서였다. 나는 내가 그들만큼 용감한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본 광경이 마음속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이 갑자기 무슨 물가에 피어오른 안개처럼 무형의 존재들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의 팔들은 수없이 뒤엉켰고, 입으로는 끝없는 심연이 보였다. 바로 우리가 찾던 괴물이었다.
그때만큼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맞서 서있기만 해도 생명력이 물에 녹아버리는 설탕처럼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얼마나 큰 위험과 대면했는지 알게 되었다. 평생 원했던 목표... 바로 그 목표가 생긴 것이다. -
우린 적을 아틀라스의 심장부까지 밀어붙였다. 자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커다란 괴멸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분이 이곳에서 목숨을 부지한 채로 떠날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드록스는 하루종일 유달리 조용했다. 알-헤즈민은 자기 물품을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바란과 베리타니아는 그 흔한 말다툼조차 하지 않았다. 다들 지금이 삶의 마지막 순간임을 실감하고 있던 것이다.
부를 손에 쥐고 악명을 떨치기 위해 그토록 오래 달려왔다니... 세상에, 시간이라도 돌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의 이기심 너머에 삶의 의미도, 목적도 없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내일까지 살아남으면 그녀에게 지금 내 기분을 전해 주리라. -
갤해드의 아들, 바란 본인은 성년으로서 온전한 정신과 기억을 토대로 지금 남기고 게재한 글이 유언장임을 밝힌다. 우리는 곧 선하고도 유의미한 존재와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전장에서 가공할 정도로 흉물스러운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신의 은총이 뒤따르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좋은 친구이자 동료였던 베리타니아와 사이러스, 드록스, 알-헤즈민에게 전한다. 저들한테는 지팡이와 판금 갑옷을 남기겠다. 이 땅을 괴롭히는 거대한 악을 봉인하는 데 써주길 바란다.
유배지에서도 신실했던 템플러의 형제자매들: 헤룰리와 고민, 카시아, 랜들렌에게 전한다. 저들한테는 오리아스에 위치한 집을 남기겠다.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그 곳을 말이다.
서명자,
갤해드의 아들, 바란 -
이 편지를 발견하게 될 자에게,
이 기묘하고도 뒤틀린 세상에서는 이해를 초월한 일들이 벌어졌다. 시간이란 개념보다 오래된 악이 주위를 배회하며, 오리아스의 아들인 발도 캐사리우스의 기억을 먹잇감으로 삼는 식으로 말이다.
아아, 캐사리우스를 집어삼켜온 마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녀석은 우리가 일전에 찾아냈던 '부패'를 퍼트리기를 갈망하는 존재가 분명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악마의 뒤를 쫓았는지 모르겠다. 동료들이 광기의 조짐을 보이기에 충분할 정도의 세월이었으려나. 사이러스의 과감한 통솔력과...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모두 악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헤아리지도 못할 정도로 시도했건만, 악마를 처단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발도의 딸인 자나가 악마를 봉인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로 하여금 아버지를 희생시키는 방안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영혼이 평안히 잠들기를. 사이러스가 아니었다면 이번 도박은 실패로 끝났으리라. 악마는 쉽사리 굴복하지 않았다. 기를 쓰고 자나의 기계 장치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던 중에... 사이러스가 녀석한테 뛰어들었다. 우리는 악마가 그에게로 짓쳐들어오는 광경을, 결국은 손아귀에서 힘을 빼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이내 함정으로 끌려 들어간 사이러스와 악마가 현실을 벗어나 버렸다. 그렇게 둘은 사라졌다.
그러다가 사이러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귀환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그의 시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광기 어린 중얼거림을... 쉼 없이 이어갈 뿐이었다. 이윽고 사일러스의 표정이 검은 영혼에 빙의된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그러졌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한테 덤벼들었다. 우리로서는 그를 억누를 수조차 없었기에, 그 자리를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향을 망쳐놓은 범인은 발도의 딸이었다.
여기서 얼마나 갇혀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최소 몇 주는 지났겠지. 아니, 몇 년일지도. 아틀라스에서의 시간은 신기루와도 같으니까.
이 편지를 읽는 자여.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게 아니라면, 여기서 머물지 마라. 오리아스나 당신이 떠나왔던 그곳으로 돌아가라. 사이러스의 영웅적인 면모와 희생을 알리고, 그와 우리가 일행이 밝혀냈던 비밀과 함께 죽어가게 놔두길 바란다.
믿음을 잃은 자, 바란 -
그들은 내가 그토록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날 버리고 떠났다.
어둠의 보주가 공중에 부유한 채 빛을 집어삼키던 광경을 기억한다. 사로잡을 무언가를 찾아 필사적으로 마수를 뻗던 모습 역시 기억한다. 앞으로 나아가던 나의 모습 또한 기억한다. 머릿속에 자신이나 오리아스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의 친구들, 나를 의지하던 형제자매들을 생각했다. 어둠의 차가운 손길이 나를 옥죄자 의식이 사라졌다.
그리고 난... 유리. 유리 안에 갇혀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말할 수도 없었다. 허나 모든 걸 볼 수 있었다. 모든 걸 보았다. 모두를 보았다. 그들이 떠나는 걸 보았다. 그녀가 떠나는 걸 보았다. 모든 것이 너무 빨랐다. 수천의 낮과 밤이 한순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슬픔이나 분노조차도. 기쁨조차도. 고통조차도. 즐거움조차도. 나는 자유였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자유로이 갈 수 있었다.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우주가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그곳은 비어 있었다. -
우리가 해냈어요. 드디어... 끝이 난 거예요. 어디 계신지는 몰라도, 마침내 안식을 얻으신 아버지의 존재가 느껴져요. 전부 당신 덕이에요.
우주의 신비가 제대로 작동했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요! 엘더와 부패를...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과 마주하며 뭔가 변해버린 느낌이에요. 차원의 벽을 긁어대는 괴물의 존재가 느껴져요. 굶주린 채로 절박한 심정도 느껴지고요. 놈이... 돌아올 길을 찾고 있네요.
한동안은 푹 쉬지 못할 것 같아요. 놈이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부패의 감시자를 다시 창설해서 이 세계를 지키는 것도 괜찮겠네요. 아틀라스는 엘더가 만들어낸 공간이에요. 여기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한다면 부패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요. 함께하고 싶다면, 저와 함께 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연구를 이어나가도록 해요. 당신에게 맞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엘더가 먹잇감으로 삼았던 아이들은... 수천에 달해요. 그들은 뒤틀린 모습으로 주위를 배회하며 홀로 두려움에 떨고 있죠. 아버지가 그랬듯이 다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예요. 그들을 죽임으로써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당신이라면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잖아요?
일단 저는 떠나도록 할게요. 다음 탐사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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